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사람 (Patr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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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 교수님 중 한분이 그랬었다. 사람에게 잘해야 한다고. 어느 하늘에서 내게 단비를 내려줄지 모르니 사람에게 잘해야 한다고. 본인도 본인의 학생들 모두에게 잘한다고. 언젠가 이 학생 중 누군가가 큰 인물이 되어서 자기에게 특허법 분야에서 큰 자리 하나를 내어줄 수도 있는것 아니냐며 자신은 항상 모든 학생들에게 잘하려고 노력한다고 했었다.
교수님의 말이 참 좋다고 생각했던 나는 한동안 그 말대로 살았다. 특히 나의 제자들을 존중하고 제자들에게 잘하려고 하는데에는 이 말이 큰 도움이 됐다. 딱히 제자들에게 뭘 바라는 마음은 아니지만, 그냥, 사람을 존중하고 잘 하라는 교수님의 말은 좋은 말인 것 같았다.
하지만 살면서 몇가지 큰 사건을 겪은 뒤 나의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사람에게 잘해야 하는건 그 사람이 내게 단비를 내려줄 하늘일지도 몰라서가 아니다. 그냥 사람으로 존중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거니까 잘해야 하는 것이다.
인맥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대가를 바라고 쌓아 올리는 인맥이라면 아무 소용 없을뿐더러, 그 인맥에 기댈수록 사람은 비겁해진다. 난 인생에서 큰 사건을 몇번 겪으면서 비겁한 사람들을 여럿 봤고 그럴때마다 그렇게 되고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비겁함을 '성격좋음' 이나 '융통성 있음' 으로 합리화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 능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보다 많은 것을 욕심낼 때 사람은 비겁해진다. 내가 이룬 성과에 관계 없이, 지금 당장은 미약하더라도, 내 자신의 힘으로 하나 하나 이뤄나가는 사람들의 내면은 풍부하고 당당하다. 난 그런 사람이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