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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원을 아주 무서워한다. 치료받을 때 이에서 느껴지는 그 찌릿한 통증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방음부스가 다음주 수요일에 들어오는 것으로 일정이 확정되고 나니 그 전에 다녀올 수 있는 병원을 미리 다녀오자 싶어 미루던 치과를 다니고 있다. (한번에 끝나지 않아 몇번 더 내원해야 한다.) 

그런데 예전에 치과에서 진료를 받을 때는 단순하게 '무섭다' 라는 생각만 들었었는데, 이번에 치과에 가서는 다른 생각들이 들었다. 미루고 미루다 2년만에 간 치과 진료의자에서 이런 생각들이 든 것이다.

'언젠가는 내 치아가 너무 낡아서 진료를 미루고 싶어도 미룰 수 없는 날이 오겠구나.'

'언젠가는 내 치아를 더 이상은 사용할 수도 없는 날이 오겠구나.'

'언젠가는 잇몸이 힘을 다 잃고 치아가 없어 먹고 싶은 음식을 못 먹는 날이 오겠구나.'

처음으로 치과에서 공포와 함께 슬픔의 감정을 느낀 것이다. 

그러고보면 나이가 들면서 이 상태가 점점 나빠지면 그 때는 치과를 안갈래야 안갈 수가 없다. 오히려 가고 싶어도 치료비가 비싸 제때 가지 못하는 경우가 아주 많지... 임플란트를 하기 시작하면 중형 세단 한대 뽑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러고보니 멀리 볼 필요도 없이, 엄마, 아빠, 이모 모두 치아 상태가 좋지 않다. 한번에 다 치료를 받기에는 비용이 너무 부담되니 미루고 미루며 여유가 있을 때 하나씩 치료받는 식이다. 

누구도 늙음을 피할 수 없으니 치과치료도 결국은 피할 수 없는 것이구나. 치료의 공포도 언젠가는 직면해야만 하는 것이구나.

'삶'에 관한 생각으로만 가득차던 때가 있었는데, 조조를 데려오면서 엄마가 된 이후로는 계속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만을 바라볼 때는 미처 보지 못했었는데, 500g밖에 되지 않던 작은 조조의 성장을 바라보면서부터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늙음'과 '죽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아니 그런데, 그 기분을 기어이 치과에서조차 느끼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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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머리에 지팡이를 짚고, 허리는 굽고, 눈은 눈썹으로 뒤엎인 이 사람은 누구인가? 이 쇠락함이 원래 그런 것인가 아니면 어쩌다가 그렇게 된 것인가?”

“이것은 늙음입니다. 아름다움을 빼앗기고, 쾌락의 즐거움을 파괴하고, 힘을 못 쓰게 하고, 슬픔을 가져오고, 기억력을 앗아감으로써 이 사람은 망가지고 쇠락하게 된 것입니다. 저 사람도 어려서는 젖을 먹고, 기어 다니고, 미남 청년이었으나, 늙음에 도달하였습니다.”

“이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는가?”

“어김없이 세월이 흐르면 그렇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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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일어나는가?”

“이것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류의 마지막 길입니다. 그가 천민이거나, 평민이거나, 귀족이거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무너지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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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는 수행원들을 보내고 홀로 있기 위하여 고요한 곳인, 잎들이 사방으로 아름답게 흔들리고 있는 쟘부 나무 밑으로 갔다. 상쾌한 푸른 숲이 아름다운 그곳에 앉아 우주의 생겼다 사라지는 모습들을 관찰하면서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혔다. 그리고 ‘존재하는 것들은 진정 비참하구나. 어쩔 수 없이 병들고 늙고 죽어가는구나. 그런데도 그것을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구나.’라고 관찰하였다.

그의 힘과 정력, 젊음이 가져오는 마음을 도취시키는 것들은 인생의 질병과 늙음과 죽음을 바로 보았을 때 사라져버렸다. 그는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았다. 의혹이 사라졌고 안개 속을 걷는 듯한 나태함도 사라졌다. 그는 욕망을 벗어났고 증오도 벗어났고 다른 이를 낮추어보지도 않았다. 욕망에서 점차 벗어남에 따라 청정한 앎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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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정말 싫고 무서워도 피할 수 없고 받아들여야 하는 그 곳. 건강한 치아에 감사하며 항상 잘 관리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참고로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d 



인용: 『한 권으로 읽는 빠알리 경전』(민족사, 2008년)


Comments

Anonymous

I think we should take good care of our teeth.I should go to dentist regularly ,but not.Nevertheless,I have a dental job.

rambam

I think everyone thinks these things from time to time and when we're all older I think the technology will be much better that if we need fake teeth they'll have good replacements for little money lol try not to think of it before going to sleep though lol goodnight Eunzel 😄

Ronny [Rendition]

Don't worry too much about not being able to eat what you want. If you cook or steam your 감자 and 고구마 well, they'll be so soft you don't need to chew them at all :D

Anonymous

I never get scared when I go to the dentist's office. I think it is because I see the same dentists like two or three times every year. And of course, I have trusting relationships with them. Based on your photos from Insta and your videos, it looks like you're taking good care of your teeth and they already look brighter than the sun! 😁

Anonymous

Can't stop this train.. 🎶🎶🎵🎵 One of my favorite song cover i ever listened from you. I kept it, still playing it from time to 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