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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아이 정말 준비성도 조심성도 없는 아이!

눈 수술은 생각보다 짧고 간단했다. 수술을 받고 안약들을 받아서 집에 오는 길에도 별 통증이 없고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도 통증이 별로 심하지 않아서 “설마, 라섹 후 통증 없는 운좋은 사람이 나???!” 하면서 신나했다. 어쩌면 렌즈를 오랜 기간 끼면서 눈이 불편한 감각에 이미 익숙해져서 이정도면 참을만하지 않나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고작 이정도 시림이나 이물감인 줄 알았으면 라섹 무서울 거 없었네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달까.

첫째날 잠들고 둘째날 밤까지도 (무려 둘째날에는 유튜브 영상도 업로드 했다 미쳤지...) 앞이 잘 안보이고 눈이 무겁다는 것 외에 큰 통증은 없었다. 물론 불편함이 없었다는 건 아니다. 눈이 계속 무겁고 뜨거웠는데 어느정도냐면 아무리 힘을 줘도 눈이 떠지지 않는 정도랄까? 눈에 엄청나게 무거운 추를 달아놓은 것처럼, 눈을 뜨려고 해도 떠지지 않는 불편함과 열감때문에 하루 24시간 내내 냉찜질을 하긴 했다. 냉찜질이 곧 진통제같은 역할을 해줬다. 안과에서 준 찜질용 안대는 하나밖에 없어서 얼음을 비닐봉지에 담아서 눈에 가져다 대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찜질을 해야했다. 그래도 크게 아프지 않은게 어디인가, 이런 불편감은 점차 해소되겠지. 보통 5일차에 천국이 찾아온다는데 나도 조금만 더 견디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3일이 지나 4일이 되었는데도 그 붓기와 열감은 더 심해졌고 눈도 여전히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뜰 수가 없으니 보이는지 안보이는지 일단 확인도 쉽지 않고, 이렇게 불편한데 갑자기 내일 5일차에 눈도 잘보이고 불편감도 없어진다고?? 좀 이상했다. 냉찜질이 없이는 지낼 수가 없는데다 계속 누워서 잠만자다보니 정신적으로 뭔가... 미쳐버릴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같은 케이스가 있나 싶어 봉사처럼 더듬거려가며 겨우 겨우 겨우 유튜브에서 ‘라섹 통증 후기’같은 키워드들의 영상들의 소리를 들어보고 있었다. 그러다 알게 됐다. 세상에, 내가 안약 하나를 안넣고 있었던 것이다!

보습제, 항생제, 소염제 세종류의 안약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소염제라고 한다. 내가 이 소염제를 안넣고 있었던 것이다. 수술 다음날부터 하루 4번씩 점안했어야 하고 그래야 각막 혼탁이 없어지면서 점차 시력이 올라오는 것인데. 내가 뭔가 착각을 해서 소염제는 일주일 후부터 넣는 안약이라는 생각을 하고있었던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재수술을 해야할 수도 있는 상황! 너무 놀랐다. 시계를 보니 오후 6시... 얼른 처음으로 소염제를 넣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간 뿌얘서 하나도 보이지 않던 앞이 마치 안개가 조금 걷히듯 나아지는 것이었다! 이런... 이렇게 중요한 약을 지난 이틀동안 8회의 점안기회를 놓쳤다니..! 더 초조해진 나는 생각을 해보기 시작했다.

“음... 생활 패턴이 늦은 오후에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가정 하에 약을 좀 늦게 넣는다면 지금부터 두번 더 넣어서 오늘은 3번은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이 6시니까 이따 8시쯤 한번 그리고 자정즈음에 한번 더...?!”

마치 3회분 감기약을 통째로 털어 먹겠다는 식의 나의 멍청한 생각은 결국 재앙을 불러왔다. 자정즈음 세번째로 소염제를 점안한 순간부터 머리가 깨질듯 아프고 안그래도 무겁고 뜨거운 눈이 그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이었다. 속이 매스꺼워 침대에 눕기도 어려웠다. 갑자기 고통스러워하는 나때문에 이모는 어쩔줄 몰라하다가 내가 안약을 세번 몰아 넣은 이야기를 듣고 엄청나게 화를 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눈인게 어떻게 이렇게 부주의할 수 있냐고, 안약을 깜빡하고 안넣는 맹꽁이도 그걸 따라잡겠다고 한번에 넣는 천치도 너밖에 없을거라며 야단을 쳤다. 결국 나는 한시간 넘게 고통에 배배꼬다가 겨우 잠들었지만 이모는 걱정에 한숨고 못잤다. 알고보니 소염제는 안압을 높히기때문에 반드시 용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한다. 내가 세번째 점안했을 때 그래서 머리가 깨질듯 아팠지 싶다. 참, 이날부터 오른쪽 눈에 묘한 이물감도 들었다. 여러모로 불안했다.

그렇게 5일차가 되었고 뒤늦게 소염제를 넣기 시작해서인지 조금씩 눈이 편해지는게 느껴졌다. 24시간 달고있던 얼음찜질을 12시간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 그런데 여전히 머리가 계속 아프고 자꾸 속이 안좋았다. 그렇게 좋아하던 장소인 침대는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고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소염제 안약은 눈으로 넣어도 입으로 쓴맛이 나는데 그 맛때문에 더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결국 실제 배탈 증상으로 이어지면서 음식을 먹어도 맛이 없고 탈이 나기 시작, 몸은 더우면서 추운 이상한 상태가 되었다. 눈과 머리는 뜨겁고 몸은 으슬으슬. 안약을 제때 안넣어서 남들이 3일차에 겪을 고생을 5일차에 하는거라는 이모의 타박을 들으며 그렇게 하루가 갔다.

6일차 일요일이 되었고 드디어 처음으로 핸드폰 화면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아... 하늘이시여 감사합니다! 밀렸던 급한 카톡 답장들을 간단히 했다. 금새 다시 눈이 흐려지긴 했지만 (인공눈물을 점안하면 잠시 시력이 좋아졌다가 다시 낮아지고, 눈을 오래 뜨고 있을수록 건조해지면서 보이지 않게 된다) 감동이었다. 이제 냉찜질을 하는 시간은 2시간 정도로 줄었다. 6일만에 처음으로 해가진 후 간단한 산책도 했다. 아아... 이 공기 이 바람. 집이 지긋 지긋 지긋해진 집순이로서는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었다. 침대는 진짜 지긋지긋하다. 바라만봐도 토가 나올 것 같아. 그나저나, 오른쪽 눈의 이물감이 여전히 있고 계속 배탈과 두통 증상도 있는 것이, 월요일에 병원을 가보는 게 좋겠다 싶었다. 혹시 이미 잘못된 건 아니겠지? 걱정을 하며 잠들었다. 이제 잠들기 위해 냉찜질을 할 필요는 없었다.

새벽에 계속 배가 꾸르륵거려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나름 죽 위주로 챙겨먹었는데도... 역시 과일은 먹지 말았어야 했나?

아침이 되자마자 양산을 쓰고 안과로 향했다. 이제는 전혀 눈이 무겁지 않았다. 다만 시력은 다 회복되지 않은 것 같았고, 여전히 몸이 으슬으슬 배가 꾸륵꾸륵 머리가 지끈지끈 했다. 비틀비틀 병원에 들어가 드디어!! 진료를 보게 돼었다.

“안약을 안넣었다고요? .....?...왜...?”

“아.. 그게 제가... 헷갈려가지고요...”

“지금 불편한 증상이 어떻게 있죠?”

“저 계속 머리가 아프고 설사도 하고요 ㅠㅠ 속이 매스꺼워요. 오른쪽 눈에 이물감도 있어요.”

“...?! 열은 있나요?(코로나???!!)”

“앞에서 쟀는데 정상이었어요”

“그렇군요 오른쪽 눈 먼저 볼게요.”

잠시 후

“이물감은, 속눈썹이 빠져 있네요. 빼드릴게요.”

쇽. ..... 엥. 허... 3일간 그렇게 나를 힘들게 했던 불편함은 속눈썹이 빠져 있었던 것을 꺼내는 것으로 해결.

“안압 체크해보니까 정상이라서, 안압때문에 메스껍다고 볼 수는 없는데... 밥을 잘 못드세요? 저런... 몸이 많이 예민한 것 같은데 내과쪽을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 그렇구나... 눈은 괜찮은거죠..?”

“네 괜찮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또 한번 배가 요동쳐서 공중화장실을 들린 후에야 귀가할 수 있었다. 헬...쓱... 내가 정말 예민하긴 한가보다. 아마 계속 누워있는 그 지루함에 정신적으로 영향이 가고 몸으로도... 그렇게 된걸까? 어쨌든 안압은 정상이라는데 내 배는 왜 여전히 이런건데... 오늘 하루는 찬 성질의 과일은 먹지 않을 생각이다. 아이고 ... 배야 머리야...

지난주 화요일 라섹수술 이후로 오늘 이시간 일기를 쓸 수 있게 되기까지의 눈물겨웠던 일기를 적어보았다. 내일부터 조금씩 블루라이트차단 안경을 쓰고 업무에 복귀하려 한다. 약만 제때 넣었으면 더 빨리 복귀할 수도 있었을텐데. 한번 바보는 영원한 바보인건가 싶다. 얼른 시력도 1.0으로 올라오면 좋겠다. 촬영하면서 도수 없는 코스프레 렌즈 끼고 싶어서 수술한것도 있었는데... 얼른 회복해서 이것저것 하고 싶어.

이번 수술로 달라질 점이 하나 있다면, 당분간이 될지는 모르지만, 잠자는게 지긋지긋 해졌다는 거다. 잠을 또 자야 한다는게 속까지 메스껍게 할 정도였으니. 내 평생에 잠이 너무 좋아서 잠이 많아서 문제였는데 이번 계기로 잠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뀔 것 같다.

응원하고 기다려준 여러분들 고맙숩니다아 ~!

Comments

rambam

Good to hear you're on your way to get better, we'll be waiting for when you're back to making content again 😄

Anonymous

Omg, you were careless 😱. But lucky so everything is ok. Have you noticed any positive change for your eyes sight yet ? I hope it worked well. Glad to know you are coming back soon ! But don't over do it lol, this time you must take things slow. It's not lazyness but doctor's order. :D So.. how cool do you look with those special glasses ? Fancy uh ?!

Anonymous

Welcome back!

Anonymous

I'm glad you seem to be getting better 😊

Ronny [Rendition]

Glad to hear it's getting better. Lessons learned: -always pay good attention to what the doctor says (when to take which medicine) -never try to catch up or compensate for forgetting to take medicine by taking it more often afterwards. About your stomach, it could be that you accidentally swallow the eyedrops and your stomach is sensitive to it. When you put in the eye drops, they may travel through the tear canal into the nose and if you inhale sharply, it can get into your throat and be swallowed from there. The fact that you wrote "the eye drops taste bitter" makes me think so. Maybe try this: after taking the eye drops, carefully (!) blow your nose and also gurgle with some water and spit it out. This way you can remove any eyedrops that made it into the nose or throat without letting them get to your stomach.

Anonymous

I'm glad to hear you're getting better. Oh you careless child, why didn't you listen to the doctor?! 😂 But seriously, you have to take it slow and follow the doctor's orders. Don't overdo things because it will just get worse if you continue to do so. Hang in there and let the recovery flow smoothly.

Anonymous

어우... 고생이 많으셨네요... 저도 라식/라섹 고민은 해봤는데 부작용 무서워서 못 해보고 있습니다. 완전 회복되신 후에도 후기 부탁드릴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