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씨 (Patr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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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가 출근하기 전 조조랑 셋이 공원에 갔다. 정말 외출을 일절 하지 않는 내 외출용 옷차림은 여전히 패딩이었지만, 오늘 날씨는 정말 봄날씨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상이 멈추자 하늘이 맑아졌다는 글을 보고 나서야 하늘을 다시 올려다보게 됐다. 그렇구나. 지구에게는 정말 인간이 최고의 바이러스구나? 막연하게 생각하던 인과관계가 이렇게 확실하게 증명될 때면 신기함을 넘어 소름이 돋을 정도다. 앞만 바라보고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던 지구가 이렇게 쉬어가는 순간이 앞으로 또 있을까? 지구의 수명이 유한하다는 말을 새삼 느꼈다.
산책을 마치고 이모는 출근을 하러 가고, 차를 타고 조조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창문을 열고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끼며 왔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날씨. 같은 길을 산책하는 걸 지겨워하는 조조를 조금 거리가 있는 공원에 데려가려고 나도 집밖에 나온거였는데 정말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안에만 있었으면 오늘이 바로 그 날씨라는걸 몰랐을테니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오늘 날씨는 정말 내가 일년 중 가장 좋아하는 날씨였다. 봄과 추억 냄새가 나는 그 날씨.
그래, 올봄에는 하늘이라도 맑아라. 집 안에서 창밖으로 바라보는 풍경이라도 예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