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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상 이모집으로 오게 됐고 마침 이모와 동생이 저녁 약속이 있어서 동생이 또 잠시 이모집에 들렀다. 

성인 두명이 같이 있으면 보통 딱히 할 말이 없다. 동생이랑 나는 성격도 너무 다르기 때문에 더 할 말이 없다. 이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주는 보석같은 존재가 조조 왕자님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조 외에도 화제거리가 있었던 것이, 이전에 동생이 말했던 팟캐스트 방송을 나도 우연히 듣기 시작하면서, 동생이 극성팬임을 자처했던 한 패널에 대해서 이야기할 게 생긴거다. 그 패널의 이름을 임의로 철수 라고 하겠다. 

"너가 좋아한다고 했던 사람이 철수지? 팟캐스트 000?"

"어 맞어! 언니 그거 들어봤어?"

“너 그사람 왜 좋아해 근데?"

"너~무 웃겨! 진짜 내 인생 최고야! 내가 ***이나 ###식의 개그 정말 싫어하거든? (참고로 ***과 ###은 범국민적으로 매우 인기를 얻고 있는 사람들)"

"그래? 니 인생 최고? 그 정도라고...?"

"어 진짜. 너무 좋아 ㅋㅋ 나 그거 콘서트도 혼자 갔었는데 성대모사도 준비했었잖아"

"성대모사? 철수 성대모사?"

"아니 거기는 인사시킬 때 그냥 무조건 성대모사 해보세요 이러거든 ㅋㅋ"

"웃긴 포인트가 분명 있긴 한데 나는 그 정도는 아니던데. 나는 영호(가명) 같은 스타일 진짜 좋아하거든, 너 그사람 알아? 되게 유명한데."

"아니 몰라. 어떤 스타일인데?"

"음... 뭐라 설명하기 좀 그런데... 음... 나루토 캐릭터에 비교하자면, 철수는 나루토 느낌이고 영호는 카카시 느낌이라 해야 하나?"

"나루토?"

"응. 니가 생각해도 철수가 카카시 느낌은 아니잖아?"

"아니지."

(갑자기 이모 개입) 이모:"카카시? 그 눈 한쪽 다친 애?"

나" 응 카카시. 뭔가... 너 좀... 아 들이대 들이대! 식의 유머 좋아하는구나? 의외네. "

만화로 비유를 들고 셋 다 알아듣다니. 뭔가...크흠... 어쨌든 순간적으로 생각했지만 꽤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수는 뭔가 모를 근자감을 가지고 과감하게 막 던지는 스타일이고 그렇게 10개를 던지면 그 중 3개 정도가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느낌이다. 동생에게는 10개 모두 취.향.저.격.인거고. 동생이 빵~! 터진 철수의 역대급 멘트로는 "저 엄청 귀엽습니다. 유모차 타고 다녀요." 가 있다. 이미지를 상상할수록 나중에도 문득 빵 터지는 개그. (솔직히 저건 나도 웃기다. 풉...)

반면 영호는 무게감 있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는데 그게 이상하게 웃긴 타입이다. 오히려 철수보다 영호쪽이 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도 같은 것이, 영호는 진짜로 진지하기 때문이다. 맥락을 알고 들어야 더 웃기고 지식이 바탕이 된다면 또 더 웃긴 경우가 많은 그런 개그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영호의 멘트는 한줄로 정리할 만한 게 있지는 않다. 빵! 터지지도 않고 그냥 피식 하게 되는데 그것 때문에 나중에는 특유의 말투 자체가 우습게 느껴지는 정도? 그런데 또 가만 생각해보면 사실 영호보다 더 좋아하는 타입은 따로 있다. 동생이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플랫폼이 팟캐스트이니 그 안에서 골라서 이야기하다보니 영호가 나온거고. 

"유머 센스"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건 엄청난 일인 것 같다. 최고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나는 생각해보면 카리스마 있으면서 유머러스 한 그런 센스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나의 길을 간다'의 느낌인데 그 하나 하나가 너무 재미있는. 인터넷 방송인 중에도 그런 분들이 있고 그런 분들의 방송은 열심히 보게 된다. 너무 매력있다.  내가 가지지 못한 저 센스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 너무 너무 탐이 난다. 나는 나의 길을 가긴 가는데 카리스마 있는 유머가 아니라 어딘가 나사 빠진 유머에서 멈춰버린 사람이 아닐까... 사람들이 보는 눈은 다 비슷한지, 내가 ' 아 저사람 진짜 너무 센스 있다 정말 탐난다' 싶으면 엄청나게 인기가 많더라. 당장 그렇지 않더라도 곧 인기가 폭발하게 되더라. 나는 감히 범접하지도 못할 정도로 펑! 하고. 쩝.  그리고 슬프게도 꼭 머피의 법칙처럼 내가 너무 탐내는 유머 센스를 갖춘 사람은 내게 관심이 털끝만큼도 없더라. 에잇 야속한 세상!

반대로... 철수처럼 재미나 있으면 모를까. 허구한 날 영양가 없는 개그를 던지는 사람에게는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 진지해야 할 관계에서도 수시로 개그톤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의도적으로 가볍게 보여서 상대방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서 그러는 걸까? 그렇다면 적어도 내게는 완전히 실패다. 하긴 누군가와는 코드가 맞을 수도 있겠지. 이래서 취향과 코드는 엄청나게 중요한 것 같다.

어쨌든 정말 오랜만에 동생과 내가 완벽하게 의견이 일치한 부분이 있었다는 면에서 즐거운 대화였다.  

"유머러스한 사람이 최고야!"

Comments

Anonymous

「ユーモラスな人が最高!」 残念ながら私にその才能は備わっていない

Anonymous

僕もユーモラスさ無いわ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