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Patr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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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엄마에겐 영웅이 있다. 그건 바로.. 임영웅...
엄마가 지금까지 이렇게나 특정 프로그램과 인물에 열광한 적이 있었던가? 양준일 열풍이 불었을 때에도 우리 엄마는 해당되지 않았었다. 그의 음악은 사실... 나이에 비해 너무나 힙했기 때문에 (그 힙함으로 재조명 되셨기도 하고) 오히려 20대에서 40대에서, 심지어 10대 사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우리 엄마 아빠 세대인 50대와 60대가 좋아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
그런데... 영웅이 등장한 것이다. 그 이름도 빛나는 임영웅.
엄마는 지난 설날 서울에 올라왔을 때부터 미스터트롯에 흠뻑 빠져 있었다. 영웅이 영웅이 하며 임영웅이 노래하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제보니 미스터트롯은 정말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렇다... 지금까지 덕질을 하고 싶지만 마음둘 곳 없었던 5,60대의 마음을 미스터트롯이 제대로 공략하고 사로잡아 버린 거다. 프로듀스 101은 여성 출연자 버전이 남성 출연자 버전보다 훨씬 인기가 많았지만, 트롯 시장은 또 반대일 줄 누가 알았을까. 미스 트롯도 인기가 많았지만 미스터 트롯은 정말... 신드롬 수준 아닌가 싶다. 어쨌든 난 우리 엄마가 이렇게나 누군가를 응원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까. 영웅이의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난댄다.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라나. 그의 노래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면 하루만에 거의 300만에 가까운 조회수가 나오고 있다. 유튜브 주 이용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를 고려한다면 이건 진짜 엄청난거다...
코로나때문에 다들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낙으로 지내는 이유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거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세상 일은 운칠기삼이 아니라 운 9.999999 기 0.00000001 이라던 한 교수님의 말이 떠오른다.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은 그 기 0.000000001이 없으면 결국 아무것도 되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거지만... 뭐 어쨌든. 나는 미스터트롯을 챙겨보지 않지만 엄마의 휑했던 마음에 뜨겁게 자리잡아 준 임영웅씨에게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든다.
"엄마 코로나 끝나면 내가 티켓전쟁에서 승리해서 임영웅 콘서트 보러가게 해줄게!"
"꼭 해줘 꼭 해줘..! 살 수 있는 만큼 많이 사줘."
"많이?? 왜...?"
"친구들이랑 얘기 했거든. 누구 한명이라도 티켓 성공하면 같이 가자고. 돈은 준다구."
"아...ㅋㅋㅋ"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도, 내가 과연 한장이라도 티켓팅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도전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