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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바빠지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가, 은자를 산 이후로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 갈수록 느끼는 점이 있다. 다시 만나고 싶고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전자를 엄밀히 말하면 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어떤 사람과는 이야기를 하면 할 말이 없다. 내게 들려줄 말이 없는 것인지 입을 닫고 있기도 한다. 내 이야기만 계속 하자니 자아도취된 사람 같고, 그렇다고 질문을 하자니 혹시 실례되는 선을 넘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다. 그 상대가 비교적 가까운 친구일 경우는 그런 상황에는 결국 우리 서로가 다 아는 제3자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내 이야기도 너의 이야기도 더 할 것이 없으니 남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경우 대부분은 소위 말하는 뒷담을 하게 되지. 좋은 말보다는 나쁜 말이 재미있으니까 말이다. 심한 비난은 아니더라도 그렇게 '가벼운 뒷담'으로 깔깔대며 시간을 보내고 귀가를 하게 되면 그 날 당일은 재미있었을지라도 그 친구를 또 만나고 싶은 마음이 크게 들지는 않는다. 또 만나면 이번에는 또 누구의 이야기를 해야 하나 싶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제3자에게 별로 관심도 없고 관심을 쓸 시간도 없는데 말이다.

반면 어떤 사람은 나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귀담아 들어주며 자신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이야기해준다. 서로 고민을 상담하기도 하고 조언을 구하기도 하며 서로 진심으로 그 조언을 새겨 듣는다. 서로 몸 담고 있는 분야가 다른 경우 대화는 훨씬 더 재미있다. 나와 네가 아닌 다른 제3자의 이야기는 커녕, 이름도 나올 새가 없다. 지금 서로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데 우리와 관련도 없는 다른 사람의 일에 왈가왈부할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좋은 이야기를 해도 서로의 이야기, 나쁜 험담을 해도 자기 자신을 반성하고 고백하고 드러내는 맥락에서 하게 되니 대화가 끝나고 나면 반성도 할 수 있게 된다. 헤어질 시간이 되어 일어나면서도 진심으로 아쉽고, 다음 약속을 벌써 기대하게 되고, 여전히 묻고 싶고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내게 남는 게 시간밖에 없던 시절에는 대화가 즐겁지 않은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참 많았다. 상대방이 말이 없는 경우는 그 자리의 분위기를 풀기 위해 내가 주로 더 많이 말을 하곤 했었고 자연히 나는 말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싹싹하게 분위기 잘 맞추는 아이. 그게 나였다. 하지만 사실 나도 이런 저런 대화 주제를 생각해내가며 말하는 것보다 그냥 입 닫고 있는 게 편하단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말은 많이 할수록 말실수를 할 확률도 높아지지 않는가. 많이 할수록 불리한 게 말이란 걸 알고 있으면서도 '즐거운 대화' , '즐거운 자리'를 만들기 위해 억지로 노력했던 것이다. 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하게 되고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듣게 되기도 하고, 겉으로는 항상 즐겁지만 속으로는 에너지를 빼앗기고 고갈되어 갔던 것 같다. 

최근에 나는 남녀를 통틀어 여러 지인들과 오랜만에 만남을 가졌는데, 헤어질 때는 모두에게 "곧 또 보자!" 라고 했지만 사실 진심으로 "가능한 빨리 곧" 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은 여자 지인 한 명이었다. (내 시선의 일기니까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 지는 논외로 하겠다.) 모두와의 시간이 진심으로 즐거웠지만, '다시' 만나고 싶은 것은 다른 이야기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과 소개팅을 했는데 그 당일은 진심으로 즐겁게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카페도 갈 수 있겠지만, 헤어져 집에 오고 나서는 서로 애프터를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시' 보고 싶은 사람. 그 기준이 '대화'로 바뀌어 가고 있구나를 확신하게 되는 요즘이다.

이야기를 듣고 싶다. 내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데에 시간을 내고 싶어진다.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매력적이고 궁금한 사람을 또 보고 싶다. 그 사람과 다음에 나눌 대화가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마치 드라마 다음회가 빨리 보고 싶고 궁금한 것처럼. 내가 곧 다시 만나고 싶다고 느낀 여자 지인은, 객관적으로 남들 눈에도 그렇긴 하지만, 내 눈에 특별히 더 너무 예쁘고 매력적이고 진취적이며 멋있었다. "전 00씨가 처음부터 진짜 너무 좋았어요." 라는 말을 몇 번 했는지 모르겠다. 진짜 그랬었다. 3-4년 전 처음 봤을 때부터 나는 그녀의 말투,목소리,화법,주관이 다 마음에 들었고 눈여겨 보게 되었었다. 갈수록 매력적인 사람. 아름다운 사람. 

나 스스로는 관연 그런 사람인가를 스스로 돌아보고 좌절하기도 한다. 나도 정말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데. 

오늘도 이렇게 욕심만 커진다.  

Comments

Anonymous

また会いたいその女性の方はとても素敵な人なんですね^^

Ronny [Rendition]

There is a saying: "Interested is interesting". There is a lot of wisdom in that saying. The most interesting conversations develop when both parties take serious interest in each other. Basically, by asking the other person questions about themselves, you give them permission to talk about themselves without appearing narcisstic. When talking about third parties, it's usually just gossip. A few rare exceptions are when 2 people try to plan things like gifts or a surprise party for another person. Or if you're working together to find a solution for a problem that you know this third party has.

Anonymous

Since you are communicating with us, every single day. We must be okay in your eyes, right ? 🥰

rambam

Gossip is actually a natural way people bond so don't feel too bad about doing it, most people do it l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