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 깜빡 (Patreon)

시간이 허투루 쓰이는 걸 굉장히 아까워 하는 것 치고 난 정말 많은 시간을 물건을 찾는 데 허비한다. 매번 반성하는 데 이게 참 잘 고쳐지지가 않는다. 사람의 본성이란...

어제밤부터 찾던 이어폰이 도무지 보이질 않았다. 영상 촬영용으로 젠하이저에서 40만원 주고 샀던 이어폰이라 함부로 일어버려도 될 물건이 아니었는데도 보이질 않는거다. 촬영방을 뒤지고 수납장을 뒤지고 옷장도 뒤지고 의자에 걸려 있는 옷 주머니도 다 뒤지고 가방들도 다 뒤졌는데 나오지 않으니 슬슬 아찔해졌다. 자전거 타고 산책나갈 때 주머니에 넣었다가 길바닥에 떨어뜨린 것 같았다. 아...

작은 돈도 쉽게 쓰지 말고 가치 소비를 지향하자고 결심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깜빡 깜빡 덜렁거림으로 40만원을 날려버리다니. 속상했다. "내가 너 언젠가는 덜렁거리다 잃어버릴 줄 알았지~" 하는 비아냥이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오후 2시무렵까지 계속 찾다가 결국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앞으로를 위해 반성을 하기 시작했다. 이 일을 계기로 오늘에야 말로 미루었던 '촬영장비 한 곳에 모으기' 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박스를 하나 찾아 카메라, 마이크 등등을 한 곳에 모았다. 됐어. 이제 앞으로는 매번 맞는 usb, 이어폰, 장비 찾느라 아까운 시간 허비하지 말고 여기에서 찾자. 40만원을 잃어버렸지만 앞으로 40만원 이상의 시간을 아끼고 일을 하면 되는거야. 앞으로 똑같은 일이 생기지 않게 하면 되는거야. 힘내자.

조조 산책 겸 장을 보러 가기 위해 장바구니를 찾아 꺼냈다. 매번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사서 거기에 담아오곤 했었는데 최근에는 봉투도 괜히 많이 쌓아두지 말고 꼭 필요할 때 사자는 생각이 들어 장바구니를 쓰기 시작했다. 장바구니를 열었는데 그 안에 젠하이저 이어폰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