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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부엌을 걷는데 발끝에 무언가 물컹한 게 차였다. 얼핏 보니 노랗고 동그란 것이었는데 나는 가끔 엄청 둔해서, 그낭 그게 내가 먹다 흘린 고구마 덩어리인가보다 하고 잡아 쓰레기통에 버렸다.

오늘 낮에 부엌쪽으로 향하는데 또 바닥에 노란 덩어리가 보이는 것이었다. '뭐야 왜 이렇게 고구마를 많이 흘렸어?' 하고 손으로 잡고 눈으로 정체를 확인한 순간 소리를 지르며 던지고 말았다.

"으아아아ㅇㅏ아악!!!!!!!!!!!"

내 비명소리에 조조도 깜짝 놀라 달려왔다. 세상에! 그건 애벌레였다. 몸이 통통~해서 말캉말캉한 애벌레. 아니, 애벌레가?? 집에?????? 어제 그것도 애벌레였구나!!!! 이게 무슨 일이야 도대체? 더 놀랐던 것은 잘 보니 바닥에 애벌레가 총 4마리 정도 있었다는 거였다. 아찔했다. 소름이 돋았다. 세상에, 내가 부엌을 이렇게 더럽게 쓴다고?? 아닌데....??? 내가 날파리 애벌레까지는 본 적이 있어도 이렇게 통통한 애벌레는 진짜 처음 보는데, 이게 진짜 실화인가? 어떡해... 어디부터 잘못된 거지? 대체 무엇의 애벌레지? 파리? 뭐야? 어디서 나온거야? 쓰레기통 주변에 모여 있는 것도 아니고, 재활용품 모음 주변에 모여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통통하고 작은 애벌레들 몇마리가 바닥에 흩어져 있는 것이었다. 

보이는 애벌레들을 다 휴지로 싸 쓰레기통에 버리고 막막한 마음으로 싱크대 주변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서 나온 아이들일까... 애벌레라는 건 알을 깠다는 말일텐데 이렇게 큰 애벌레 알이 어디서...? 이상하다... 고민에 고민을 하며 살펴보다가... 원인을 찾고 말았다. 그건 바로...

얼마 전 진주에 내려갔을 때 아빠가 가져가라고 챙겨 준 밤 봉지였다. 워낙 많이 싸주셔서 아직 다 먹지 못하고 남겨둔 채 봉지에 싸놓았는데, 밤 속을 파먹고 사는 애벌레가 봉지를 탈출한 것이었다. 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밤벌레를 알 것이다. 벌레 먹은 밤 안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바로 그 애벌레였다. 와... 세상에... 이미 쪄진 밤 안에 자리 잡은 애벌레들은 자주 보았지만 그들이 탈출한 모습은 처음 봐서, 그 애벌레가 이 애벌레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것이다. 일단 나는 애벌레들이 밤을 떠나서도 살아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아니, 띨띨한 녀석들,  밤을 파먹고 사는 녀석들이 탈출을 뭣하러 한거야?

고무장갑을 끼고 밤 전체를 물에 휘휘 헹군 다음 뜨거운 물을 올린 찜기에 푸욱 쪘다. 다 쪄진 밤들을 칼로 반을 갈랐다. 밤은 자고로 푹 찐 다음 칼로 반을 쩍 갈라 숟가락으로 퍼먹는 게 제맛 아니겠나. 전체 밤의 1/3 정도는 이미 벌레 먹은 상태였다. 아직 탈출하지 않은 애벌레들이 밤 안에 고스란히 있었다. 으... 너희들... 어흐. 다시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멀쩡한 밤들은 맛있게 먹었다. 냠냠...  

오늘의 교훈. 밤을 보관할 때는 밤벌레 주의하자...


이 녀석의 정식 이름은 밤바구미 라고 합니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곤충애호가들이 밤바구미를 키우기도 하네요. 세상엔 정말 변태가 많다니까 흐흐. 어으 ~ 징그럿 


Comments

Anonymous

虫嫌いの僕は文を読むだけでも辛い...実際にそれを見たら死ぬww

Anonymous

Wow, good thing you found the cause of that. And glad they didn't get to eat all the nuts. Larvas are so disgusting!

Anonymous

It looks like me, every morning. :D

Anonymous

사진으로는 귀엽게 생겼네요😲

Ronny [Rendition]

As long as you found the cause of it, everything should be good. Let's hope they didn't lay eggs yet or you found and cleaned them all.

rambam

But they just wanted to be friends 😢 and you threw them out 😭

Anonymous

사진만 보면 귀엽게 생겼지만.... 실물은 사양하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