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Patr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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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었다. 내가 먹을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방에서 시간을 보낼 일이 별로 없다. 난 대부분 고구마나 감자를 구워먹거나 야채훠궈를 먹을 뿐이니까. 하지만 이모의 반찬이나 찌개를 만들기 시작하면 하루가 훌쩍 가버린다.
이모와 함께 정식으로 같이산지 한달이 되어가는 지금, 이모는 매일 아침, 점심(출근전)으로 조조 산책을 시키고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아침,점심,저녁 1일 3산책을 하고 있다. 강아지는 1살에서 4살까지가 신체 능력이 최고인 나이이기 때문에 함께 많은 활동을 하면 좋다고 하는데, 조조가 나랑만 살았으면 우울증이 왔을지도 모른다. 난 길게 하면 하루 1시간이었고 대부분의 경우 30분 정도에서 그쳤지만 이모는 한번 산책 나갈때마다 한시간씩 해주니까. 예전에 살던 집은 평지였기 때문에 산책을 나가는게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모가 정말 대단한게, 지금 사는 집은 경사진 곳에 위치해 있어서 걸어서 오르내린다는게 보통 힘든게 아닌데 그걸 매일 매일 하고 있는거다. 산책에 출퇴근에, 50대의 이모는 하루에도 몇시간씩 언덕을 오르내린다.
그래서 내가 주방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낼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난 이모 덕분에 하루에 몇시간씩 조조를 산책시키는 시간을 아끼고 있으니까,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 피곤할 이모를 위해 밥반찬을 준비하는 것이다. 각자가 더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분담해서 하니 효율도 좋다. 이모는 말하곤 한다. 내가 이렇게 부엌에서 이런 저런 요리들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ㅎㅎ
지금 집의 주방은 아주 투박한 모양이지만 언젠가는 아기자기하게 예쁜 주방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만큼 주방은 점점 더 애착이 가는 공간이다. 프랭크 먹방을 찍으면서 먹방을 더 이상 별로 하고싶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최근에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어느 정도 생각이 바뀌고 있다. 사람들이 먹방에 열광하는 이유가 있구나. 음식만큼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 없으니까. 주방과 음식은 그 자체로 행복을 줄 수 있구나 싶다. 그래서~ 조만간 나만의 채식 요리 디저트 영상들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