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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온 지 오늘로 딱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그리고 오늘 나는 이사 후 가장 중요한 과제를 드디어! 해결했다.

사실 일주일동안 짐정리만큼이나 층간소음은 큰 과제로 다가왔다.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조용한 환경에서 일도 열심히 하고 푹 쉬려고 무리하게 지출을 해가며 옮긴 것인데 헛된 수고였다는 생각이 드니 너무 답답했던 것이다.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계속되는 아이 발소리 어른 발소리 이런 저런 소음들... 관리실에 전화해 인터폰을 부탁했더니 마치 보복성처럼 훨씬 더 발소리는 시끄러워졌다. 쿵.쿵.쿵. 예민하게 구는 너 한번 당해 봐라 하는것처럼 느껴졌다. 내 마음속에 분노의 씨가 꿈틀 꿈틀 자라고 있었다. 

아파트 층간소음 분쟁 위원회에 서류를 제출하고 집에 돌아와 가만히 앉아서 윗층의 소음을 듣고 있었다. 분명 지금 윗집은 화가 났다. 본인들도 억울하고 내가 미운 것이다. 어차피 분쟁 위원회가 하는 일은 두 집이 서로 배려할 수 있도록 조율을 도와주는 일인데... 왜 그걸 당사자들이 직접 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재자가 개입하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마지막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한시간이 넘도록 편지를 써 내려갔다. 가능한 한 기분나쁘지 않을 어투와 단어들을 고르기 위해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서로가 서로의 사정과 상황을 내밀하게 알지 못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충돌이 생기는 것 같다고. 서로를 미워하고 괘씸해하며 지내기보다 소통하고 배려하고 믿고 지내고 싶다고. 가능하시다면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고 나는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언제든 방문해주셔도 좋다고. 

그렇게 진심을 담아 쓴 편지와 과일을 챙겨 조조를 데리고 윗층에 올라갔다. 집에는 아빠와 아이가 있었다. 엄마는 출근을 했고 아빠는 야간근무자라고 했다. 편지와 과일을 드리며 받으시라고 하니 이미 그런 내 모습에 마음이 풀렸는지 먼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사오기 전에 살던 사람은 한번도 소음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었지만(즉 이전 세입자는 나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던게 맞나 보다) 그 전에 살았던 사람이 시끄럽다고 건의를 해서 그때부터 방음매트를 깔았다고. 아이가 너무 어려서 하루종일 조심시키는게 어렵다고. 인터폰 이후에는 보복성으로 그런게 아니라 방음매트를 걷고 대청소를 했던 거라고. 

내가 원했던 게 바로 대화였는데, 편지를 읽으신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대화의 문이 생각보다 빨리 열린 것이다. 윗집 아저씨는 소음도 직접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녹음한 핸드폰을 집에 놓고 왔으니 괜찮으시면 아이와 함께 내려가보시겠냐고 제안을 드렸다. 핸드폰을 실제로 놓고 오기도 했고, 이미 텔레비전와 아이 소리로 시끌시끌한 윗집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고요한 우리집에서 내가 체감하는 소음의 정도를 직접 느끼는 것이 더 공감시킬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 집에 내려왔다. 그런데 거실에 걸어둔 내 사진과 (예전에 팬이 제작해준 퍼즐 초상화 액자), 현관 바로 앞 내 방에 세워둔 실버버튼을 숨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것이다. 

"유튜버세요????"

헉. 편지에는 자택근무자 라고 써놨었는데 이런. 게다가 쌩얼에 모자, 마스크를 낀 나와 액자 속 풀메이크업 나의 괴리감이란. 2초간의 멘붕을 다잡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 네 전업 유튜버에요.. 제가 그래서 하루 종일 집에 있거든요 하하~"

"어떤 유튜버세요?" 

"아... 그건... 비밀 ㅎㅎㅎ"

"촬영은 어디서 하세요?"

"그건 저기 안방에..."

예상치 못한 정체발각에 어쩐지 윗집 아빠는 한층 호의적이게 된 듯 했고(?) 내가 녹음한 소음도 들어보았다. 실제로 우리 집이 평소에 얼마나 고요한지, 우리집에서 들리는 윗층의 발소리 진동이 얼만큼인지 직접 환경을 눈으로 보고 들어보고 나니 윗집 아저씨와 나의 대화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나도 내가 아이를 키워보지 않아 그런 부분에 이해심이 부족하고 편협할 수 있다고 인정했고, 아저씨는 전혀 아니라고 본인들이 더 신경쓰겠다고 죄송하다고 했다. 

대화 이후에 소음이 없어졌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사실 아주 어린 아이들을 어떻게 24시간 완벽하게 케어할 수 있겠나. 하지만,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나면 이제는 윗집에서 소음이 나더라도 분노가 생기지 않는다. 그게 중요한 것 아니겠나. 아이의 발소리가 심하게 들릴 때 "보복성으로 나 괴롭히려고 일부러 안말리고 더 뛰라고 하나 봐!" 라고 생각하면 마음 속 분노와 미움은 끝도 없이 커진다. 하지만 이제는 "잠깐 저렇게 시끄럽지만 곧 조용해 질거야~ 지금은 그런 사정이 있겠지" 라고 생각하면 화가 나지 않는다. 같은 상황이라도 그 내밀한 사정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천지차이인 것이다. 믿고 이해할 수 있는 것, 이게 바로 내가 원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청난 개선은 어른들의 발망치 소리다. 이전에는 단순하게 층간소음 건의만 하다 보니, 아이가 뛰는 소리만 시끄럽고 어른들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의 편지에는 어른들의 발소리에 대한 부탁도 적혀 있었고, 우리 집에 와서 직접 들어본 녹음 파일은 본인의 발소리였으므로... 오늘 그 대화 이후로는 한번도 어른들 발소리때문에 시끄럽지는 않았다. 

껄끄럽고 불편한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면 용기를 내서 직접 맞서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용기 내서 쓴 편지는 다행히도 행복한 결말을 가져다 주었다. 

오늘은 정말로 정말 정말 뿌듯한 마음에 잠도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Comments

Anonymous

잘 풀려서 다행이에요

Anonymous

I told you, they will become fans just like us haha and so you will be able to sing whenever you want. :D Imagine... one day someone post here on Patreon "Hey i'm the dad upstairs, big fan". Then what ? ㅋㅋㅋㅋ Super Heros have two identity and wear masks you know. But you are a hero without a mask so... :D

rambam

So it m guessing they're now officially Zellies?? Lol but I think it's good the situation had a good resolution and no one made things worse 😄

Anonymous

I'm glad to hear that it worked out in the end and you will be able to sleep really well tonight! 😊🌛

Ronny [Rendition]

Diplomacy and mutual understanding won in the end. That's a good thing. Also, as you realized yourself, your mindset very much decides how angry you get at the noise upstairs. It's a major difference in perception, whether you think they do it on purpose or whether you know they try their best, but can't avoid 100%. Also, not sure how the social conventions are in Korea, but here in Germany it's considered good manners if you say Hi to the people in the house when you move in. You never know when you might need each other's help and getting on your neighbors' good side is always a good idea. PS: you are aware that the frame of the Silver Play button has your channel name on it, so he may have read it? ^^

Anonymous

잘 해결되서 너무 다행이에요 ㅠㅠ 정말 마음씨가 예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