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미소. (Pixiv Fanbox)
Published:
2020-03-17 10:00:02
Imported:
2022-04
Content
※교황 클라리스 레페테 3세 시점의 이야기입니다.
“교황님, 무슨 일이야~?”
“저희들 얼굴에 뭐라도 묻어 있나요~?”
어린 쌍둥이들——이름은 메이랑 알레어라고 했던가——이 의아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의아하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 시선에는 의심스러워하는 기색은 없었고, 단순한 궁금증만을 담고 있었다.
이곳은 내가 임시로 지내면서 신세를 지고 있는 레이와 클레어의 방이다.
지금 클레어는 외출 중이라서 나는 메이, 알레어와 함께 집을 보는 중이다.
한심한 일이지만 나는 평범한 생활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가사 활동을 하나도 할줄 모르기 때문에 얌전히 메이와 알레어의 상대를 해주며 지내고 있다.
실제로는 오히려 내가 아이들한테 보살핌을 받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두 사람이 몹시 귀엽다고 생각해서요.”
나는 솔직하게 내가 느낀 바를 말했다.
이건 나에게 있어서 굉장히 귀중한 경험이다.
교황으로서의 나는, 내가 느낀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할 기회조차 거의 없었다.
내 발언, 표정, 그리고 사상까지도 전부, 교회라는 커다란 조직의 뜻이라고 여겨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그걸 부담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태어난 순간부터 그런 식으로 행동하도록 교육받았고, 그렇게 살아왔다.
교회의 상징으로서 살아가는 게 내 인생 그 자체인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그런 식으로 만들어 졌으니까.
“칭찬 받은 거야? 저기, 교황님 메이랑 알레어는 칭찬 받았어?”
“네에.”
내가 고개를 끄덕하자, 메이가 만족스러운 듯이 웃었다.
그러나 알레어 쪽은 살짝 불만인 모양이다.
“교황님, 귀여운 것을 봤을 때는 웃는 법인데요?”
“웃는다?”
“네에. 그런 얼굴로 사랑스럽다고 말하셔도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어떤지 알 수 없어요.”
오히려 조금 무서워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난감해졌다.
“알레어, 웃는 다는 건 어떻게 해야 좋은 건가요?”
“네?”
내 소박한 질문에 알레어는 그런 소릴 들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교황님은 웃는 법을 모르시는 건가요?”
“네.”
“웃어 본 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머, 큰일이에요. 메이,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알레어는 메이와 무언가 논의하기 시작했다.
웃는다는 건, 분명 엄청나게 어려운 일인 거겠지.
“메이한테 맡겨줘! 간단해! 이렇게 하는 거야!”
메이가 나한테 안겨들면서 옆구리를 간지럽혔다.
“어라? 교황님, 간지럽지 않아~?”
“간지러워요.”
“그런데 웃지는 않네?”
“그런 모양이에요.”
“알레어도 도와줘! 둘이서 같이 간질이면 교황님도 웃을 수 있을 지도 몰라!”
“알겠는 거예요.”
알레어도 안겨들더니 둘이서 나를 간지럽혔다.
그러나,
“웃지 않으시네요?”
“이상하네~”
나는 여전히 웃지 못했다.
간지럽기야 했지만 그게 웃는다는 행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 후로도 메이와 알레어는 이런 저런 수단으로 나를 웃게 해주려고 했지만, 결국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미안해요, 메이, 알레어. 일부러 애써서 노력해 줬는데.”
“신경쓰지마, 교황님. 하지만 웃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구나.”
“저희들은 매일, 매 시간, 매 분이라도 웃을 수 있는데 말이에요.”
신기하네~, 하고 쌍둥이는 얼굴을 마주보았다.
‘하지만 교황님은 우리들을 보고서 귀엽다고 생각했잖아~?“
“네.”
“그렇다면 분명 언젠가 웃을 수 있을 거예요. 레이 엄마가 말씀하셨는걸요. 귀여운 건 정의라고요.”
귀여운 건 정의.
웃는 것과 정의가 어떻게 이어지는 건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웃는다는 건 굉장히 심오하다.
결국, 그 날은 얼마 지나지 않아 클레어가 돌아와서 유야무야 넘어갔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가 웃지 못한다는 사실에 가슴속의 응어리를 느끼고 있었다.
◆◇◆◇◆
다음날, 나는 클레어와 함께 제국 내에 있는 수도원을 방문했다.
본래대로라면 지금 목숨을 위협당하고 있는 상태에 있으니 웬만하면 외출을 삼가는 편이 좋겠지만, 너무 집 안에만 틀혀박혀 있는 것도 레이답지 않은 일이다.
그런 연유로 나는 클레어에게 부탁해서 수도원에 데려가 달라고 한 것이다.
여기에 온 목적은,
“아, 클레어 님과 레이 님이다~!”
“메이랑 알레어도 어서와~”
“안녕하세요, 여러분. 다들 잘 있었나요?”
“““네—!”””
이곳에 많은 아이들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클레어와 레이는 바우어에 있던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수도원을 방문해서 기부를 하거나 꾸준히 자선사업에 힘을 쏟았다고 한다.
그 활동은 제국에 와서도 변함없이 이어진 모양이라, 이 수도원도 클레어의 방문이 익숙한 것 같았다.
“얘들아, 클레어 님과 레이 님을 곤란하게 하면 안 된단다? 어서오세요, 클레어 님, 레이 님.”
“또 오고 말았어요, 카야. 저희들이야 말로 방해가 되는 건 아닌가요?”
“천만의 말씀이세요. 아이들도 두 분이 오늘 걸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데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요. 이건 선물로 가져온 과자예요. 아이들에게 나눠주세요.”
“““와~아!””””
“알겠습니다.”
아이들은 바구니를 들고서 수도원의 정원 쪽으로 달려갔다.
화단 옆에 모여 앉더니, 바로 과자를 나누기 시작한 모양이다.
“레이 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
나에게 걸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나는 뭔가 이상한 짓이라도 한 걸까.
“어쩐지 기운이 없으셔서요. 평소 같았으면 아이들 사이에 껴서 함께 놀거나 하셨는데 오늘은 어쩐지 조금…… 잘 표현하진 못하겠지만요.”
역시 레이를 잘 아는 사람이 보기에는 지금의 나한테서 위화감을 느끼는 것 같다.
얼굴 생김새만 보면 아주 닮았어도, 역시나 타인이라는 거겠지.
그야 그렇다.
하지만 이 신체는 본래, 그녀의 것이다.
“저는 자주 아이들과 놀고있었나요?”
“네? 네에…… 그렇죠?”
“레이는 알맹이가 완전 어린애니까요. 아이들과 함께 섞여서 놀기에는 딱 좋은 거예요.”
“…….”
과연.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을 때 저는, 웃고 있었나요?”
“그야 물론! 정말로 즐거운 듯이 웃고 있었어요.”
“그런가요…….”
나는 카야와 클레어를 떠나 아이들이 둥글게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아이들이 앉은 채로 나를 올려다봤다.
“무슨 일이야, 레이 님~?”
“레이 님도 과자 먹을래~?”
“레이 엄마 것도 있어!”
“일단 여기 앉아주세요.”
알레어의 손에 이끌려서 둥글게 모여 앉은 아이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과자를 가지고 소꿉놀이를 하고 있어요.”
“레이는 첫째 언니인거야!”
“내가 엄마!”
“내가 아빠입니다.”
“나는 소꿉놀이가 아니라 술래잡기가 좋아.”
“술래잡기는 나중에 하자? 지금은 모처럼 과자가 있으니까 소꿉놀이에 어울려 줄래?”
나는 아이들 사이에서 오가고 있는 대화를 흥미깊게 들었다.
이런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있다.
내용도 깜짝 놀랄 정도로 복잡하고, 사용하는 단어, 억양, 표정 등이 이뤄내는 조합은 무한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가벼운 현기증이 이는 걸 느꼈지만, 그건 결코 고통이 아니었다.
오히려 굉장히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여기에 나도 데려가 달라고 했던건 원래, 메이와 알레어, 둘만으로도 이렇게나 귀여우니까 아이들이 더욱 많이 있는 곳에 간다면 훨씬 더 귀엽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발상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집합체라는 건 상상이상으로 복잡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저 귀엽기만 할 뿐인게 아니구나, 하고 새롭게 인식을 고쳤다.
“레이 님, 드실래요?”
작은 여자아이가 구운 과자를 내밀었다.
어쩐지 소심해 보이는 이 아이가 방금 전부터 계속 힐끔힐끔 이쪽을 보고 있다는 걸 눈치 채고는 있었지만,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웬일이야, 유리아. 평소에는 레이 님을 무서워하면서.”
“오늘 레이 님은 그다지 무섭지 않아.”
유리아는 그 말과 함께 내 옆에 딱 붙어 앉더니 방긋 웃었다.
레이와 뒤바꾼 후로, 레이와 비교하면 뭐든 뒤떨어진다고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리아의 그 한마디는 나에게 있어서 몹시 따뜻한 마음을 불러 왔다.
그러나 그 마음도 길게 지속되지 않았다.
나는 그걸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아이들 특유의 가늘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감촉이 느껴졌다.
유리아는 간지럽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맛은 어떠세요, 레이 엄마?”
언제까지고 과자를 입에 넣을 생각을 하지 않는 나를 보면서 안달이 났는지, 알레어가 그렇게 물었다.
오늘의 과자는 알레어가 구운 것이다.
레이의 솜씨에는 미치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내 눈에는 충분히 훌륭하게 구워진 것처럼 보였다.
“……맛있어요.”
한입 베어 물자, 폭신한 반죽이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으면서 설탕의 단 맛과 농후한 버터의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졌다.
그리고 살짝 뒤이어서 뭔가 감귤류의 향기가 후각을 간지럽혔다.
입장상 그다지 단 것을 입에 댈 일이 없었던 나로서는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입에는 맞으신가요?”
“알레어의 과자는 맛있지~?”
“엣, 이거 알레어가 만든 거야?”
“굉장해.”
“레이 님과 비슷한 수준 아냐?”
아이들도 이걸 맛있다고 느끼는 모양이었다.
같은 감각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내 기분도 고양되는 걸 느꼈다.
그 후로도 아이들과 함께 여러 가지 놀이를 즐겼다.
체력이 없는 나는 겨우 따라가는 게 고작이라서, 아이들이 “오늘의 레이 님은 약해~” 라면서 놀렸다.
하지만 나는 몇 번이고 즐겁다는 감정이 일어났고, 그 때마다 그 감정을 눌러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카야, 그리고 모두들. 다음에 또 올게요.”
“네. 꼭 다시 와주세요.”
“““바이바이~!”””
카야와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우리들은 수도원을 뒤로했다.
“어쩐 일이신가요, 교황 성하. 평소에는 그다지 이런 장소에는 잘 오지 않으시잖아요?”
“그러네요.”
입장 상, 내가 만나는 건 각국의 고관대작이나 왕후귀족들이 많다.
물론 수도원이나 불우한 사람들과 접할 기회도 있지만, 그건 굳이 말하자면 정치적 퍼포먼스 측면이 강하다.
이런 식으로 거리감 없이 아이들과 함께 놀아볼 기회는 지금까지 없었다.
이러고도 교황이라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정말로 귀중한 경험이었어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이런 기회가 없었더라면 평생 모른 채로 살았을지도 모르는 것들을 오늘 잔뜩 배웠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내 안에서 잔뜩 느꼈다.
“어머. 저기 좀 보세요, 교황 성하.”
쿡쿡 웃는 클레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보자, 수도원 정문 쪽에서 조그맣게 보이는 한 사람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유리아였다.
작은 손을 열심히 흔들면서 우리들을 배웅해주고 있었다.
나도 손을 흔들어서 화답했다.
내 반응을 본 유리아의 손이 한층 더 크게 흔들렸다.
“교황 성하,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계시는지 아시나요?”
“아뇨, 평소와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후후…… 지금 웃고 계세요.”
“……!”
나는 내 얼굴을 더듬거리며 만져보았다.
확실히 눈꼬리가 내려가고, 입가가 올라가고, 뺨 근육이 올라가 있었다.
이게, 웃는다는 것.
“또 오도록 해요.”
“네에, 꼭.”
더 이상 레이로서 올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꼭 다시 이곳에 오겠다고 결심했다.
“오늘은 정말 고마웠어요, 클레어.”
“천만에요. 저도 올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클레어는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분명 레이와 함께 있을 때는 훨씬 더 많이 웃음 짓겠지, 싶었다.
나는 클레어의 잔잔한 미소를 보면서 생각했다.
허락받지 못할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소원했다.
행복해 보이는 그녀들이 부디 이 세계의 진실에 지지 않을 수 있기를,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