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텔레그램과 나 (실화) (Patr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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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사건이 있다. 바로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 실은 나는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하고 그냥 ‘성착취 사건이 또 벌어졌고 그 정도가 심하고 동조한 시청자들도 많구나. 세상엔 가학적 변태들이 참 많네’ 정도로 생각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인간 이하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던게 어디 하루 이틀인가?
그런데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인스타그램 DM이 폭주중이었다. 보통 업무 내용이 아니면 잘 확인하지도 답장도 하지 않는데 미리보기부터 뭔가 심상치 않았다.
“은젤님 n번방 운영자 조주빈이...”
“은젤님 혹시 알고 계신가요? n번방 범인이..”
네...? 아니 조주빈인지 좆주빈인지 하여튼 쓰레기같은 그 사건과 내가 대체 무슨 관계가..?
잠이 덜깬채 읽은 메시지들은 날 정신차리게 했다. 알고보니 어제 오늘 내내 인터넷 실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문제의 그 조주빈이 내 인스타를 팔로우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어서 계정을 차단하라고 제보를 한거였다. 그는 약 3000명을 팔로우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여자였고 그 중 나도 있었던 것이다.
“이 범인이 여자들 얼굴로 딥페이크 영상이나 사진도 제작해서 유포한다고 합니다. 은젤님도 예방을 위해서 꼭 계정을 차단하시길 추천드려요!”
딥페이크가 뭔지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렇구만... 어휴 저런 사건이 있다니 쯧쯧 하고 혀를 찼던 나 역시 나도 모르는 새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미 되었을수도? 딥페이크가 그래서 무서운것이라 한다. 피해자 본인은 피해 여부를 알 수조차 없어서.
뒤늦게 이번 사건이 어떤 과정으로 벌어지게 된건가 알아보니 스폰 및 조건만남 같은 아르바이트를 제안하고 수락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피싱행위가 있었던 것이었다. 여기에서 또 한번 놀랐다. 나한테도 그간 인스타그램으로 스폰 제의가 몇번 왔었다. 미친놈이구만~ 하고 신경도 안쓰고 그냥 넘겨버렸었는데 심지어 그게 진담이 아니라 나를 낚으려는 사기일 수 있었다 생각하니 충격적이었다. 으으... 나를 약점잡아 노예삼으려던 사기꾼 성범죄자라구...? 스폰을 희망하고 떠보는 것과 비교도 안되게 소름돋는다.
이모는 뉴스를 보며 말했다.
“저런 대화방에 26만명이라니, 정말 미쳤구나 미쳤어. 이해가 안되네. 얼마나 변태여야 저런 걸 좋아하고 돈을 내고 보는거야?”
나는 대답했다.
“난 야동을 보는 건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해. 저 사람들이 저게 그냥 좀 하드한 야동이라고 생각했으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고 해도 문제가 아닌거같아. 야동은 배우들이 서로 동의하고 설정해서 연출하는거잖아? 취향이지 뭐. 근데 이번 사건의 문제는 엄연히 피해자와 착취자가 존재하는 시스템이었다는거지... 입장료를 내고 동참한 시청자가 만약 이 모든 사정을 알고 있었다면, 노예가 컨셉이 아니라 정말로 협박과 강요를 받은 피해자라는 걸 알고도 즐겼다면... 정말 운영자와 다를 것 없는 쓰레기인거지...”
그리고 그런 쓰레기가 26만명 이상일 수 있다는 게 정말 무서운거지.
사람들은 조주빈이 너무 멀쩡해보여서 놀랐다고 하지만 난 별로 그렇진 않았다. 대학교 다닐 때에도 별 이상한 사람들 정말 많이 봤다. 외모, 지능, 학벌 집안 기타 등등 어떤 요소도 그 사람의 인성과는 관련이 없다. 원래 진짜 싸이코패쓰 소시오패쓰는 멀쩡해보이는 가면으로 남을 잘 속이기 마련이다.
어쨌든 아침부터 기가 막히고 황당해서. 나 참... ㅎㅎ이번 사건으로 상처를 받은 모든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치유되면 좋겠다. 그리고 괜한 인간 쓰레기들때문에 아무 관련 없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남자들이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같이 바이러스로 힘든 시기에 일부때문에 남녀가 서로를 미워하는 일이 제발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