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 강습 (Pixiv Fanbox)
Published:
2020-03-18 10:00:05
Imported:
2022-04
Content
*아래의 번역은 "와타오시 번역"의 협력으로 실현되었습니다.고마워요, "와타오시 번역"
드디어 회담 당일이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진짜 회담 때는 당연히 성하 본인이 나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발을 내리고서 내가 대신 선 다음 미샤가 풍마법으로 교황 성하의 목소리를 전달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해, 회담에는 내가 나가는 것이다.
그 사실을 설명하면서 리세 님은,
“아마 사실을 알게 된다면 도로테아 폐하는 격노할 테지만, 큰일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법이죠.”
하고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교회로서도 본의는 아닌 거겠지.
나는 이미 회장에 설치된 발 안쪽에 들어가 있었다.
이제 다음은 도로테아를 비롯한 제국 사람들이 입장할 예정이기 때문에 미리 대기중이다.
발 주변에는 경비병들이 서 있었고, 그 중에는 클레어 님, 릴리 님, 미샤, 그리고 나인 척 하고 있는 교황 성하의 모습이 있었다.
교황 성하는 발이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봤을 때, 도로테아의 자리와는 반대편에 서 있었다.
도로테아가 볼 수 없는 위치기 때문에, 말할 때 입이 움직여도 괜찮을 거라는 계산이다.
“도로테아 나, 황제 폐하가 입장하십니다.”
회담장에 들어오는 도로테아는 평소처럼 칠흑의 갑주 차림이었다.
이게 그녀의 정장이라는 거겠지.
망토를 휘날리면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더니, 내 자리 앞에 서서는 자신의 이름을 댔다.
“도로테아 나라고 한다. 이번에는 소득이 있는 회담이길 바란다.”
짧게 말하고서, 의자에 털썩 앉았다.
옆에 있던 신하의 얼굴이 새파래졌지만, 본인은 태연한 표정이다.
변함없이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다.
그녀에게는 이게 ‘합리적’인 거겠지.
“클라리스 레페테 3세입니다. 오늘은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녀를 대하는 교황 성하는 어디까지나 마이 페이스였다.
인사치레나 외교적 의례를 거의 다 생략하고 있는 건, 아마도 도로테아를 배려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교황 성하가 말을 이었다.
“회담에 앞서서 먼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지?”
“상드린을 시켜서 제 목숨을 노린 건 당신입니까?”
교황 성하의 솔직한 말투에 회담장이 술렁였다.
나도 깜짝 놀랐다.
아무리 도로테아가 솔직하게 말하는 화법이 취향이라곤 해도, 아무래도 이건 너무 솔직한 거 아닌가.
“흠, 네 녀석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자가 있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던 건가. 짐은 아니다…… 라고 말해도 네 녀석은 믿겠는가?”
“믿습니다. 당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파란이 몰아친다.
회장의 분위기가 따끔할 정도로 긴장됐다.
그러나,
“훗…… 후하하하……! 이번 교황은 아무래도 재미있는 인물인 것 같군. 마음에 들었다.”
“감사합니다.”
시원스럽게 웃는 도로테아, 마주하는 교황 성하도 부드럽게 화답했다.
제국 측도 교회 측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네 녀석의 목숨 따위 흥미 없다. 짐의 나라는 지금 교회를 적으로 돌릴만한 여력이 없고 말이다. 이 나라에 있는 한, 네 녀석의 안전은 보장해주지.”
“마음 든든한 말씀입니다. 그럼 회담을 시작하도록 하죠.”
나는 이미 사전에 의논했던 대로, 반쯤 올라가 있는 발 뒤에서 손을 내밀었다.
황제가 그 손을 꽉 쥐었다.
엄청난 힘이다.
아프다.
“흐음…… 그런 건가.”
황제가 뭔가 혼자서 납득하고 있었다.
뭘 혼자서 납득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황제는 히쭉 웃었다.
그 뒤로 회담은 평온하게 진행됐다.
주고받는 내용만 보면 교황 성하가 제국의 지나친 적극외교에 대해 쓴 소리를 날리고, 황제가 그걸 내정간섭은 그만두라고 일축하는, 그런 긴장감이 멤도는 대화였지만 시종일관 어디까지나 외교적인 교섭이었다.
나도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바짝 정신을 차리고 있었지만, 특별히 위험을 느낄 만한 일은 없었다.
이대로 아무 일 없이 끝난다면야,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회담의 막바지에 그 일이 터졌다.
“그나저나 교황. 네 녀석의 방식으로는 일국의 군주와 대면하는데도 대역을 쓰는 건가? 목숨이 노려지고 있다고는 해도 좀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씨익 웃으면서 터트린 황제의 한 마디가, 오늘 하루 중에서도 가장 큰 긴장감을 불러왔다.
……들켰었어?
“뭘 말하는 걸까요.”
“시치미 떼는 건가. 뭐, 그건 됐어. 그러나 저 여자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어이 여자, 그 마도구가 발동하지 않는 게 이상한가?”
황제의 눈길이 한 사람의 여성을 궤뚫고 있었다.
리세 님이었다.
“무, 무슨 말씀이신가요.”
“방금 전부터 네 녀석이 발동시키려고 하고 있는 그 반지, 마도구겠지? 유감스럽지만 그건 사용할 수 없다고.”
“무슨……!”
“네 녀석이 귀띔해준 꾀가 도움이 된 모양이구나, 레이 테일러.”
도로테아는 발 너머의 나를 보면서 웃었다.
리세 님도 분한 듯이 한순간 얼굴을 찌푸리면서 내 쪽을 봤다.
“레이…… 당신…….”
“죄송합니다, 리세 님. 당신이 들고 들어오려고 했던 전이 마도구는 바꿔치기 해놨습니다.”
“!”
리세 님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역시, 그녀가 범인인가.
“어떻게 그걸…….”
“수상하다고 생각했던 건, 상드린 씨의 암살 미수 직후였습니다. 리세 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설마하니 로자리오에 수작을 부렸을 줄이야, 라고요.”
“그 말의 어디가 수상하다는 거예요.”
“수상하다고요. 왜냐면 범행의 흉기로 쓰인 로자리오는 제가 쥐고 있었기 때문에 리세 님은 로자리오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없었을 터입니다.”
“하, 하지만 목을 졸린 흔적이…….”
“그렇다면 보통은 먼저 끈이나 로프를 떠올리겠죠? 그 자리에서 바로 흉기가 로자리오라고 간파하는 건 역시 이상하다고요.”
단순한 실수였을 뿐이겠지만 내가 의심을 갖기에는 차고 넘쳤다.
리세 님은 내 지적에 분한 듯이 입술을 깨물었지만, 이윽고,
“그래요…… 역시 알고 있었던 거군요. 그 때 교황으로서 말했던 명령은 결국 당신 나름 대로의 앙갚음이었던 걸까?”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은 이 추리가 틀렸으면 했습니다. 저는 당신을 믿고싶었어요.”
“어설프네요. 제가 당신이었다면 의심을 가진 시점에서 처형했을 거예요.”
“그렇다고 해도, 당신은 유 님의 어머님이니까.”
“……!”
내 말에 리세 님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촌극은 거기까지 해두도록. 힐다, 구속해라.”
“넷.”
힐다의 지시에 따라 병사들이 다가왔다.
리세 님은 체념한 표정으로 저항하려는 기색은 없었다.
그러나 거기서,
“아니아니아니, 그래선 곤란합니다, 리세 님.”
들어본 적 있는 악의에 가득 찬 목소리가 울렸다.
“사라스!”
“어디인가요!”
“평안하신지요, 레이 테일러, 클레어 프랑소와. 그리고 안녕입니다.”
사라스의 조롱 섞인 목소리와 함께 주변 일대에 마력이 차올랐다.
“힐다, 해석해라.”
“넷……. 이, 이건……!”
옆에 대기하고 있던 힐다의 안색이 변헀다.
“전이 마법입니다! 누군가가 이 자리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흠……. 어이 여자, 네 녀석 뭔가 짐작 가는 게 있는가?”
“…….”
리세 님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나 그 창백해진 얼굴을 보면, 그녀가 뭔가의 계획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일목요연했다.
“어머님, 대체 뭘 하려는 생각이신가요?!”
유 님이 비통한 목소리로 외쳤다.
리세 님은 그 말에,
“모든 건 너를 위해서란다. 유.”
그렇게 대답하며 딱딱하게 굳은 웃음을 지었다.
마치 부셔진 인형과도 같은 웃음이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 순간에 그것이 나타났다.
“호오…… 마족인가.”
그 마족은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한 아리스토와도, 원시인을 닮은 모습을 한 플라토와도 다른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메탈릭한 반짝임을 내뿜는 금속으로 전신을 덮고 있는 거구.
전체적으로 검은 빛깔의 그 마족은,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곤충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름을 대라, 마족. 저승길 선물로 입을 놀릴 영광을 선사하마.”
“나는 라테스. 삼대마공의 일인, 라테스라고 하도다.”
테라스라고 자신을 소개한 마족은 상반신에 달린 사람의 손으로 나를 지목했다.
아니, 내가 아니다.
내 뒤—— 진짜 교황 성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저 계집애의 목숨을 거두어가기 위해서 이곳에 왔도다. 방해하지 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노라.”
그렇게 말하며 느긋한 걸음걸이로 교황 성하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전원, 전투태세! 레이, 당신도 응전하세요! 대역이라는 건 이미 들켰어요!”
클레어 님이 재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그 지시에 따라 경비병들이 움직였다.
나도 발을 젖히고 뛰쳐나와서 태세를 갖췄다.
“근접전은 삼가고 마법으로 응전하세요!”
상대의 백병전 능력이 상당해 보인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클레어 님이 적절한 지시를 내렸다.
그 지시에 호응해서 경비병들이 마법탄을 발사했다.
회담을 위한 장소라서 넓다고는 해도 이곳은 실내다.
거구인 라테스가 도망칠 곳은 없다.
모든 마법탄이 남김없이 명중했다.
그러나——
“방해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공격을 받고도 마족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서 잠시도 주춤거리지 않고 여유롭게 나아간다.
“이거라면 어떨까요?!”
클레어 님이 매직레이 발사 태세에 들어가 있었다.
이전 아리스토 때와는 달리 지금은 마력의 소비가 없는 만전의 상태다.
“빛이여!”
“어둠이여.”
쏘아져 나간 4줄기의 빛을, 마찬가지로 4줄기의 어둠이 상쇄시켰다.
어둠의 줄기는 클레어 님의 매직 레이를 완전히 상쇄시키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클레어 님을 향해 덮쳐들었다.
“클레어 님, 위험해!”
나는 클레어 님에게 뛰어들면서 빠르게 넘어뜨렸다.
검은 덩어리가 머리 바로 위를 스쳐지나갔다.
그 덩어리는 반대편 벽에 직격하더니 그대로 벽 한면을 산산조각—— 아니, 소멸시켰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위력인가요…….”
클레어 님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지금 라테스가 쓴 마법은 누가봐도 명백하게 클레어 님의 매직레이를 상회하는 위력이었다.
“그 마법…… 자네가 클레어 프랑소와인가. 저 계집애 다음은 자네로다. 목 빼고 기다리고 있도록.”
쓰러진 채 엎드려 있는 우리들을 힐끗 곁눈질 하면서, 라테스는 계속 나아갔다.
“교황 성하!”
“그, 그렇게 놔두지 않아요.”
유 님과 릴리 님이 교황 성하의 앞으로 나섰다.
다른 병사들은 의미 전의를 상실하고 있었다.
“아이시클 블레이드!”
유 님이 손에 쥔 칼에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
이전에 설명했었던 적 있지만, 그녀의 전투 스타일은 마법 검사——통칭 얼음의 왕자님, 아니 얼음의 왕녀님이다.
유 님은 수녀모를 휘날리며 거리를 빠르게 좁힌 다음, 라테스의 앞발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
그러나 그 칼날은 라테스의 앞발에 조금의 생채기를 냈을 뿐이었다.
라테스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 대로 유 님을 밟아 버리려고 했다.
“라테스! 약속했잖아요?!”
비명과도 같은 리세 님의 외침에, 라테스가 유 님을 짓밟아 버리기 직전에 발을 멈췄다.
“그랬었지. 약속은 약속. 자네는 봐주지. 어디로든 가있도록 하거라.”
라테스가 발을 옆으로 휘둘러서 유 님을 날려버렸다.
릴리 님이 황급히 유 님을 받아들었다.
“으…….”
“유 님, 정신차리세요!”
릴리 님이 다급히 회복마법을 걸고는 있지만 가벼운 상처가 아니겠지.
이걸로 우리들의 전력은 거의 다 공개됐다.
아무도 라테스에게 유효타를 먹일 수 없었다.
라테스는 이미 교황 성하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이제는 다 틀렸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짐의 앞에서 멋대로 굴도록 놔두지 않겠다, 마족.”
그녀는 허리에 찬 칼집에서 두 자루의 흑검을 뽑아들고서 마치 육식동물과도 같이 웃음지었다.
황제 도로테아.
검신이라는 이명을 가진 여걸이 라테스의 앞을 가로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