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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2주간의 신혼여행에서 돌아왔다. 동생 집과 이모 집은 별로 멀지 않기 때문에, 여행지에서 사온 기념 선물을 받을 겸 내가 자동차로 (은자!) 데리러 가고 데려다 주고 하기로 했다. (신혼집에서 남편과 사는 것은 12월경 부터라 아직은 동생 혼자 거주하고 있다) 운전 연습을 위해서 새로운 코스를 여기 저기 다니는 것이 도움이 되고 탈 때마다 자동차의 기능들도 하나씩 익힐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먼저 그렇게 하겠다고 제안을 한 것이다.

동생을 이모집에 데려 오는 차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둘만 있는 곳에서 앉아 이야기 하는 것은 5월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5월에는 동생과 약 5년만에 만나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었지. 그 때 이후로 우리사이의 어색함이 그래도 많이 줄어들었다. 조조의 역할이 컸다. 조조를 보고싶어 하는 동생과 제부가 내가 조조랑 이모 집에 머무를 때 자주 놀러오곤 했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동생과 나는 여전히 벌어진 간격을 좁히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 큰 어른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통된 관심사나 대화 주제를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데 오늘 또 하나의 주제를 찾았다. 그건 바로 게임이었다! 얼마 전 나는 팬분으로부터 PS4를 선물 받았더랬다. 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게임기였는데 우리 집에는 tv처럼 커다랗고 선명한 화면이 없기 때문에 이모 집에서 플레이 하고 있었다. 이모 집에 도착한 동생은 플레이 스테이션을 보고 너무나 좋아하며 자기도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라며 게임을 하고 싶다고 했다. 어제 밤 내가 플레이하던 파일을 동생이 플레이하도록 하고 나는 옆에서 지켜봤다. 중간 중간 조언을 하기도 하고 아직 조작이 미숙한 동생을 대신해 부분적으로 내가 대신 플레이 해주기도 했다. 조조는 집에 사람이 놀러 왔는데 자기랑 놀아주지 않고 웬 네모난 기계 앞에서 집중하고 있는 나와 동생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자꾸 방해를 하고 짖었다. 으이구 귀여운 악동녀석.

다시 동생을 데려다 주는 길에 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나와 동생은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참 많이 달랐다. 덜렁대는 나와 꼼꼼한 동생. 시험 기간에 벼락치기하는 나와 평소에 꾸준히 공부하는 동생. 방이 지저분한 나와 정리정돈이 확실한 동생. 그림 대회를 나갔던 나와 IPC솔더링 대회(납땜대회)를 나갔던 동생. 생각하면 할수록 한 배에서 나온 자매가 어쩜 이렇게나 다른가 싶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우주적 운명으로 자매로 태어나서 많은 시간을 함께 공유했다. 한때는 미웠지만, 지금도 얄미울 때가 많지만, 그보다 더 큰 감정인 ‘애잔함’이 마음 속에 자리 잡았다.

동생, 내 동생. 내 인생에 한 번 뿐인 하나 뿐인 내 동생. 짜장면을 먹여 주면 온 입주변에 묻히고 먹던 아기 내 동생. 친구가 자기를 괴롭힌다 싶으면 울면서 내게 와 고자질하던 내 동생. 내가 글씨체를 바꿀 때마다 자꾸만 따라쓰던 내 동생. 경남 진주에서 서울로 고등학교를 보낸 이후 자주 볼 수 없게 됐던 내 동생. 방학 때 서울에서 만날 때마다 느낄 수 있었던 눈에 띄게 차가워져 버렸던 내 동생...

돌이켜보니 모든 것은 어쩌면 사실 환경이었다. 수없이 상상해보았다. 만약 동생이 진주에서 계속 고등학교를 다녔다면 어땠을까? 이모가 동생을 서울로 보내 공부시키자고, 자기가 맡아주겠다고 우리 부모님께 제안을 했을 때, 내가 그것에 동의해 강력하게 이모집에 동생을 보내자고 주장하지 않았었더라면... 어땠을까? 훗날 부모님께 여쭈어 보니, 그렇게 동생을 보내면 우리 4인 가족이 함께 사는 기회는 앞으로 영원히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깊게 고민했었다고 했다. 그리고 정말로 그 때가 마지막이었다. 나와 동생으로 연결되어 있던 아빠와 엄마의 고리가 끊어졌고, 그렇지 않았더라고 가정해 보더라도 서울로 대학을 온 순간부터 나와 동생이 진주로 돌아가게 될 일은 가까운 미래에는 있을 예정이 없었으므로, 그렇게 우리 4인 가족은 영원히 함께할 수 없게 되었다. 무슨 수를 써도 되돌릴 수 없는 아픈 그리움이 되었다.

시간의 힘에 대해 이야기 했었는데, 시간은 그 자리에 존재할 뿐인데도 그것을 스쳐가는 우리에게 수많은 깨우침을 준다. 유한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그 사실 만으로 사람을 기쁘게 슬프게 괴롭게 아프게 하며 그 안에서 사람들은 ‘인생’을 배운다. 변화한다. 그리고... 감사하며 사랑한다. 모든 것을 결국에는 사랑하게 된다. 결국은 사랑이다.

사랑하는 내 동생. 웨딩드레스를 입고 입장하던 내 동생. 축가를 들으며 남편의 손을 꼭 잡던 내 동생. 사랑하는 동생. 내 동생.

갈수록 사랑하는 존재가 많아지고 눈물도 많아지고 수시로 주책바가지가 되는 나를 어쩌면 좋을까?

Comments

Anonymous

PS4で何のゲームしてるんですか??

Anonymous

Ok this one will take a lot longer to translate for me, Papago failed big time lol, or maybe it predicted the future cuz it said you are married with a husband haha. Damn, did you find your Music Hall singer already !? ㅋㅋㅋㅋ I think it's time for me to get back to my korean study ASAP. :D

eunzel

동생=my sister And she is the one got married and came back from her honeymoon :)

Anonymous

확실히 친형제자매이어도 어렸을적에 함께한 기억이 없는 경우는 서먹서먹해요😢

Anonymous

Yeah i got this but Papago translate some part like " (My husband and I have been living in a newlywed house since December, so my brother still lives alone.) " hahaha. I can work on this, it's ok, i'll do it the old fashioned way. Exercice lol.

Ronny [Rendition]

Besides Naver being confused, I still understand that Jojo and a fan-gifted PS4 helped a lot in closing the gap between you and your sister, which is great news. :) I also could feel the sadness of your family breaking apart, but the ode to your sister in the end wrapped it up in a bittersweet mix. Once more you're the good person trying to keep the loose ends close together at least, even if the threads are too short to tie a new knot.

Anonymous

Eunzel is some kind of lovely superglue ! I hope she can see her family come together once more. 😊

rambam

Sounds like you're on your way to having a better relationship with your sister. Bonding over video games sounds great 😄 also use Jojo as a reason to get them over lol just tell them, "if you want to see Jojo you have to come over". I mean who could resist a cute dog? Lol but it's great you're reconnecting with your family and now you can travel on your own to visit since you have a c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