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진짜 재밌었다 그치?" (Patr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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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 살짝 넘어 해가 다 지고 바람이 선선할 때 오늘의 두번째 산책을 조조랑 다녀 오는 길. 초등학생 남자 아이들 두명이 나를 스쳐 지나가면서 한명이 자기 친구한테 얘기했다. "오늘 진짜 재밌었다 그치?"
"응~" 다른 아이가 대답하면서 지나가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멈춰서 걸어 가는 아이들 등뒤를 잠시 바라봤다. 얼마나 재미 있었으면 집에 들어가기 전에 다시 생각해봐도 진짜 재미있었을까. 또 그런 자기 감정을 소리내서 말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순수하고 귀여워서 괜히 마음이 찡 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지금 이 하루 하루가 다시는 오지 않을 날들 이라거나 지금처럼 순수한 때는 앞으로 없을 것 이라거나 하는 시간의 소중함이나 속도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그걸 인지해야 비로소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인지하지 못할 때야말로 걱정 없이 즐겁게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소리내서 "오늘 진짜 재미있었다" 라고 이야기 한 게 언제인지.
난 사실 아이들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요즘들어 사람들이 왜 아이들을 좋아하게 되는지는 알 것도 같다. 어른이 되면서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면 될수록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켠이 아리는 게 아닐까? 아이들에게도 한번밖에 없는 시간인 걸 어른인 나는 아니까,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그저 행복하고 좋은 시간을 주고 싶은 그런 마음?
조조에게 조금 더 좋은 시간을 주고 싶어서 예정보다 길게 산책을 하고 들어왔다. 조조야 오늘은 엄마가 일하는 날이라 진짜 재밌었던 하루는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엄마 일하다 휴식하는 잠깐씩이나마 우리 오늘도 즐거웠지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