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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양준일 이라는 옛 가수 열풍이 불고 있다. 마지막 무대가 약 30년 전이고 지금은 이미 50이 훌쩍 넘은 이 인물에게 갑자기 관심이 쏟아지게 된 계기는, 시작은 누구였는지 모르겠으나, 2019년 감성에 딱 맞는 그의 무대 영상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부터다. 

90년대 GD 라는 이름이 붙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그는 정작 본인이 활동하던 90년대에는 '낯설고 이상하다'는 이유로 멸시당했다. 미국에서 오랜 기간 살다 와 발음이 어눌하고 RnB를 추구하며 힙한 댄스곡을 선보인 양준일의 노래나 패션 모든 것이 그 당시 한국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다. 또 한국은 예부터 유독 '꼰대' 마인드가 강한 나라로 '다른'것을 일단 배척하는 데는 도가 텄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양준일이 활동을 접게 된 결정적 이유가, '너 같은 사람은 한국에 있으면 안된다' 라며 출입국관리 공무원이 독단적으로 비자 연장을 해주지 않아 강제로 미국으로 추방당한 일이라고 하니 말 다했다.  

양준일이 활동하던 시기에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아이들이 과거의 양준일에 열광하고 설레했다. 양준일이 활동하던 시기 비슷한 연령대였던 청년들은 같이 50대가 된 양준일을 궁금해하며 추억에 젖었다. 나 역시 양준일 이라는 가수를 몰랐지만 외모가 너무 내 취향이라 놀라며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았다. 90년대에 이런 비쥬얼의 가수가 있었다구? 모두가 양준일의 근황을 궁금해했다. 그리고   1년도 넘는 시간동안 유튜브에서 과거의 모습으로만 존재했던 양준일이 드디어 얼마 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다. 20대 앳된 소년이었던 양준일의 모습만 봤던 시청자들은 30년을 뛰어 넘어 50대의 양준일을 만나게 됐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눈물지었다. 

인터스텔라에서 아빠가 기억하는 딸은 10살이었지만 다시 만나게 된 딸은 임종을 앞둔 할머니였다. 두 박사가 시간의 흐름이 다른 행성에서 잠시 시간을 지체하고 우주선으로 돌아왔더니 동료의 시간은 25년이 지나 있었다. 그 장면들을 보면서 내 마음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벅찬 슬픈 감정을 느꼈었다. 5분, 10분, 하루, 비교적 짧은 시간을 그냥 흘려 보내면서도 시간의 소중함을 모를 때가 많다. 분명 매 순간이 되돌아갈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지만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25년이 흘러버리는 것은 체감이 아예 다르다. 어느 누가 그것을 무던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양준일을 보면서 '시간' 의 힘과 신비함을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닌 듯 했다. 그의 '잃어버린 30년'에 마음이 벅차고 안타깝고 눈물이 난다는 댓글을 보았다. 양준일의 가수라는 면 만을 볼 수 없는 시청자들 입장에서 그의 30년은 마치 잃어버린 시간처럼 보이는 데다, 유튜브로 얼마 전 양준일을 알게 된 사람들에게는 눈 깜짝 했더니 90년대의 양준일이 2019년의 양준일이 되어 돌아온 셈이니 그들의 마음은 더 울렁거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사람 양준일의 30년은 절대 잃어버린 것이 아님을 인터뷰로 보여주었다. 

"20대의 준일아. 네가 바라는 대로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마. 모든 것은 결국 완벽하게 이루어지게 되어 있어."

이 인터뷰에 많은 이들이 울었다. 30년의 시간은 양준일 님을 아름답고 성숙하게 만들었고 모든 것은 결국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결국 완벽하게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라니... 어떻게 저런 아름다운 말을 할 수 있을까. 당장 바라는 결과가 보이지 않고 심지어 바라는 대로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아 좌절하는 이들에게, 본인의 사례로 이토록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람들이  양준일을 삼성의 광고 모델로 쓰라고 주장하는 것은 단지 눈먼 팬심 때문이 아니다.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는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존재처럼 느껴지고 있으며 심지어 심성까지 곱다. 감사가 몸에 배어 있고 우아하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인생 스토리를 가졌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훌륭한 분.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Comments

Anonymous

30年という時が決して無駄にならなかったと思うと、本当に凄いし感動する!!

Ronny [Rendition]

30 years is a very long time, but at least he still lives to witness his new popularity. Throughout history there were many people whose works were only recognized after their deaths, like Galileo Galilei, Vincent Van Gogh, Edgar Allan Poe, Oscar Wilde or Stieg Larsson. Some people are just too far ahead of their time. It's good to see a case where time and society finally caught up to this artist.

rambam

30 years is a long time, it doesn't really surprised me if someone pops up after 30 years and looks a lot older. I also don't know if we had an artist like that but I was 8 when the 90's ended so I don't remember it perfectly lol

eunzel

와 릭 애슬리의 사례는 덕분에 첨 알게 됐어요 ㅎㅎ 역시 인터넷 밈의 힘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