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봐! (Patreon)

요즘 이모는 주말마다 우리 집에 놀러와서 조조와 놀아주고 있다. 오늘도 이모가 올 예정이었다. 이모가 올 때는 집에서 기다리기 보다는 중간지점의 지하철 역으로 은자를 타고 마중나가곤 한다. 조조도 이모도 서로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더 빨리 만나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그렇게 나간 김에 집에서 좀 떨어진 낯선 공원에서 낯선 풍경을 보며 셋이 산책하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점심 즈음에 이모에게 "지금 조조랑 마중갈게~ 언제나처럼 00역 1번 출구에서 보자" 했더니 이모가 "조조 오늘은 패딩 입혀. 눈 털기 쉽게" 라고 답장했다. 눈? 밖에 눈이 오나? 나는 외출 전에도 창밖을 잘 내다보지 않는 버릇(버릇이라고 할 수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ㅎㅎ)이 있어서 그냥 눈이 조금 쌓여있나보다 싶어서 "패딩 어디있는지 모르겠어 그냥 후리스 입고 나갈게 ㅎㅎ" 라고 답장을 했다.

있어서 이모를 마중하러 은자를 타고 아파트를 나서는데 세상에, 눈발이 아주 많이 날리고 있었다. 아... 이래서 패딩을 입히라고 했구나 싶을 정도로 눈이 많이 오고 있었다. 이모를 만나 태우고 새로 이사갈 아파트로 갔다. 우리는 성격이 급해서, 이제 곧 이사인데도 벌써 몇번이나 그 아파트에 가서 주변을 산책하고 있다. 미리 가서 장점과 단점을 알고 대비하려는 마음도 있었는데, 오늘 가보니 비행기 소음이 꽤 큰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곳보다 더 컸다. 지금도 비행기 소음때문에 촬영에 지장이 많은 편인데 이사가는 곳도 역시나 그렇구나. 이번에는 이런 저런 환경때문에 촬영에 지장받는 일을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가서 최대한 방음을 해보고 안되면 전문 업체를 불러서 시공을 할까 생각도 들었다. 2년 뒤에 또 이사를 가겠지만 2년동안 촬영하면서 힘들어하고 싶진 않으니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산책을 하는 중에 눈은 더 더 더 많이 오기 시작했다. 바람도 많이 불면서 눈보라처럼 하얀 눈이 얼굴을 막 때렸다. 조조는 너무 신이 났는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신나게 산책을 했다.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걸 본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았다. 몇년만에 내린거지? 꼭  CG 처럼 눈발이 휘날리는 공원에서 조조, 이모랑 실컷 산책을 하고 다시 은자로 돌아갔다. 잠깐 마트에 들려 과일을 사고 집으로 가는 길에는 눈이 감쪽같이 그쳐 있었고 구름이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였다. 구름은 원래 천천히 움직이는거 아닌가? 신기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을 보고 있자니 신기한 지구에 대한 생각이 또 몽실 몽실 피어 올랐다. 신비롭도다...

집에 와서 식사를 하고 창밖을 보니 또 눈이 왔다. 날씨가 이렇게나 오락가락 빨리 빨리 바뀌려고 구름이 그렇게 빨리 움직였었나 보다 싶었다. 방 안에서 창밖으로 보는 눈은 또 기분이 달랐다.

"아까 눈 맞은 건 꼭 없던 시간 같아 그치? " 라고 이모는 말했다. 맞아. 오늘 하루 안에 있었던 일인데 꼭 없었던 일 같은 그런 느낌이야. 실감이 잘 안나는.

마지막 눈을 끝으로 이제 정말 겨울이 가려나보다. 창밖을 봐. 눈이 와! 

그리고 이젠 봄이 와 :D  

노래는 옛날에 친구랑 작업했던 겨울 노래 ㅎㅎㅎ 유튜브에 있었네요 푸하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