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Artists Posts Import Register

Content

*아래의 번역은 "와타오시 번역"의 협력으로 실현되었습니다.고마워요, "와타오시 번역" 클레어 프랑소와 (‘1회차’) 시점의 이야기입니다. “지금 레이를 놓치면 곤란해. 어떻게든 붙잡아 놓도록.” 소장실에서 나와 연구실로 돌아가던 중, 저는 소장이 한 말을 되새기고 있었습니다. 굳이 소장한테 들을 필요도 없이, 레이의 존재는 아직까지 이 연구와 계획에서 필수불가결입니다. 확실히 영겁 회귀 루프 시스템은 저와 레네, 레이까지 세 사람이 중심이 돼서 만들어낸 시스템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레이입니다. 이 계획 속에는 그녀 말고는 이해할 수 없는 개념들도 존재하고, 레이 없이는 계획을 이어나갈 수 없습니다. 레이는 이제 저희들만으로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한 말입니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해야 레이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레이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마이페이스입니다. 어설픈 설득으로는 들은 척조차 하지 않겠죠. 그런 고민에 머리를 싸매면서도 저는 문득 복도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눈 아래 펼쳐지는 도시의 수많은 불빛들이 보입니다. 옛날에는 이 풍경을 백만 달러짜리 야경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저 아래 반짝이는 과학의 힘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하룻밤조차 넘길 수 없을 뿐입니다. 그런 막막한 심정에서 허우적대던 인류 앞에 나타난 한 가닥의 희망—— 그게 레이가 고안한 루프 시스템입니다. (무슨 수를 써서든 레이를 붙잡아둬야…… 하지만 어떻게?) 저는 계속 고민하면서 연구실 문을 열었습니다. “아, 돌아오셨다! 클레어 씨도 잠깐 이것 좀 말려주세요!” “레네? 무슨 일인가요?” “레이 짱이 오늘부로 연구소를 떠나겠다고 그러고 있다고요!” “?!” 깜짝 놀라서 레이를 보자, 레이는 자기 책상 위에 있던 짐을 아무렇게나 상자 속에 던져놓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자, 잠깐만 기다리세요, 레이!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갑작스러워요!” “인수인계용 자료는 만들어 놨습니다. 뒷일은 두 분이서도 괜찮습니다.” 제 말에도 레이는 짐을 싸는 손길을 늦추지 않을 기세였습니다. 저는 초조해졌습니다. “레이.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이 계획은 간단하지 않아요. 당신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한가득 있다고요.” “걸리적 거릴만한 부분은 인수인계 자료에 적어뒀습니다. 괜찮습니다.” 어떻게 말을 붙여볼 틈조차 없습니다. “레이, 어째서 당신은 이렇게나 그만두고 싶어 하는 거예요? 뭔가 이유라도?” “……딱히요. 일이 끝났으니 그만두자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 순간 제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게 있었습니다. 그녀는 뭔가 감추려고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레이, 잠깐 와주세요.” “……클레어 씨?” “됐으니까!” 저는 레이를 휴게실로 잡아끌었습니다. “앉아주세요. 지금 커피를 타오겠어요.” “필요 없습니다. 더 얘기할 건 없으니까요.” “됐으니까요.” 저는 레이를 억지로 자리에 앉히고서, 커피 메이커 스위치를 눌렀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들은 연구에만 매달리느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네요.”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레이는 토라진 표정으로 저한테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말도 쌀쌀맞기 그지없습니다. “글쎄요? 저는 당신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요, 레이. 특히 당신의 철학에 대해서.” “딱히…… 그다지 얘기할 만한 것도 없습니다.” 저는 준비된 커피 두 잔을 들고서, 한 잔을 레이 앞에 내밀며 앉았습니다. 레이도 머뭇거리면서 잔을 받았습니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당신은 이런 말을 했었죠? 인간에게 육체 같은 게 필요하냐고.” “……아직도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그런 걸.” “잊을 수가 없다고요. SF라면 또 모를까, 그런 말을 진심으로 꺼내는 사람은 처음 본걸요.” 저는 커피에 밀크를 타면서 웃었습니다. 레이는 뭔가 켕기는 듯한 표정입니다. “결국 이번 계획에선 육신이 남게 되었죠.” “그러네요. 문명개시 초기의 육체만 인공적으로 준비해두고, 그 뒤는 자연번식에 맡기는 걸로 됐지만요.” 레이는 마지막까지 고집스레 인류를 양자적인 존재로 만들자고 주장했지만 그 주장은 합중국 정부의 승인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당신은 어째서 육체를 그렇게까지 싫어하는 건가요? 뭔가 이유가 있어요?” “……딱히요.” “그건 당신의 섹슈얼리티와 관계가 있는 건가요?” “?!” 그녀의 얼굴에는 명백한 경악의 감정이 드러났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레이가 동요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어, 어떻게……?!” “이정도로 함께 딱 붙어서 지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알게 돼요. 당신 레즈비언이죠?” “…….” 레이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이 대답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괜찮다면 얘기해줄래요?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저는 당신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시시한 이야기예요.” 레이는 그렇게 운을 떼고서는 더듬더듬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고향—— 일본이라는 나라는 보수적인 나라입니다.” “그런가요? 제 이미지로는 섹슈얼리티에는 꽤나 관대한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확실히 여론조사 같은 걸 해보면 자유주의에 가까운 결과가 나오죠. 차별은 좋지 않다. 동성애자한테도 인권이 있다는 등. 하지만…….” “하지만?” “그런 것들은 어디까지나 남의 일이거나 오락 속 이미지인 겁니다. 실제로 성소수자가 자기 주변에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보이는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보수적이에요.” 그런 부분은 일본인 특유의 겉과 속이 다른 문화랑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모두가 다 그렇게 보수적인 건 아닙니다. 개중에는 제대로 이해해주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성가시다고요, 하나하나 일일이 설명해서 이해시키는 것도.” 그건 성소수자의 피해갈 수 없는 고충이겠죠. “그래서 저는 항상 생각했습니다. 육신 따위 없으면 좋을 텐데 하고요. 그러면…… 인간이 마음만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면 이런 고생도 할 필요가 없을 텐데.” 저는 레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 처음으로 그 진의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레이는 결코 인류의 새로운 단계라든가, 진화의 끝이라든가, 그런 주장을 하고 싶은 게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육체라는 족쇄가 귀찮아서 견딜 수 없어서 그걸 벗어던지고 싶어서. 오로지 그 생각만으로 영혼의 양자화라는 분야를 연구해 왔던 겁니다. “레이…….” “동정 같은 건 필요 없어요. 이해조차 바라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이런 식으로밖에 살아갈 수 없어요. 그저 그뿐입니다.” 자조하는 레이를 보면서 저는 너무나도 괴로웠습니다. 이 반년 동안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해왔던 상대가 저런 식으로 웃는 건 참을 수 없이 슬픈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계획에서 빠지겠다는 소리를 하는 거예요? 영혼의 양자화 연구를 할 거라면 여기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잖아요?” 영혼의 양자화에는 고성능 연산장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타임은 그 조건에 완벽히 부합하는 존재일 텐데요. “…….” 지금까지 흘러나오던 말들이 갑자기 끊겨버렸습니다. 부자연스럽게 눈길을 피하는 모습에 저는 어라? 싶었습니다. “레이?”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연구가 일단락 됐으니 그만두고 싶을 뿐입니다.” 이제 끝났겠죠, 레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습니다. “그건 거짓말이에요. 당신은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어요. 그렇죠?” “이제 그만 됐잖아요! 저 같은 건 좀 내버려두세요!” 레이는 단호하게 잘라내는 듯이, 그러면서도 비명과도 같은 기색이 담긴 거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저는 그럼에도 더욱 깊숙이 발을 내딛었습니다. “내버려둘 수 없어요. 우리들은 친구잖아요?” 그 말과 함께 레이의 어깨를 붙잡고서 저를 마주보게 만들었습니다. 레이는 냉소를 띤 표정으로, “친구? 핫, 당신은 정말로 전혀 이해하지 못했군요.” “말로 해주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어요.” “그럼 말로 해드릴까요. 저 당신에게 욕정하고 있다고요.” “?!” 이번엔 거꾸로, 레이가 제 어깨를 붙잡았습니다. 그 눈은 어쩐지 위험한 기색을 띠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자포자기하는 듯한 눈빛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깨닫지 못했습니까? 같은 여자들밖에 없으니 잘됐다고 당신은 상당히 무방비한 모습을 드러냈었죠? 지금 유혹하는 건가 싶었다고요.” 상스러운 말들을 쏟아내면서 레이가 제 몸을 끌어당겼습니다. “제가 남아줬으면 합니까? 좋습니다. 당신이 제 것이 되어 준다면야.” “…….” “무리겠죠? 기분 나쁘시죠? 이런 자식이 곁에 있는 건 싫겠죠? 그러니까 그만두는 겁니다.” 레이는 실실 웃으면서 저에게서 떨어졌습니다. “이런 겁니다. 이제 납득해주셨겠죠? 그럼 이만.” 레이는 발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 레이를 등 뒤에서 껴안았습니다. “……클레어 씨?” “좋아요.” “네?” “그 조건 받아들이겠다는 말이에요.” 제 말에 레이는 이번에야말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제정신인가요?” “지극히 제정신이에요. 그런 조건으로 당신이라는 재능이 계속 남아준다면야, 수지맞는 장사예요.” “……계획을 위해서 스스로를 파는 건가요.” “안 되나요? 그게 아니면 마음까지 원하는 걸까요?” 제가 도발하듯이 말하자 레이는 한순간 슬픈 표정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금방 자조적인 표정으로 돌아오더니, “아니요, 몸만으로도 괜찮습니다. 성격은 어쨌든 당신의 몸은 즐길 수 있을 것 같으니.” “그러면 교섭 성립이군요.” 저는 레이의 얼굴을 향해 천천히 얼굴을 가져갔습니다. “후회할겁니다.” “안 해요.” “되돌릴 거라면 지금뿐——.” “입 다무세요.” 저는 레이의 입술을 막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와 레이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시작되었습니다.

Comments

Anonymous

미친거 아니야 너무 좋다....ㅠㅠㅠ 혐관 개맛있네 옴냠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