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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주의. 벌레를 극혐한다면 읽지 마시오.



어제는 올해들어 최대의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순간을 맞닥들이게 됐었다. 자려고 누워있던 12시쯤 이모가 갑자기 이모방 불을 키며 말했다. “내 방에 뭐가 있다 , 길다란 벌레”

길다란 벌레라기에 나는 다리가 긴 모기(이름을 까먹었다 닥각귀? 그런 이름)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이모가 말을 이어갔다.

“지네. 지네가 나왔다. 어떡해 벽에 지네가 있어”

와... 나는 살면서 지네를 본 적이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인데 어제 본 지네는 내가 여태껏 본것 중 가장 큰 지네였다. 그야말로 지네의 정석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붉고 큰 지네. 그 지네가 벽에 붙어 있었다!!! 아마 둔감한 나였다면 불이 꺼진 방에서 지네를 발견하지도 못했을거다. 이모는 문득 벽쪽을 봤는데 움직이는 걸 봤고 바로 일어나 불을 켠 것이었다.

덜덜덜. 지네는 움직이지 않고 벽에 가만히 있었기에 나는 지네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도 없어서 도대체 어떻게 잡아야하나 막막했다. 평소 나보다 용감하던 이모는 어제는 뒤로 물러나 어쩔줄 몰라했다. 하긴 이건 누구라도, 세스코가 아닌 이상 잡기 어려운 레벨이었다. 이모가 물러선 이상 내가 잡아야만 하는데 와... 미치겠네.

우선 전기모기채를 들었다. 플랜A: 벽에 빠르게 갖다대 지네가 기절할 때까지 충격을 주고 이모가 준비한 통에 떨군 다음 변기에 내린다.

플랜B: 전기모기채가 통하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쏙 빠져나와 도망갈 경우 이모가 두꺼운 책으로 조준해 던져 죽인다.

엉성하게 작전을 짜고 나서도 우리 둘은 땀만 흠뻑 흘리며 어찌할바를 몰라했다. 엉엉 ㅠ ㅠ 못하겠다 진짜 ㅜ ㅜ 신이시여...

고무장갑을 끼고 전기모기채를 들고 땀을 흠뻑 흘리며 심호흡을 하던 내가 결국!! 마침내 모기채에 지네를 가두었다. 그 순간은 마치, 번지점프를 하기 싫어 울다가 결국 뛰어내리고야 마는 그런 정도의 결단력과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전기 모기채는 파박 하며 지네에게 충격을 가했다. 놀라웠던 건, 꽤 오래 충격을 주어도 지네가 계속 살아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런 젠장 언제까지 해야해 ㅠㅠ 팔이 뻐근하게 아파올때까지 모기채 전원을 누른채 벽에 꼭 붙히고 있었다. 도저히 팔이 아파 더는 못하겠다 싶을 때 이모가 준비한 통을 들이밀었는데 오마이갓 ㅠㅠ 지네가 모기채를 감싼 것이었다. 녀석도 고통때문에 이동은 못하지만 필사적으로 모기채에 달라붙어있는 듯 했다.

통으로 받치고 변기에 가서도 지네를 떨구지 못해서 한참을 낑낑대다가 겨우 겨우 변기에 내릴 수 있었다....

일처리를 마친 나와 이모는 잠들기 전 샤워를 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땀에 젖어 있었다. (오래된 주택은 에어컨을 끄면 금방 집이 더워지기 때문에... 원래는 자기 전에는 샤워 후 선풍기를 틀고 잔다) 도저히 이대로는 잘 수 없어서 샤워를 했는데, 지네잡기에 너무 긴장하고 힘을 쓴 탓에 잠이 홀딱 깨버려 새벽 4시가 되어서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

주택살이에 장점 못지 않게 많은 단점이 있는데, 그 중 벌레 대왕 빌런을 만난 어제였다. 원치않게 살생을 해서 기분도 안좋고 그 이미지가 아직도 선명해서 소름돋기도 하고. 그렇다. 보금자리 ㅠ ㅠ 찾는게 왜이리 힘든가요.

P.S. 알고보니 이모는 어렸을 적 자다가 지네에 물린 적이 있어 지네를 더 무서워한다고 한다.

Comments

Anonymous

Alien Isolation in Eunzel's house ! 😱😱🦠🦠 Just to help you sleep tonight, did you know, Centipede lay 35 egg on the floor during summer ? Somewhere. 🦠🦠🦠🙃

Anonymous

Ah great, now you have ruined her beauty sleep! ㅋㅋㅋㅋㅋ

rambam

Time to string up the centipede outside the house so other centipedes know not to enter :D

Anonymous

고생하셨네요~~

Anonymous

앜ㅋㅋㅋ 감정이입되게 잘쓰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