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게 라이벌이 필요해 (Patreon)

영상 플랫폼에서 유튜브의 점유율이 압도적이고 그렇다할 라이벌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점점 어처구니 없는 정책들이 나오는 것을 지금으로서는 보고있을 수 밖에 없다.

15금 컨텐츠에 대해 전반적으로 규제를 하는 것은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유튜브 자체가 점점 타깃층의 연령대를 낮추어가고 있기 때문에다. 어렸을 때는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뽀뽀하는 장면만 나와도 자극적이라 느끼고 콩딱일 수 있는 마당에, 입소리 영상은 엄청나게 자극적일 수 있다. 이어이팅이나 리킹같은 영상들은 처음 접하는 성인들도 놀라는 마당에 어린아이들에게는 당연히 그닥 추천되지는 않는 장르이다.

내가 제작하는 컨텐츠가 지금의 청소년들이 보기엔 어떤 장르일까 생각하면서 나의 어린 시절과 비교해보곤 한다. 내가 초,중학생이던 시절에는 만화대여점이 동네에 하나씩은 꼭 있었는데, 주말마다 2-3권씩 만화책을 빌려보던 시절, 호기심에 은근슬쩍 성인 만화 코너에서 서성대며 눈팅을 했었더랬다. 청소년 등급 만화 여자 캐릭터들도 청소년에게 충분히 자극적일 수 있는 파격적인 몸매로 노출을 하곤 했는데 나는 그런 것들이 다 그냥 흐뭇하고 좋았다. 그리고 가끔은 몰래... 19금 만화책을 빌리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몰래 라는 건 있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아마 만화방 주인은 다 알고 못본척 해주었을 것이다 ㅠㅠ 빌릴 때 바코드를 찍는데 대여점 주인이 보는 모니터 화면에 다 나오지 않았을까? [미성년자 관람불가] 라고. ㅋㅋ 난 그것도 모르고 만화책 앞면에 19금이 조그맣게 적혀 있으면 일부러 뒷면을 보이며 대여하곤 했었지...까르르. 조금만 찐한 키스신이나 노출이 있으면 미성년자 관람불가 딱지가 붙곤 했는데 그 딱지에 굴복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내 컨텐츠들에 혐오를 담은 댓글들이 달리곤 하는데 거기에 내가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컨텐츠이기 때문이다. 내가 입소리 영상을 좋아했고 이어이팅 영상을 좋아하는데 이런 내가 나쁘거나 이상한 사람은 아니니까 말이다. 세상에는 나처럼 호기심이나 욕구에 솔직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고, 그런 것을 드러내는 것을 치욕적이고 저급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다만, 앞서부터 이야기하듯 대상이 '청소년' 이거나 더 어린 아이들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는 지나친 자극을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을 테니까. 그러므로 유튜브 자체가 이용자의 연령대를 낮추어가면서 성인 대상 컨텐츠를 규제하는 정책에 나도 어느 정도는 동감을 하고 불만을 줄여가고 있다. 덕분에 이렇게 독점 영상을 공유하는 비밀공간을 운영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고 말이다. 내가 호기심과 자극에 솔직한 사람이라는 것을 편하게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유튜브 외에 있어서 좋다고 생각한다. 아직 조금 아쉬운 부분은 유튜브처럼 광고주들이 많은 사이트는 없다는 점이다. 타깃층을 확실히 청소년 이상으로 잡는 광고주들이 많이 모이는 동영상 사이트가 생긴다면 ASMR과 같이 감각을 자극하는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들과 그런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왁자지껄 모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어쨌든  ASMR 에 대한 규제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내가 진짜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동 대상 영상에 대한 정책이다. 이제부터 유튜브는 제작자가 동영상을 업로드할 때, 아동 대상 영상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반드시 선택하게 한다. 아동은 아마 5-6세 이하의 아기들을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영상이라는 걸 체크하게 되면 해당 영상에는 댓글란이 아예 비활성화가 된다. 이게... 대체 뭐냐. 상호 소통이 장점인 플랫폼에서 댓글을 비활성화 하다니? 기존에 유튜버 본인이 미성년자이고 아주 어릴 시에 댓글기능을 차단하는 정책도 좀 황당하다고 생각하긴 했었다. 어린 아이들은 생산활동을 하면 안되는 건가? 댓글로 성희롱을 당할 수 있어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하는데 웃기는 소리다. 성희롱 하는 댓글을 검토하고 차단해야지, 댓글 기능 자체를 비활성화한다는 건 어린 유튜버들의 사기를 꺾는 일이다. 

그런데 성인이 제작하는 영상이라도 대상이 아동이라면 이제 댓글이 막힌다는 것이다.유튜브 영상들은 비록 그 타깃이 영유아여도, 해당 영상들을 틀어주는 부모들끼리 도란도란 댓글로 이야기하는 재미가 있었다. 라이브 방송의 재미의 90%는 채팅이 좌우하듯, 영상의 인기도의 90%도 댓글의 힘일 때가 많을 만큼 소통이 생명인 시대이다. 그런데 댓글을 막는다구...?

이쯤되니, 앞으로 영유아 컨텐츠 제작에도 관심이 많은 내 입장에서는 유튜브가 미워지고 있다. 컨텐츠 제작자에게 채찍도 한두번이지, 자꾸 당근 없이 채찍만 주는 곳에는 정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언제까지 유튜브의 독점은 계속될까? 누군가가 영웅처럼 광고주들을 모아서 새롭고 신선한 정책의 영상 플랫폼을 만들어주는 때는 언제쯤 올까? 유튜브에게도 분명히 라이벌이 필요하다. 이 이야기를 전 세계에서 수많은 전문가들이 해오고 있는데, 참... 독점의 정도가 너무 너무 너무 강력해서 라이벌 나타나기가 쉽지가 않은 모양이다. 언젠가는 나타날텐데. 언제일까? 너무 궁금하고 기대된다. 설레는데 벌써... 

아 누가 좀 만들어줘요..! 자본금 진짜 많은 부자들 중 한명 누가 좀 만들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