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Patreon)
Content
난 나이로는 이미 훌쩍 어른이지만, 또래 친구들에 비래서는 아이처럼 사는 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생각한 ‘어른’의 이미지는 ‘짱구 아빠’, ‘짱구 엄마’와 같았기 때문이다. (원작은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못말리는 신짱 이 제목이다) 주중에는 회사를 다니고 퇴근 후에 동료들과 맥주 한잔 하며 혹은 집에 와서 맥주 한잔 하며( 빠지지 않는 맥주 ㅋㅋ) 피로를 풀고 잠에 드는 모습. 주말에는 밀린 잠을 자느라 집에 늘어져 있으면서 맛있는거 먹고 배를 벅벅 긁고. 결혼을 했다면 아이들 세끼 식사 등교 등원 챙기고 청소하고 장보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바쁜 모습. 내가 알던 어른은 그런 모습이었다. ‘나’ 를 챙길 여유가 미처 없을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가진 사람들. 그게 어른이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긴 하지만 요즈음의 내 친구들에 비해서도 나는 ‘나를 위한 삶’에 집중하는 편이었다. 큰 돈이 드는 것이나 곯치아픈 일은 되도록 하지 않았고.
하지만 오늘로 나는 어제보다 더 어른이 되었다. 내 명의의 자동차가 생겼기 때문이다. 내가 소유자로 등록되는 무언가가 생기는 건 태어나 처음이다. 재산을 소유한 대가로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책임비들도 생겨났다. 주차장에 주차된 내 차를 보는데 얼떨떨 했다. 쭈욱 주차되어 있는 차들 사이에 이 차가 내 차라니. 문을 열고 차 안에 들어가 앉아 있어도 여전히 기분이 낯설었다. 차가 생각보다 더 커서 그런 기분이 든 것 같기도 했다. 소형 suv 라더니 엄청 크네. 운전 면허 학원에서 몰았던 엑센트도, 연수하며 몰았던 친구의 아반떼도 낯설지 않았는데 이 녀석은 왜 이렇게 낯선거야. 쓸데없이 커... 당황스러우면서도 또 싫지는 않더라. 이미 내 차라서 좋아할 수 밖에 없어서 그런것일지도?
가진 게 없어서 더 아이처럼 살던 어제는 이제 안녕이다. 오늘부터는 나의 그리고 타인의 생명과 직결되는 자동차 소유주가 되었다. 아, 아이러닉하게, 차를 사면서 이제는 차밖에 가진 게 없게 되긴 했는데. 하하하 어떡해야하지~? 파산 안녕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