Home Artists Posts Import Register

Content

어제 조조가 이모랑 산책갔다가 들어오던 길에 동네 개와 사고가 있었다. 개들은 만나면 서로 똥꼬냄새를 맡는 습성이 있는데 조조가 다가가는 것과 그 개가 달려드는 것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며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너무 순식간이라 이모는 잘 보지도 못해서 조조가 물렸는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어쨌든 그 개는 조조를 제압했고 조조는 공포에 질려 깨갱댔고, 그 이후로 꼬리가 엉덩이에 찰싹 붙은채 힘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 종일 조조의 상태가 이상했다. 공격을 받고 많이 놀라서 그런거라고 보기에도 전에 없던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전에도 나랑 산책갔을 때 비슷한 사고로 놀란 적은 있었는데 그래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집이 춥지도 않은데 바들바들 떨고 나도 이모도 없는 곳으로 가서 혼자 엎드려있기도 하고. 원래 강아지들은 아플 때 혼자있고 싶어하는데... 몸을 살펴보아도 물린 곳은 없는 것 같아서 외상 후 스트레스가 큰가보다 하고 계속 걱정을 했다.

그리고 오늘. 조조가 자꾸 고추를 핥는다는 이모의 말에, 붕가붕가를 자주 해서 고추에 염증이 생겼나 하고 살펴보다 너무 너무 깜짝 놀랐다. 세상에... 고추에 이빨자국이 있는 것이다. 어제는 붓지 않아서 그냥 요도 구멍(?)이겠거니 했던 부분이, 알고 보니 이빨 자국이었다. 오줌이 나오는 구멍 아래에 별도로 이빨자국이 있고 거기가 부어오른 것이다. 그랬다. 조조는 어제 그 개에게 고추를 물렸고 물린 곳이 아팠던 것이다...

너무 놀라고 충격적이고 화가 났다. 화의 대상은 이모였다. 조조를 데리고 나갔으면 보호자로서 안전하게 지켜줘야지 왜 이런 사고를 당하게 했는가 하는 분노. 개는 개라고, 사람이 아니라고, 개끼리 만날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수도 없이 말했었지만 이모가 그 부분에 좀 부주의했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 그리고 사고가 발생했는데 물렸는지 안물렸는지를 왜 못봤는지도 화가 났다. 아무리 순식간에 벌어졌어도 왜 그걸 몰라. 미리 알았다면 더 빨리 병원에 데리고 갔을텐데. 정말 고함치며 화내고 싶은 마음이 속에서 끓어올랐다. 짜증이 났다.

하지만 화낼 수 없었다. 실은 이모는 한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어렸을 때 사고를 당해서 한쪽 눈의 시력을 거의 잃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시각이 좁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좁은 시각으로 살아와서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끔씩 티가 날때가 있다. 운전 면허가 있지만 운전을 하지 않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고 내 차를 탔을 때 조수석에서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때문이다. 아마 이번 사고때도 비슷했을 것이다.

또 확률상, 이모는 조조를 하루에도 여러번 산책시켜 주기 때문에 내가 하루에 한번 데리고 나갔을 때 사고가 날 수 있는 것보다 이모가 데리고 나갔을 때 사고가 날 확률이 많은 것이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 안에서만 데리고 있으면 다치지 않겠지. 조조 좋자고 피곤해도 하루에도 몇번씩 나가 주는건데 사고가 났다고 짜증을 낼 자격이 내게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모 역시 누구보다 조조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나보다 더 속이 상할게 뻔했다. 본인이 옆에 있었는데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 지금 내 마음이 이렇게 안좋은데 이모는 죄책감까지 있을테니 얼마나 안좋겠는가 싶었다.

그래서 화내지 않았다. 화를 내서 무엇하리. 서로 마음만 다치고 조조는 여전히 아플 것을.

화내는 대신 고추의 상처를 발견한 즉시 바로 옷을 챙겨입고 조조, 이모와 동물병원에 갔다. 연중무휴 동물병원이라 오늘도 문을 열어 있었다. 선생님은 조조를 보더니 찢어져서 꿰메야 하는 상처가 아니라면 이정도는 자연회복할 것이니 핥지만 못하게 하라고 했다. 혹시 균이 들어가거나 염증이 생겨서 잘못되는 건 아닐지 불안해하는 내게, 선생님은 다시 고추를 살펴보고는, 이 정도는 괜찮을거라고 했다. 금방 나을거라고. 어제 하루 종일 밥도 안먹고 자꾸 떨었다고 하니, 물리고 많이 놀라고 두려워서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상처가 덧나서 그런 것은 아니니 걱정 말라고...

돌아오는 길에 이모에게 당부를 했다. 개는 개고 동물은 동물이니 개끼리 만날 때는 항상 긴장해야 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어떤 사고가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고 이번에 만약 크게 물렸다면 조조가 죽었을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고... 이모는 이번 일은 너무 순식간에 벌어져서 자기도 어떻게 하지를 못했다고, 다음부터는 더 신경쓰겠다고,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아마 이모 시야에는 순간 상대 개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그래도 한번 더 당부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작은 상처로 끝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하필 가장 약한 배부위 중에서도 고추를 물린 우리 조조 왕자... 에구 속상해. 얼른 나으라고 오늘은 맛있는 볶음밥도 만들어 먹였다. 조조 얼른 나아서 불편한 넥카라 벗어버리자~!

Comments

Anonymous

조조찡ㅠ..

Anonymous

Poor Jojo :(( Get well soon.

Anonymous

Oh no! Poor little Jojo... 😥 I'm sorry to hear this happened to him. I hope Little One recovers very soon. 🐶❤

rambam

I physically cringed when you said where he was bit 😨 but get better soon Jojo!

Anonymous

조조 ㅠㅠ 얼른나아🥺😢💗💗💗

Ronny [Rendition]

I hope JoJo will get over the physical and emotional pain very soon. All in all, he still was lucky that the wound didn't need to be stitched. It's good that your aunt will be more careful in the future, but it's especially good that you didn't get angry with her. I'm sure she already scolded herself more than you ever could have.

Anonymous

하필..😨

Anonymous

Sad to read what happend, but you know, from what you told us and what i saw during live stream, i think your aunt really love him a lot so i'm sure she has been affected just as much as you. I think you did the right think not showing anger. JoJo can feel when there is something between you two, dogs can sense those things. The trauma will heal faster if he feel peace at home, and love. Home must always feel like a safe and warm place. ^^

Anonymous

ㅎㅎㅎㅎ 근데...크흠... 누군가는 그 소중이를 어떻게 했더라~ 이모님 토닥토닥~(그럴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