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Artists Posts Import Register

Content

사건이 끝난 뒤, 유 님을 비롯해 리세 님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수사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점점 조사가 진행되면서 음모의 전모가 확실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건의 주모자는 역시 리세 님이었다. 그녀는 유 님을 차기 교황으로 삼기 위해 교황 성하를 시해하려고 이번 계획을 세웠다. 경비 책임자를 맡아서 전체 경비 계획을 파악했고, 그 빈틈을 노려 마도구를 반입해 들어와서 마족을 소환하려고 했다. 결국 그 시도는 실패했지만 그 대신 사라스가 마족을 끌어들였고, 결과적으로는 이런 형태로 완성된 모양이었다. 리세 님에게 협력했던 자의 증언에 의하면 도로테아와 나도 암살 대상이었다고 한다. 도로테아는 왕국을 위기에 몰아넣은 적이고, 나는 유 님의 왕위 계승을 방해했던 원수라고 한다. 사라스의 행방은 결국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 자식의 탈옥에는 역시나 리세 님의 조력이 있었던 모양이었지만, 그 후의 행적을 붙잡을 수 없었다. 그 때 회담장에 있었다는 사실은 틀림없는 것 같지만, 우리도 익히 아는 모습을 바꾸는 마도구를 사용하고 있었는지, 어떻게 그 자리에 숨어들어 올 수 있었는가, 그리고 어디로 사라진 건가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상드린 씨를 조종했던 것도 그 자식이었다. 그 자식은 자신의 특기인 암시마법을 써서 상드린 씨에게 잠재적인 최면을 걸었다. 바우어의 전문가가 조사 해본 결과 그 로자리오가 시동키였던 모양이라, 상드린 씨가 교황 성하의 신체에 손을 댈 때 로자리오에 키스 했던 게 스위치가 돼서 교황 암살 범행을 저지르도록 암시를 걸어놨던 것 같았다. 하여간 정말로 되먹지 못한 자식이다. 상드린 씨는 혐의를 풀고 무죄방면됐다. 앞으로도 그녀는 자신이 경애하는 교황 성하를 위해서 독 검사를 계속하겠지. 이제 교황 성하의 대역을 할 필요는 없지만, 혹시나 교황 성하가 갑자기 말랐다고 소동이 일어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알레어의 요리 덕분에 조금은 살이 올랐다는 말을 했으니 아마도 괜찮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유 님한테도 수사의 손길이 뻗쳤지만 그녀가 결백하다는 사실은 금방 드러났다. 무엇보다 관계자 전원이 입을 모아서 이렇게 증언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리세 님의 독단이고, 유 님은 아무것도 몰랐다, 라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지만 리세 님은 결국 이렇게 될 거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이전에 도르 님이 말씀했던 것처럼 리세 님이라면 자신이 관여했다는 사실과 증거를 남기지 않는 방법을 얼마든지 취할 수 있었을 테니까. 그런데도 그렇게 할 수 없었던, 혹은 그렇게 하지 않았던 이유는, 증거 인멸보다도 유 님의 결백이 증명되는 걸 우선했기 때문은 아닐까. 계획이 실패로 끝났을 때, 유 님에게 누가 미치지 않도록 미리 철저히 준비해놨던 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와서는 리세 님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유 님은 사건 후로도 겉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살짝 가라앉은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언제나 부드러운 웃음을 짓고 있는데다, 자포자기하는 것 같은 태도도 아니었다. 미샤가 그런 그녀의 모습을 애처로운 무언가를 보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구도를 여러 번 목격했다. 사건이 끝나고 1주일 정도 지난 어느 날 밤이었다. 바우어 유학단 기숙사에 있는 우리 방에서 클레어 님과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옆방에서 말다툼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레이.” “네.” 클레어 님의 재촉에, 나는 옆방으로 향했다. 초인종을 울리자, 잠시 후에 미샤가 나왔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는 저번보다도 훨씬 새빨개져 있었다. “……미안해.” “갑자기 사과부터 하지 말아줘. 일단 들어가도 될까?” “으응…….” 나는 미샤의 눈물을 못 본척 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야아, 레이. 또 폐를 끼치고 말았나 보네. 미안.” 유 님은 평소와 다르지 않아보였다. 유유히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었나요?” “사건 후로 내가 전혀 웃지 않는다고 미샤가 말해서 말이야. 그래서 그렇지 않다고 말했을 뿐인데…….” 유 님이 웃지 않는다? 아니, 지금도 유 님은 평온하게 웃고 있는데. “꾸며낸 웃음은 그만둬 주세요. 다른 사람은 속을지 몰라도 저는 알 수 있어요.” “지나친 생각이야, 미샤. 나는 이미 다 극복했어.” “거짓말이에요!” 미샤가 이렇게까지 이성을 잃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건 드문 일이다. 나로선 알 수 없었지만, 지금까지 계속 유 님을 지켜봐왔던 그녀만이 알아 챌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던 걸까. “저는 리세 님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유 님에게 이런 마음을 품게 만들다니……. 친 어머니인데도 어째서 그런 바보같은 짓을……!” 요전에 유 님과 미샤가 옥신각신 다퉜던 때와는 달리, 미샤는 리세 님을 원망하고 있었다. 그녀입장에서 보면, 믿고 싶었는데 결국은 배신당했다는 심정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이성병 일도 그렇고, 이번 일도 그렇고, 객관적으로 보자면 리세 님이 했던 일은 몹시도 제멋대로에 독선적이고, 유 님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그렇다해도, 어머니는 나를 생각하고 계셨어. 그것 만큼은 분명 틀림없는 사실이야, 미샤.” “유 님…….” 유 님은 뭔가 포기한 듯이, 그러면서도 괴로워하는 듯이, 그런 복잡한 음색으로 말했다. 미샤는 그런 유 님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잘못되었다. 그녀가 한 일은 범죄고, 나에게 했던 일들도 전부 나로선 고통일 뿐이었어.” “그렇다면——!”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건, 어머니의 사랑이었어. 나는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 성난 기색의 미샤를 제지하면서, 유 님은 말을 이었다. “어머니의 행동은 전부 다 잘못되어 있었지만, 결코 사리사욕을 위한 게 아니었어. 방향성도 틀렸고, 그저 헛돌기만 했어도 모든 게 나를 위한 마음에 했던 거였어. 일그러져 있긴해도, 그건 어머니 나름대로 애정을 표하는 방법이었던 거야.” 유 님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미샤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그녀는 알 수 있었던 거겠지. 적어도 지금 유 님이 짓고 있는 미소는 꾸며낸 웃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줄곧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어. 그녀는 언제나 나를 괴롭히고 싶어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하지만 아마도 그게 아냐. 아닌거야. 그 때, 폭발에서 몸을 던져 나를 지켜줬던 그 사람은 틀림없이 내 어머니였어.” 마지막 이별을 떠올리고 있는 건지 유 님은 오른손을 꾸욱 쥐었다. 그 모습을 본 미샤가 그 손 위로 자신의 손을 덮었다. 미샤도 이제는 유 님의 웃음이 꾸며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두 사람 사이에 오해는 없다. “나는 어머니와 마지막까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어. 그건 정말로 슬픈 일인 거네. 그러니까 미샤, 너와는 그런 엇갈림을 겪고 싶지 않아.” 거기까지 말하고서 유 님은 미샤의 손을 쥐며, 미샤의 붉은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지금이야말로 너에게 말할게. 언제나 나를 지탱해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내 힘이 되어줬으면 해. 가능하면 죽음이 우리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 “유 님……!” 미샤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유 님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나는 미샤가 이렇게나 흐트러진 모습으로 우는 걸 처음 봤다. “걱정을 끼쳐서 미안해. 앞으로도 잔뜩 걱정을 끼칠 거라고 생각해. 그래도 내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네……네……!” 유 님은 정말로 따뜻한 표정으로 미샤의 은빛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미샤는 목소리로 완성되지 못한 목소리로 몇 번이고 답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제 괜찮겠지. 그건 그렇다치고. “저기—……, 저 방해되나요?” 걱정돼서 와봤더니 지금 나한테 무슨 꼴을 보여주는 거람. 나는 어쩐지 허무해져서 나도 모르게 훼방을 놓았다. 그치만 이 사람들, 지금 둘만의 세계에 너무 빠져있잖아. “아아, 미안 미안. 좋은 기회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기도 모르게 고백씬을 지켜봐야하는 제 입장이 한 번 되어보세요.” “하지만 우리들도 혁명 때 그걸 지켜봐야 했었는데?” “윽…… 그건 또 그랬습니다만…….” 유 님이 마치 놀리는 것처럼 말했다. 큰일났다. 나는 애초에 유 님한테는 말로 이길 수 없다. 이 너구리 자식. “어쨌든 이제 두사람은 괜찮은 걸로 좋은 거죠?” “응, 걱정은 필요 없어. 미샤도 괜찮은 거지?”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하는 유 님, 그러나. “괜찮지 않습니다. 지금 하신 말이 진심이라면 증거를 주세요.” 미샤의 입에서 대담한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내 눈이 점이 됐다. 유 님도 깜짝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증거?” “네, 증거입니다.” “으음……. 자, 그렇다는데 어떻게 할래, 레이? 보고 갈래?”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빙글 몸을 돌려서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몸을 돌리기 직전에 두 사람의 모습이 겹쳐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어땠나요?” 방으로 돌아오자 클레어 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맞아주셨다. “걱정해서 손해봤습니다. 클레어 님, 잠깐 괜찮을까요?” “네? 자……잠깐만요, 레이. 잡아당기지 말아줘요. 벌써 자려고요?” “안 잡니다. 낯 뜨거운 모습을 봤기 때문에 욕구불만을 좀 해소하겠습니다.” 애초에 카게무샤 역할을 하느라 요 며칠간 클레어 님 부족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안 그래도 속이 바짝 타고 있던 마당에 그런 걸 봐버렸으니 그냥 넘어갈 수 있을 쏘냐. “자, 잠깐만 기다려요, 레이! 할 거라면 제대로 순서를 밟아서——” “못 기다립니다.” 여전히 저항하려고 하는 클레어 님의 입을 막으면서 나는 욕망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사랑은 맹목적인 거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리세 님도 어떤 의미로는 그랬던 걸지도 모른다. 그녀의 삶의 방식은 결코 칭찬 받을만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마찬가지로 사랑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있어서 그녀의 삶의 방식은 눈부셨다. 마지막은 자신의 아이를 몸을 던져 지켜낸 그녀. 나도 언젠가 메이나 알레어를 위해서 이 몸을 바칠 수 있을까. 만약에 그게 클레어 님을 함께 저울질 하게 된다고 해도. 그건 너무나도 괴로운 상상이라서, 나는 마치 그 생각에서 도망치는 것처럼 클레어 님의 몸을 탐했다. 설령 언젠가는 결단을 내려야할 때가 온다고 하더라도, 지금 만큼은. 지금만큼은 이 온기에 응석을 부리고 싶었다. ―――――――― 이번으로 제10장은 종료입니다. 제11장 공개까지, 또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 오래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Comments

No comments found for this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