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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년 재수없어 까르르”

그 조롱섞인 욕과 웃음에, 더 이상 손을 내밀 곳조차 없다고 느낀 나는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그 자리에 서서 소리내서 엉엉 울었다. 그리고 울면서, 너무 유치하고 쪽팔려서, 살면서 입밖으로 내뱉을 날이 올거라고 상상도 못했던 그 멘트를, 엉엉 울면서 하고 말았다.

“으앙… 엉엉.. 선생님한테 다 말할거야!”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다음 날 쉬는 시간에 민행이와 친구들이 찾아왔다. 내게 사과를 했다. 자기들이 미안했다고 선생님한테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선생님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그들의 괴롭힘은 끝났다. 

허무했다. 이 방법이 먹힌다고? 이렇게 쉽게 끝날 괴롭힘이었어? 무서운 악마처럼 보였던 애들이 고작 고자질이 무서워서 사과를 하다니. 고작 그게 무서웠는데 그렇게 쌍욕을 해댔단 말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엄마한테 말하는 게 아니라 선생님한테 말한다고 할 걸 !!!!!!! 

남은  6학년 기간 내내 민행이와 나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점점 예전의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조금씩 친구들이 나를 좋아하게 되는 것이 느껴졌고 자연스럽게 존재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운동회 때 계주 달리기도 했고 이런 저런 사생 대회에 참여해 상도 받았다. 서울에서 지내던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내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시 ‘자뻑’ 에 빠지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중학교(여자중학교) 생활을 하면서, 세상은 넓고 세상의 중심은 내가 아니라는 걸 더더욱 철저하게 알게 되었다. 학생들의 인원 규모 자체가 일단 달랐다. 그리고 일진이라는 것이 생기는 걸 보게 되었다. 일진과 이진이라니… 정말 이상한 계급이 생기게 된 것이다. (네이밍 진짜,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기네. 삼진은 왜 없었을까?) 꾸미는 걸 좋아하고, 몰려 다니는 걸 좋아하고, 친한 남자아이들이 많은 아이들끼리 일진, 이진이 되었다. 

그 아이들의 눈밖에 나면 학교 생활이 영 피곤해지는 식이었는데, 다행인지 나는 그들에게 전혀 거슬리지 않는 생활을 하는 학생이었다. 일단 학교, 집이 반복이었기에 남자 관계 따위는 아예 없었고 여자 아이들 사이의 친구 관계 문제도 별로 없었다. 짙게 피어나기 시작한 아싸의 기질… 그때부터 나는 몰려다니며 같이 노는 것보다 혼자 게임하는 걸 좋아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게임이나 만화책 보는 게 애들과 쇼핑다니는 것보다 재미있었다. 부딪힐 일이 없으니 싸움이 날 일도 없었다. 

그렇게, 적당히 친구 관계 원만하고 적당히 모범생이었던 나는 일진의 타깃이 될 일도 없었고 학교 폭력을 겪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가 일진을 개의치 않았다는 건 아니다. 난 항상 일진 아이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항상 그들의 눈치를 봤다. 그 수많은 노력들 중에는 예를 들어 이런 것이 있다.

자기가 남자친구와 100일이라며 100원씩 모금하고 다니는 아이에게 ‘쿨하게’ 100원을 주는 것이다. 아까워하지 않는 듯한 제스쳐가 관건이다. 아까워하는 순간 뜯기는 것이고, 쿨하게 주면 내가 주는거니까. 어떤 애들은 200일이라고 200원을 뜯어가기도 했다. 양심은 있었는지 1000원을 모금하는 애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쨌든 중요한 건, 난 그 아이들을 잘 알지도 못하고 평소에 인사하는 사이도 아니었고, 당연히 돈도 전혀 전혀 전혀 주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의 눈밖에 나는 것보다, 그냥 100원 200원 줘버리는 게 나의 원만한 학교생활에는 나았으니까, 이 정도 돈은 친구 사이에 아무것도 아닌 듯 주었었다.

어느 날은 점심을 먹고 교실로 돌아가는 길에 어떤 반에서 웅성웅성 하고 있어서 구경을 가보면, 일진 아이 여러명이 여자 아이 한명을 때리고 있었다. 한명이 다른 한명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사물함에 쿵 쿵 갖다 박고 있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맞고 있는 대상이 내가 아니었어도 우리 모두는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그 아이들을 무서워하고 있다는 걸. 내심 눈치보고 있다는 걸. 애견카페에서, 큰 개한테 물린 작은 강아지 옆 다른 강아지들이 바들바들 떨고 있듯, 어린이집에서, 선생님한테 맞은 아이 옆 다른 아이들이 바들바들 떨고 있듯. 일진, 이진 아이들의 존재 때문에 아이들 사이에는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긴장감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중학생 우리들의 사회생활은 그랬다. 

뭐 어쨌든 나의 중학 생활은 대체로 평화로웠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었다. 


===내일 일기에 계속 ====

P.S. 일진 은 학교의 불량 학생들을 지칭하는 말 

Comments

Anonymous

The tooth past ice cream, was it during high school ? ㅋㅋㅋㅋ Thanks for sharing ! And good night. 🧛‍♀️

Ronny [Rendition]

Wow, I didn't expect that threatening to tell the teacher would stop the problem. Seems like there was more respect among the students towards the teachers in your school than there was in mine. For me, it only got really better once I entered what is similar to high school, with totally new people and a fresh start. Still, as you said, the mobbing and harassment heavily damages the self esteem and this effect can be more or less irreversible. To this day I find it hard to approach people and make friends, leave alone putting anything more than my first name out there on the internet. I could never put my 감자 face out there in public. ㅋㅋ So you can be proud of yourself, that you found the courage inside of you to start a YouTube channel, helping hundreds of thousands of people. 👍🏻

Anonymous

웹툰 소재 보는 것 같아요😆

rambam

Bullying is never nice but it happens so much among young kids, some people grow out of it and other don't. If it leaves long term effects on your mental health, it's always good to see a psychologist and get help to be able to move past that trauma.

Ronny [Rendition]

슬프게도, 이거 현실 있고 생각해요. 😔 (나의 나쁜 한국말을 용서해요 줘. 문법 수정을 부탁해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