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와 순간포착 (Patr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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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취미가 없던 내가 수년 전에 모네전에 가서 꽤 감명을 받았더랬다. 어렸을 때는 인상주의가 대체 뭔 말인지 몰랐는데. 말 그대로 순간의 인상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 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순간' 의 의미를 알게 된다. " Everything changes, even a little stone. 모든 것은 변한다. 심지어 그것이 아주 작은 돌이라 할지라도."
결국 시간의 소중함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오늘 이 순간은 너무나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다시 붙잡을 수 없는 '순간' 이다. 그것을 그림,음악, 영상으로나마 조금이라도 남겨두고 싶었던 것이 인상주의다. 모네가 같은 자리에서 같은 풍경을 여러 시간에 걸쳐 2번 3번 4번 휘갈겨 그린 이유다. 딱 그 순간만의 빛과 공기는 같은 풍경을 다르게 만든다. 그 매 순간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완성도는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순간 포착...
그리고 내가 나의 일을 대하는 태도도 완성도보다는 순간 포착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그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일이 생겼다.
3년 전 발매했던 '기다려' 음원을 다시 마스터링 하기 위해서 코러스를 새로 녹음하고 (실수한 부분이 있었어서) 함께 작업했던 오빠에게 작업을 맡기고, 오늘 믹스 버전을 들었는데 깜짝 놀랐다. 원곡과 완.전.히. 느낌이 달라져버린 것이다. 오빠가 피드백을 달라고 수정하겠다고 했지만 이건 뭐 도저히 어디부터 수정해야할 지 감도 안오는 수준이었다. 원곡의 그 감성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오빠. 우리 그냥 예전 음원에서 이큐를 조절하거나 해야겠다. 이건 수정으로 될 일이 아니야..."
머쓱해하는 오빠에게 나는 한 마디를 덧붙일 수 밖에 없었다.
"오빠 예술은 역시 순간포착인가봐... 그 때 그 느낌은 다시는 낼 수 없는건가 보다."
내가 무엇을 만들건 그 결과물과 똑같은 건 두 번 다시는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니 뭔가... 이 결과물들이 더 애지중지하면서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부족하든 아쉽든, 이 감성은 다시는 똑같이 재현할 수 없는거구나. 감사하게도 기록으로 남아서 되돌아보며 추억할 수 있는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