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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민 군 사건을 보면서 더 가슴이 아픈 것은 아버지가 굳세고 현명한 분이시기 때문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더 이상 잃어버릴 것이 없다는 아버지는 단단한 목소리로 아들의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야 말겠다 이야기하고 있다. 뉴스 사건 사고에서 울먹이고 무너지는 유족들의 모습은 많이 보았지만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정민군 아버지의 눈빛에서는 슬픔보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그 의지와 다짐아래에 슬픔은... 어떻게 감히 가늠할 수 있을까.


일전에도 일기에 한 번 썼었지만 세상에는 내 힘으로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어떻게 해도 이겨낼 수 없고 몇 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는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상처나 사건들이 있다.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있다. 큰 사고 한 번 치지 않고 기특하게 자라준 애교 많은 아들을, 본인들의 모든 것이나 다름 없는 아들을 이렇게도 허망하게 잃어버린다면... 부모는 그걸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걸까? 그런 방법이 있나 정말로? 아버지라는 존재는 얼마나 강인한걸까.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상황에서 정민군 아버지는 엄청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죽은 아들을 향한 영원한 사랑의 힘으로 아버지는 슬픔을 눌러두고 있다. 그 사랑이 얼마나 커야 가능한 일일까. 아 아... 


대학생 때 '모방범' 이라는 소설을 읽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엉엉 목놓아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틀간은 집 밖을 나가지 못했다. 소설이 너무 슬퍼서 여운이 크게 남았고 또 갑자기 세상이 무섭기도 해서 였다. 범죄 소설, 추리 소설을 그렇게 많이 읽었었는데 왜 하필 모방범은 그렇게나 슬펐었냐 하면... 주인공인 할아버지의 슬픔이 너무 크게 다가와서였다. 


딸과 손녀를 허망하게 잃은 주인공 할아버지는 범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긴 시간 담담하게 싸운다. 인간의 탈을 쓴 동물보다 못한 뻔뻔한 범인과 심리전을 벌이기도 하며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다. 두꺼운 책으로 3권 동안 스토리가 이어지는 동안 내내 강인했던 할아버지. 그의 활약으로 결국 마지막에 범인은 잡히게 되고 뉴스에서는 이렇게 보도한다. "드디어 사건이 해결되었습니다." 범인을 밝혀내고 체포하기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이성적인 모습만을 보여주었던 할아버지는 그 뉴스를 보고 술에 취한다. 그리고 길에 나가 울면서 외친다. 대체 뭐가 해결 되었다는 거냐고... 내 딸과 손녀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데 뭐가 해결된 것이냐고... 사명을 다한 듯 그제서야 무너지며 울부짖는 할아버지의 그 말이 내 가슴에 칼날처럼 박히면서 마음이 너무 아파 나도 책장을 겨우 덮고 꺼억 꺼억 소리내서 한동안 울었던 것이다. 


국민 모두가 정민이 아버지를 응원하고 있다. 국민 모두가 범인을 꼭 밝혀내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없이 많은 의문의 죽음들이 그냥 묻혀버려 왔고, 지금도 묻히고 있고, 어쩌면 정민이의 죽음도 이렇게 묻힐 수도 있지만. 모든 국민이 바라는 대로 사건의 진상이 낱낱이 밝혀지고 진범이 밝혀 진다고 한들... 너무나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한들... 정민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아버지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버티고 서 계신걸까. 


아... 진짜 너무 가슴이 아파서 견딜 수 없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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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nymous

너무 가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