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한테선 김치냄새가~? (Patreon)

평소에 거의 감자 고구마 바나나 망고 수박 등등 과일이나 녹말음식 위주로 먹다가 이모집에 드나들면서 이모가 먹는 방식을 따라 먹는 게 몇가지 생겼다. 이모는 집에 있는 신선한 재료들로 재료의 맛을 살려 간단하게 요리해 먹는 걸 좋아하는데 그래서 이모덕에 최근에 자주 먹는게 애호박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한때 미니밤호박에 빠져서 하루에 7개씩 주식으로 먹다가 심슨이 된 적이 있었다. 보는 사람마다 노랗다고 하고 유튜브 영상에도 외국 시청자들이 “치토스 먹고 찍었니? 너 손이 왜이렇게 노래?” 하는 댓글들 천지였었지... 그 이후로 너무 맛있지만 피부 색을 위해 호박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애호박은 그런 걱정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이모는 애호박,양파에 들기름 아주 살짝 두르고 뚝배기에 푹 익힌 다음 새우젓으로 간을 해서 반찬으로 먹는데 나도 만들어 달라고 해서 먹어보니 아주 맛있었다. 집에 와서도 양파,애호박만 넣고 냄비에 익힌 다음 쌈야채에 고춧가루간장소스찍어 싸먹으니 그렇게 꿀맛이 없었다. 그런데 한동안 즐겨 먹다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조조에게 삶은 감자를 손으로 동글동글 뭉쳐서 후후 불어 식혀서 먹이고 있는데 자꾸 손가락에서 양파 냄새가 나는거다. 쪼쪼한테는 양파가 안좋기 때문에 “왜 양파 냄새가 나지? “하고 손을 씻었다. 둔할 땐 한없이 둔한 편이라 양파를 썰지 않은 날인데도 “내가 손을 깨끗이 안씻었나? 손톱밑에 양파가 남아 있나???” 하며 손을 자꾸 씻은거다. 그런데도 양파 냄새가 계속 났다.

이상하네 내 코가 이상한가? 하며 지나쳤는데 이 일은 자꾸 반복되었다. 바로... 내가 양파를 먹은 다음 날 ㅋㅋㅋ 아 진짜. 평소에 먹는게 무취의 음식들이다보니 특유의 향이 강한 양파를 먹으면 바로 몸에 반응이 나타나는 거다. 삶은 감자를 뭉치다보면 손이 뜨거워지고 그 때 어떤 원리로 손끝에서 장풍 쏘듯 (땀이 나는건지 뭔지) 양파 냄새가 났던 것이다. 세상에 이럴수가. 검색해보니 실제로 양파, 마늘은 체취를 나쁘게 하는 식재료들이라고 한다. 양파와 마늘?? 그건 김치! 김치잖아!

외국사람들이 한국인한테 김치 냄새 난다고 하는 건 인종 차별이 아니라 진짜라는 걸 이번에 100000% 깨닫게 되었다. 물론 이걸 대놓고 이야기해서 무안을 주면 나쁜녀석인거지만. 서양인들한 서는 치즈냄새가 난다고 하고. 생각해보니 예전에 한 일본 친구한테서는 그렇게 우유냄새가 심하게 났었다. 실제로 유제품을 즐겨 먹는 지는 모르겠었지만 유유 특유의 냄새를 싫어하는 나는 그 친구의 체취가 자꾸 신경쓰였던 기억이 난다.

여하튼 오래 자연식물식을 하다보니 다른 음식을 먹으면 바로 보이는 게 매번 신기하다. 이 매력에 자연식물식 하지. 그나저나 손끝 알싸한 양파냄새 이것 참 고민이다. 지금 한망을 사둬서 저건 다 먹을건데 다먹고 나면 또 사는 걸 고민을 좀 해봐야겠는거다. 먹을 때는 참 아삭하면서 달달한게 맛있는데...자연식물식을 하면서 ‘냄새없는’ 삶에 만족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양파라는 리스크를 가져가야 할지 말아야할지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