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Patr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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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그 중 가장 가슴 아픈 것이 사랑이다.
마음은 모래와 같아서 붙잡으려 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고 했던가.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해주었던 사람이 있었다.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는건가 싶었는데도 이런 저런 다른 이유로 내 마음이 먼저 식었더랬다. 카페에 앉아 이별을 이야기하던 그 때, 나보다 5살 많았던 그는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었다.
"나는 괜찮아. 네가 나쁘거나 잘못한 게 아니야. 나도 사귀면서 내가 먼저 마음이 식었던 적이 있었어. 그냥, 나는 아직도 이렇게 좋아하는데 헤어져야 하는게 힘들 뿐이야."
그의 눈물과 말에 마음이 찢어지는 듯 아파 나도 울었지만 그도 나도 알고 있었다. 이미 떠난 마음은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돌릴 수가 없다는 걸. 나는 슬픈 와중에 사실은 홀가분한 기분도 있었을 테지만 그는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후로 단 한번의 연락도 하지 않았던 그 사람. 시간이 지나도 마음 속에 짐으로 남아 몇 년 간 꿈에서 보곤 했었다.
아빠와 엄마가 함께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은 정말로 힘들었다. 그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기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것 같았으니까. 말 그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엄마, 아빠, 동생과 넷이서 식사를 한다거나 가족 여행을 간다거나 하는 일은 내 인생에서 이제 두 번 다시 있을 수 없구나. 그 사실이 너무 가슴아프고 비극적이었다. 마법처럼 지금 이 모든 일들이 없었던 게 되고 다시 예전처럼 살아갈 순 없을까? 수도 없이 생각했었다. 그 때 내가 아빠를 얼마나 미워했는지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너무 미웠다. 너무나 너무나.
사랑이라는 게 그렇다. 가장 아름다우면서 가장 잔인하다. 마음을 뜨겁게 설레게 했다가도, 저릿하게 아프게 하기도 한다. 도대체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가장 슬픈 건,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으니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받아들이는 것을 잘 하게 된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라는 마음으로 많은 것을 바라보게 된다. 태도가 바뀌면서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지만 가장 나쁜 점은, 사랑을 향한 열정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지만, 기대로 가득찼던 그 순수한 눈빛을 잃어버렸다.
최근 들어 유명인들의 파경 소식을 보면 가슴이 많이 아프다. 그들의 걱정을 해서가 아니라, 사랑은 누구에게나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또 한 번 깨닫게 하는 것 같아서다. 운명이라는 게 너무나 야속해서 그게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오늘 갑자기 아빠가 "너는 누구랑 결혼하게 될까 정말 궁금하다" 하고 카톡을 보냈다. "나도 진짜 궁금해" 라고 대답했다. 글쎄, 결혼을 하게 되긴 할까? 난 정말 결혼을 해보고 싶은 사람인데 내 인생에 결혼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토록 미웠던 아빠를 지금은 그 누구보다 사랑한다. 하루라도 더 많이 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환경이 안타까울 뿐이다. 내년에 환갑을 앞둔 아빠는 요즘 들어 부쩍 더 자주 우울해하고 슬퍼할 때가 많다. 나는 그럴때마다 '건강 잘 챙겨' 라는 말로 대화를 마무리하게 된다. 하루라도 더 함께하려면 우리가 건강해야 하니까. 말로라도 이렇게 서로 주의를 주는 것 말고는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우리는 왜 태어나 왜 사는가 를 고민할 때가 많지만 항상 결론은 똑같다.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서. 어떤 형태이건 우리는 결국 사랑을 위해 살다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