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진료 2일차 (Patreon)

동네 피부과를 갔다. 어제 급하게 갔던 곳은 미용 시술을 주로 하는 의원이었고 오늘 가게 된 피부과는 피부과 전문의가 하는 병원이었다. 예약할 때는 몰랐는데 병원에 가서 보니, 미용 시술은 당일 예약으로는 진료를 받을 수 없고 나같은 상처 치료만 당일 예약, 진료가 가능한 것을 알게 됐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진료 30분 전에 전화로 예약을 하고 방문한 거였는데 진료를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직원들이 너무너무 친절해서 그 부분이 우선 엄청나게 마음에 들었다. 치료 전후 경과를 보기 위해 사진을 먼저 찍기 위해서 재생테이프를 뗐는데 다들 내 번개모양 상처를 보고 놀랐다. ㅜㅜ 얼굴 한가운데를 세로 번개모양으로 붉게 긁혀 있으니 ㅎㅎㅎ 에휴. 의사 선생님은 진료를 할 때 엄청나게 커다란 돋보기같은 도구를 활용해서 상처를 면밀히 살펴보셨다. 상처의 시작점이 꽤나 깊게 진피까지 파이기도 했고 위치가 눈 바로 아래이기도 한 만큼 이 부분은 흉이 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지켜봐야 하겠다고 했다. 또 아래쪽으로 이어진 상처는 아마도 잘 아물 것 같다고 하셨다. 여기까지는 어제 갔던 병원에서 들은 말과 같았다. 어제 병원에서 받은 약이 항생제이고 처치 받은 연고도 항생제라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항생제를 이미 약으로 먹어서 혈액안에서 돌고 있는데 연고까지 항생제를 바르는 것은 효율이 떨어질 것 같다고 이야기 하시며 새살(피부 재생을 도와주는)연고라는 연고의 구매를 선택사항으로 제시하셨다. 그리고 재생 레이저 LED 치료, 고압 산소 치료 역시 선택사항으로 말씀해주셨다. 자신의 동생이 이렇게 다쳤다면 자기라면 세가지를 다 받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연고와 각 치료는 각각 3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했다. 

흠... 연고는 당연히 구매했다. 약이라는 포크레인으로 항생제를 퍼다 나르고 있는데 굳이 연고라는 삽으로 항생제를 추가하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겠냐는 의사 선생님의 비유에 설득되었기 때문이다. 3만원은 연고 값으로 좀 많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뭐 어쨌든. 

그런데 연고는 그렇다치고 매일 매일 레이저와 산소치료로 6만원을 쓰는 건 또 부담이 되는 것이다. 완벽하게 아물 때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도 모르는데 10일 치료 받으면 60만원이다. 이건 좀 너무한데 ㅜㅜ  만약 어제 갔던 병원을 계속 다녔다면 다른 선택사항을 알게 될 일도 없이 소독,항생제 연고 처리, 재생테이프 이 과정으로만 계속 치료를 받으면서도 흉터가 남지 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안심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더 효과가 좋다는 추가적인 선택사항들을 알고 나니 이걸 하지 않으면 흉터가 남을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어제의  그 병원이 상처치료에 전문적이지 않은 것인지 오늘 간 병원이 지나치게 장삿속을 드러내는 것인지 모르겠다만, 치료가 상처를 오히려 덧나게 하는 것만 아니라면 나는 마음같아서는 다 받고라도 흉터를 남기지 않고 싶은 마음이긴 하다. 그런데 만약 정말 욕심에 권유하는 시술이고 받았다가 괜히 더 덧나면 어떡하나 자꾸 불안하다. ㅠㅠ 아직 상처가 너무 생생(?) 한데 여기다 뭐 다른걸 한다는게 괜히 무섭달까. 선생님이 제발 영업에 눈먼 장사꾼이 아니라 진실을 이야기하는 분이면 좋을텐데. 그러면 사실 60만원도 기꺼이 지불할텐데 영~ 불안하다.

아침,점심,저녁으로 항생제 약을 복용해서인지 썩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다. 괜히 잠이 더 오는 것 같기도 하고. 일주일에 영상 고작 하나 올리는 것도 전업유튜버로서는 영 아쉬운 부분인데, 상처를 핑계로 하나도 못 올리는 건 또 아닌 것 같아서 4일째 정도 치료받고 나면 재생테이프 위로라도 메이크업을 해볼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여분의 영상을 최소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인데 그 부분도 참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