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는 것 (Patr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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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서 기분이 가장 안좋을 때는 단연코,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 데 집이 조용할 때다. 생각해보면 가족들이랑 살 때도 집에 나 혼자 남게 되면서 그런 적이 한 번 씩 있었는데 그 때도 기분이 참 이상했더랬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데 저녁에 그러면 묘하게 기분이 참 그렇단 말이야. 아마 아침에 일어나면 지금부터 사람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할거란 걸 아는데 저녁에는 이제 점점 다들 집안으로 들어가서 안보이고 정말 나 혼자가 될거라는 그 생각 때문일까...? 원룸에 살며 방송했을 때는 낮밤이 수시로 바뀌어서 이런 일이 잦았는데 심각하게 정신건강에 안 좋았다. 그 황폐함이란.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나 혼자만 이 세상에 남았다든가 하는 내용의 영화들이 나오는 걸 보면 ‘혼자 남겨지는 두려움’을 느끼는 건 역시 나 뿐만은 아니다. 주인공들이 열심히 멘탈을 잡아 보지만 결국 미쳐버리곤 하지 않는가. 조조를 데려오고 나서 내 삶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해진 것도, 요즘 이모집을 오가며 더 행복해진 것도 함께하는 기쁨 때문이지 않나 싶다. 조조를 보면서 내가 열심히 살아야 할 긍정적인 의무감을 느끼게 된다. 속상한 일들이 있어도 이모한테 잠깐 털어놓고 나 스스로를 더 개발하자 라는 결론으로 잘 마무리 짓곤 하는데 그럼 한결 마음이 편하다.
친구들과의 교류가 별로 없는 나는 분명 지금보다 훨씬 훨씬 외롭고 고독해야 할텐데 그럼에도 행복한 건 내 팬분들과 시청자분들 덕분인 것 같다. 내 컨텐츠와 방송을 기다려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기적같은 일이다. 영상을 올려도 한동안 조회수가 0이던 시절 얼마나 외로웠던가. 트위치로 옮긴 후 방송을 켜고 5분을 기다려도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을 때 얼마나 고독하고 뻘쭘했던가.
많진 않아도 함께 수다 떨며 웃을 만큼의 시청자분들이 들어와 주는 요즘이 참 행복하다. 얼마나 신나게 흔들어 재끼며 방송을 했던지 꿀낮잠을 잤는데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이모랑 조조가 시끌 시끌 놀고 있어서 또 행복했다. 흠. 정말로 이모랑 같이 살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거야 하는 생각을 해본다. 2020년 6월에는 이사를 하긴 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이모 집이 과연 언제 팔릴까?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