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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슬픈 소식을 접했다. 너무나 어리고 아름다운 설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충격적 소식을. 유명인들의 죽음은 그들을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크든 작든 미치게 마련이다. 스스로에게 조금 놀랐던 건, 수년 전 종현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보다는 마음이 빨리 진정되었다는 것. 놀람의 정도는 비슷하나 놀람에서 안타까움과 슬픔으로 변모하는 속도가 전보다 빨랐다. 아마 망각과 무관심으로 가는 속도도 더 빠를 것이다. 유명인의 죽음 소식에조차 적응하는 내 자신이 씁슬했다.

그래, 결국 내 일상에는 영향이 없고 나는 여전히 내일을 기대하며 걱정하며 불안해하며 살아간다. 조조와 놀고 장난치며 부둥켜 안고 살아간다. 삶은 오로지 나의 시선으로 기록되고 가끔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절망적일 때가 있다. 시야가 좁아지며 그 순간에 매몰되어 버리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걸 지나고 태양 아래 꽃들 나무들을 보면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는 것을. 작은 들풀의 생명력에도 신비로움과 감격스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을. 꽃처럼 아름답고 빛나던 설리의 삶은 40대 50대 60대를 경험해보지 못하고 끝나고 말았다. ‘옛날에 내가 참 인기 많았었다고~ 노브라 인식도 사실 내가 바꾼 것 아니겠어요?’ 하며 털털하게 웃는 미래의 할머니 설리는 이제 볼 수 없다.

두려운 내일에도 한줄기 즐거움은 있다고 믿는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삶은 그래왔다. 답이 없는 것 같이 같이 괴로웠던 순간들도 지나고 나니 그저 그리운 순간들이었다. 삶에는 미련을 좀 가지는 편이 좋다. 우리는 왜 태어났는지 무엇을 위해 누구에 의해 존재하게 되었는지 왜 살아가는지 왜 죽어야 하는지 , 모두가 궁금해하는 그 이유를 결국 우리는 알 수 없다. 그저, 주어진 운명이니 기왕이면 미련도 가져가며 하루 하루 작은 즐거움을 찾으며 살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 분명히 있을텐데. 분명히... 그래야 하는데.

나의 외할아버지도 자살을 했다. 외할아버지의 삶은 한 평생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만 끼친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지막 가는 길의 선택까지도 모두를 상처주는 방법이었다는 생각에 손녀인 나는 사실 슬픔도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장례식장 직원이 ‘장녀인가요? 그럼 따라와요’ 하고 데려가 염을 했던 기억은 내 인생에 손꼽히는 최악의 트라우마로 남았다. ‘손녀분 할아버지 얼굴 한번 쓰다듬어 주세요~’ 해서 얼굴을 만지는데 손이 덜덜 떨렸다. 그 무서운 감정은 무엇을 향한 것인지도 불분명했다. 죽음 그 자체를 향한 것 같기도 했다. 사흘동안 장례식장을 찾은 손님 수는 아주 적었지만 그 적은 손님들에게도 사인을 이야기할 때면 미리 입을 맞춰 둔 거짓말을 해야 했다. 충격을 받은 것도 모자라 연극까지 해야 했다. 사실 이 장례식 때 나는 너무나 차가운 사람이었고 느낀 점도 너무나 차가웠다. 차마 내가 엄마한테 느낀 점을 말했던 내용은 일기에 쓰지를 못하겠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 라는 도덕적 질책을 들을 것만 같아서. 사흘 동안 나는 정신이 나가 있었고 서울로 돌아온 집에서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이상 행동을 했다. 스트레스를 어떻게든 분출해야 했었다. 결과로 나의 머리는 초 초 초 샤기컷이 되었고 (늑대 인간 머리 느낌 ) 유행 다 지난 샤기컷으로 지낼 수 없어 가발사이트를 애용하게 되었더랬지.

이런 소식을 들으면 본인과 가족 모두를 생각하게 된다. 처음에는 가족으로 이후에는 내가 직접 느낀 우울의 무서움으로... 이제는 더 이상 남얘기가 아닌 것이 되어버린 주제. 그래서 더 가슴 아픈 소식이다. 그래도 세상은, 삶은 아름다운데. 보잘 것 없지만 의미도 없지만 결국 사라지고 잊혀질 것이지만 그래도, 하찮은 웃음 하나가 아름다운데...

기억하고 가는 세상이라도 ,잠시라도 아름다웠기를 바라본다.

Comments

Anonymous

Yep, i heard that aswell. Posted my respect. This industry is merciless, that's the cost of being a star. And fame can be hurtful. RIP f(x) Sulli

rambam

That was the first news I saw when I woke up today, it's very sad. I've been following her for years now and was hoping she could get back into music since she showed interest in doing that again. She suffered a lot from attacks from people online and it's sad that it led to this when she had a full life left for her. I love the content that comes out of Korea but at the same time the audience can be so vicious and I think it's something that needs to be addressed because this has happened multiple times now and people talk about it for a while and then forget. I hope her family can find some closure and I know I will for sure miss her and wish she hadn't gone through all the online bullying. Rest easy Sulli, we'll miss you.

Anonymous

이런 소식을 접할때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게 다무슨소용인가 다부질없다라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그럼에도 언제그랬냐는듯 하루하루 살아가는걸 보면 인생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은 평생 생각해야할 질문이 아닌가 싶네요. 참 안타까운 하루였습니다.

Ronny [Rendition]

... (I'm speechless right now, so observing a minute's silence...)

Anonymous

正直あまり知らないのですが、若くして亡くなったこと本当に悲しい…

Anonymous

Yes, this industry... even tho we do love them, it's so hard to live like that. They must surrender their lives, and the pressure is insane. Physical and mental. And the fans can be either lovely and great but also dangerous and dreadful. Celebrities are really exposed to that. Also korean society seems to push everyone to the limits, toward perfection. Even more than any country i've seen. But not everyone can take it, it is the country with the highest number of suicide. This kind of news are so sad. She was so young... Celebrities have two faces, one for the world and one for the family and close friends. We can't help someone unless they let us in. This week start badly... i hope it will get better. 😢

Anonymous

저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적이 있지만 염을할때 만지게 한 적은 없는데... 쇼킹하네요 ㄷㄷㄷ 샤키컷의 유래가 그런거엿네요...😭

Anonymous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에 댓글을 남기는 건 조심스럽다. 하지만 마지막 두 문단이 걸리기는 한다. 이놈의 오지랖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