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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오늘은 찡얼모드입니다.

금요일은 이모, 일요일은 나 이렇게 순서대로 이사를 한다. 같은 집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3일동안 이사를 하는 느낌이다.오늘은 이모의 이삿날인데 내가 되려 긴장을 해서 어제는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집주인이 워낙 상식밖의 사람이기 때문에 미리부터 몸이 긴장한 것이다.

그리고 대망의 오늘은 하루종일 폭풍같았다. 아니, 말 그대로 폭풍같은 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사다리차로 올리던 이모의 큰 장롱은 엄청난 강풍에 휭 날리면서 한쪽이 박살이 나버렸다. 떨어진 장롱에 사람이 안다친게 다행이었다. 

실은 몸이 힘든건 힘든것도 아니다. 뭐든 정신적인 것이 치명적이다. 집주인... 집주인. 휴... 요며칠 실은 나와 이모는 집주인때문에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가계약 이후부터 수시로 말을 바꾸던 집주인은 심지어 오늘은 조조를 보고 애완동물은 키울 수 없다는 말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오래된 낡아빠진 집으로 이사온 이유 자체가 옥상 있는 집에서 조조랑 편하게 지내고 싶어서였고 집을 구할 때 항상 가장 먼저 확답을 받았던 부분이 '반려견'이었는데 이제와서 갑자기?  

"강아지 절대 안돼! "

"....???네?" (이건 정말 너무 어이가 없어서 바로 대답이 나오지도 않았다.) 

"개는 안된다고. "

"된다고 해서 계약한건데요."

"아니 나는 그런거 모르겠고 애완동물은 안돼."

"그럼 저흰 여기 못살아요~ "

"원래는! 안되는데~! 내가 이해는 해줄게. "

"아니 관리소장님 불러야겠네요. 그분이 말하기로는 주인분이, 저희가 강아지 키우니까 계약서에서도 애완동물 금지,  못박기 금지 조항 있던거 빼주셨다고까지 얘기했었는데 이제와서 무슨. 그분이 자꾸 일을 중간에서 이상하게 하시는데 불러서 혼을 내든지 따지든지 해야죠."

"아니 아가씨. 내가 이해를 해준다는데 뭘 불러? 원래 내 건물들은 다~! 애완동물 절대 안되는데! 얘 지금 다 큰거지? 작은 개니까 내가 이해를 해줄게. 원래는 절대! 절대 안돼." 

중개인이 잠시 후 살짝 말한다.

"원래 알고 있었는데 일부 몰랐던  척 하는거예요. 뭐라도 한마디 더 트집을 잡고 주도권을 잡고 싶어서 그러는거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말 섞을수록 얻을게 하나도 없어요. 져주는게 이기는 거예요... "

주인은 조금 이따 또 덧붙인다.

"딱! 얘 한마리만 내가 봐주는거야. 더는 안돼! 더 데려오면 안돼, 알겠지? 나니까 이해해주지 리모델링 후에 개 키우게 해주는 집주인이 어디 있어 개냄새 다 배는데! "

가계약 직후부터 이런 일이 정말 계속 반복되고 있다. 왜 그런 집주인과 계약을 했는지 물어본다면, 속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이런 사람인 줄 알았다면 집이 아무리 마음에 들었어도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다. 건물을 여러채 가지고 있는 집주인은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자신을 드러내고 행동을 해야 세입자가 계약을 무를 수 없어서 더러워도 참고 살 수 밖에 없는지를 잘 알고 있는 노련한 진상이다. 그래서 중개인도 우리도 꼼빡 속아서 계약을 하게 된 것이다. 정말 이런 사람이랑은 계약 못하겠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는 이미 이사 전날이었다. 힘없는 세입자가 물러설 곳이 없는 순간을 너무 잘 아는 사람인 것이다. 

"아가씨, 아가씨가 감히 내 기를 꺾으려고  하지를 마. 어? 나는 대통령이 와도 못말리는 사람이야.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면 내가 해줄 것도 안해줘. 절대 안해주지. 가만히 참고 기다리면 내가 어련히 다 알아서 해줄거니까. 알겠어? "

수시로 말을 바꾸는 집주인(할머니) 에게 합리적인 설명을 요구한 내게 돌아온 답이 저거였다. 이상한 아가씨가 이사왔다며. 계속 이렇게 할 말 다 하고 싸가지 없게 굴면 후회하게 될거라나. 서러운 세입자로서의 2년 시작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 픠유우우우우우,,, 어쩌겠나? 난 결국 '되바라졌지만 애교많은'  정신나간 포지션으로 ㅋㅋㅋㅋ 전략을 바꾸며 집주인의 말에 장단을 맞춰주는 쪽을 선택했다. 안그랬다가는 짐을 옮기고 있는 이 집에서 나갈 것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이봐요. 이 동네에! 이 가격에 이렇게 좋은 집 눈을 씻고 찾아봐, 없지! "

"집이 좋으니까 저희가 계약했겠죵~"

"주차도 말이야. 내가 언제 안해준대? 교통 정리가 좀 필요하니까 좀 기다리라고 했는데 그걸 가지고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어? 내가 거짓말 한 사람처럼 말이야!"

"사실~ 제가 차산지 얼마 안됐거든요 우훗~(눈웃음)"

"성격이 그렇게 급해서 쓰겠어? 다 기다리면 내가 어련히 알아서 해줄건데? 어디 집주인을 전화 바꾸라 마라야 감히"

"제가 성격이 좀 급해용~ 아잉~(강제로 팔짱끼기)"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 미친 캐릭터는 똑같이 미친 사람들에게는 먹히기 마련이다. 계속 애교를 부리며 팔짱을 끼는 나를 밀쳐내고 화를 내던 집주인은 화를 내면서도 내심 우리가 비위를 맞추는게 만족스러웠던지, 고래 고래 화를 내던 중간에 갑자기 내 눈을 보면서 "참 예쁘네" 라고 했다. (참고로 난 모자에 마스크를 껴서 집주인은 내 눈밖에 못봤음) 그런 사람인 것이다. 집주인 대우를 받으며 갑질하며 살고 싶은 사람. 

이모의 이사를 돕고 나는 다시 집으로 왔다. 일요일 내 이사까지 정리해야할 것들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또 일요일에 인터넷이 끊기면 화요일에 다시 설치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요즘 예약이 가득차 있단다) 이틀이나 비어버리는 시간동안 컴퓨터를 못하게 될테니 미리 해주어야 할 업무들도 있고 말이다. 조조는 이모옆에 두고 왔다. 보고 싶은 조조. 이모도 자꾸 신경쓰이고. 카톡을 했다.

"어때?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 있으면 심심하겠다. 위층 소음 없으니 좋으슈? ㅎㅎ"

"그거 하나는 천국이다 천국." 

그래, 이런 집에도 살아보고 저런 집에도 살아봐야 나중에 정말 오래 정붙이고 살 집을 찾을 수 있는거겠지. 이번에는 층간소음이 없는 집에서 산다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3^

정보: 밤에 씻으려고 물을 트니 온수가 나오지 않아 이모는 찬물로 씻었다고 한다. 역~시 오래된 집이야. 끝. 

Comments

Anonymous

힘들어. I hope the future in this house is going to be brighter.

Ronny [Rendition]

I'm a bit confused as to who said what, like who told you that you can't have Jojo in the new house (the landlord, the owner?) and how you managed to convince them otherwise (with the landlord's grandmother, the owner, the real estate agent, ???). But I wish you all the best for the move and then: Enjoy The Silence ;)

rambam

Good luck with the move and hopefully the new house is exactly what you need 😄

Anonymous

Whoever told you that you can't keep Jojo in the house, either it's the landlord or the owner, is an a**hole (excuse my language). But it's good to know that you got the new house. I just hope things will go well from there... Good luck with moving! 😊

Ronny [Rendition]

My guess would be this (Eunzel, can you please confirm or correct?) The owner of the house is an elderly lady. Her grandson is the landlord and he opposed Jojo at first. Eunzel then called the real estate agent (or only threatened to do so?) and then the landlord asked her to calm down (Eunzel did for lack of options). The landlord then called his grandmother (the owner) and confirmed that Jojo could move in and later he complimented Eunzel. But there's a lot of guesswork involved in this version of the story ㅋㅋ

Anonymous

I don't like or trust this guy... Just by reading your words. I have a bad feeling...

Ronny [Rendition]

He sounds pretty unlikeable. Then again, he opposed Jojo, so Eunzel must really hate him. Maybe she exaggerated a tiny little bit in her description? Maybe Eunzel and her aunt should change the locks on the doors to make sure the owner/landlord don't have a spare key. Also, Eunzel got Jojo as a guard dog, so everything's going to be ok :)

Anonymous

현명하게 대응하셨네요

Anonymous

집때문에 많이 고생하시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