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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제부터 몇번이나 전화를 하시는 거예요?!!!”

윗집의 첫마디부터가 내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다. 조용했으면 전화를 왜 하겠냐. 시끄러우니까 하지…

나 “시끄러우니까 전화 드리는거죠.”

위 “뭐가 시끄럽다는 거예요? 저희 방금도 전혀 시끄럽게 하지 않았어요. 아무도 뛰지도 않았다고요.”

나 “제가 방금 녹음했는데 생생히 다 녹음 됐구요. 핸드폰에 녹음될 정도의 발소리 진동이면 엄청 큰 층간소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위 “녹음했다고요? 허 차! 언제요? 정확히 언제 녹음을 했다는거예요?”

나 ” 방금이요. 12시 17분 18분 19분 전부 다요. “

위 ” 아니… 그 때는 저희 둘째가. 둘째가 좀 발망치가 있어요. 있는데. 걔가 뛴 것도 아니고~ 밥먹으러 방에서 거실로 나오면서 좀 걸은 소리인가 본데 그러면 집에서 걷지도 말아야 해요??”

나 “ 저도 집에서 걸어다녀요. 기어다니지 않고요. 걷지 말라는 게 아니라 제대로 걷는 방법을 가르치셔야죠.” 

위 “ 가르쳐요. 가르치는데 안되는 걸 어떡하냐고요. 제가 애를 때릴까요? 네? 애를 때려요?”

이 부분에서는 저 발언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나도 화가 났고 윗집 여자분도 고함을 고래고래 질러가며 “애를 팰까요? 네? 애를 때려요 제가???!! “ 악을 써서 둘 다 고성이 오갔다.

나 “ 저는 아이를 때리라는 말은 단 한마디도 한 적 없는데요?! “

위 “ 그럼 어떡하라는 거예요? 가르치는데 안되는데? 저도!! 가르치고 있다고요!!!!”

나 “ 더 신경써서 가르치고 주의를 주셔야죠. 걷는 소리도 시끄러우면 걷는 방법을 될때까지 가르쳐 줘야죠. 그럼 저는 뭘 더 어떡해야 하나요? 계속 더 참고 배려를 해야 하나요?”

위 “ 저기요. 어제 전화 몇번이나 했었죠? 어제~ 우리 첫째 애가 두시에 들어왔고 둘째가 세시 반에 들어왔고요. 네시경에 전화해서 우리 가족 다 나갔다가 6시 40분 쯤에 들어왔는데 7시에 또 곧바로 전화했잖아요 시끄럽다고. “

나 “ 저는 시끄러워서 시끄럽다고 전화드린 것 뿐이에요. 나갔다 들어오신지는 몰랐고요. 전화 드린 후에 조용하길래 잠깐 조심하시다가 다시 방심하시는 줄 알았죠. 어쨌든 중요한 건 시끄러웠어요.”

위 “ 집에 귀가해서 잠깐 숨돌리는새에 전화를 하고 오늘 또 전화를 하는데 아파트 살면 어느 정도는 서로 감안하고 참고 지내는 부분도 있을텐데 이건 저희보고 그냥 살지 말라는 거 아니에요? 어제 오늘 세번이나 전화하면 그냥 걷지도 말고 살지 말라는거 아니냐고요! “

나 “ 저기요. 제가 이 집에 일년 반을 살았어요. 일년 반 살면서 제가 그간 한번이라도 전화 드렸었나요? “

위 “…”

나 “ 일년 반동안 한번도 얘기하지 않고 배려하고 참고 살다가 어제 처음 전화한건데 제가 못참은건가요? 배려심이 없나요? “

위 “…”

나 “ 그리고 저 2주 후면 이사가요. 제가 왜 계약기간도 다 채우기 전에 서둘러 이사가는지 그 이유도 말씀드려야 하나요?”

위 “ 뭐요? 그럼 지금 우리집땜에 이사를 한다는거예요 지금? 네?!! (분노) “

나 “ 어차피 저는 이사 나가면 그만인데… 이제 와서 이렇게 어제, 오늘 말씀드리는 건 새로 이사들어올 분한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예요. 그만큼 시끄럽다고 느끼니까 전화 드리는거라구요… 안시끄러운데 제가 전화하겠어요? 제가 왜요? 귀찮고 스트레스 받게 왜요? 이런 전화 어제, 오늘 거는 저도 정말 스트레스 받아요. “

위 “ 아니! 우리도! 우리도요. 6개월 전까지는 큰애만 집에 있었고요. 둘째가 같이 지내게 된지는 6개월 전부터고요. (이 부분은 난 무슨 얘긴지는 이해가 안됐지만, 발망치로 시끄럽게 걷고 뛰는 아이가 둘째인데 둘째가 함께 지내게 된게 6개월 전부터니 내가 1년 반동안 고통받았다는 건 억지라는 것과 동시에 본인의 억울함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음. 왜 둘째가 그 전에는 따로 살았는지는 모르겠음) 평일 낮에는 집에 사람이 아예 아무도 없어요. 주말에! 네? 오늘처럼 주말에. 그것도 낮에~ 집에 사람들 좀 있고 소리 나고 그러는건데 그걸 가지고 뭐라 그러면 어떡해요? “

나 “ 제가 평일에 전화드린 거 아니잖아요. 어제도 주말인데 전화 드렸고 오늘도 주말인데 전화드렸잖아요. 저도 주말에는 쉬어야 하는데 시끄러우니까 전화 드린건데 조용한 날을 얘기하시는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그리고 사람마다 생활 패턴이 다 다른데 저는 밤에 일을 하고 낮에는 쉬어야 하는 사람이에요. “

위 “아니… 그러니까. 애가 뛰거나 그랬으면 저도 당연히 못하게 했을텐데. 방금은 그냥 애가 걸어왔는데 그거 가지고도 시끄럽다고 하니까 제가 그러는거죠. 저랑 남편은요. 집에서 슬리퍼 신고 지내요. 저희도 사실은 윗집이 밤마다 시끄럽게 해서 층간소음으로 건의 넣은 적이 있어서 신경 쓴다고요… “

나 “ 저도 000호 분이 일부러 시끄럽게 지낸거라 생각하는거 아니에요. 고의로 그러셨겠어요? 모르고 그러셨겠죠. 그거 아니까 더 조심해달라고 부탁드리려고 전화한거고요. 조금 더 신경쓰고 조심해달라고 부탁드리려고 그런거지 저희가 지금 이렇게 고함치고 싸우는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나요?? “

윗집은 결국 억울했던 것이다. 층간소음 유발자 99%가 그러하듯, 본인들은 억울해서 화가 난다. 내가 그런게 아닌데 그랬다고 하면 누구나 억울하고 화가 나기 마련이니까. 상식 없고 교양 없는 이웃이 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고의로 소음을 낸 게 아닌 것은 당연히 알고 있다, 인지하지 못하는 소음을 주의해 달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을 하자 그때부터 윗집의 흥분이 가라앉기 시작하는게 느껴졌고 이제서야 이성적인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나 “ 아이가 활발하게 자라는 것도 좋지만 배려심을 길러주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조용히 쉬고 싶어서 앉아 있다가 위에서 쿵쿵 하는 소리가 나면 제 마음 속에서 스트레스 씨앗이 꿈틀 꿈틀 하는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요. “

위 “ 저도 윗집때문에 겪어봐서 그 마음 알아요. 이 건물이 좀 방음이 더 안되는 것 같아요. (전혀 그렇진 않음. )저도 애를 조심 시킨다고 시키는데 그게 안되는 때도 있는건데… 그때마다 매번 전화를 하니까 저도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나 “ 제가 잠깐 잠깐 소음이 생길 때마다 전화하는게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셨죠? 그러면 약속 하나 해주시겠어요?”

위 “…”

나 “ 저 24일에 이사 나가는데요. 그 때까지만이라도 정말 신경쓰고 노력해주실 수 있나요? 이것만 약속 해주시면 혹시라도 소음이 나더라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잠깐 실수가 생겼다고 생각하고 저도 전화 안할게요. “

위 “… 제가 더 신경쓸게요.”

나 “ 감사해요. 저 정말 믿을게요. 약속 꼭 지켜주셔야 해요.”

위 “네…”

나 “ 알겠습니다. 그럼. 감사해요”

위 “네 죄송해요.”

이렇게 인터폰을 통한 통화는 분노로 시작해서 극대노를 거쳐 나름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원래 층간소음 유발자는 절대 모른다. 본인이 얼만큼의 소음을 만드는지. 이후에도 오늘까지 여전히 발소리와 의자 끄는 소리 등, 비단 둘째 뿐만이 아닌 온 가족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소리나 시끄러운 생활 소음들이 들리기도 하지만, 통화를 하기 전과 비교하면 비교도 안될만큼 좋아진 건 사실이다.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드니 소음이 나더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몸에 밴 습관을 완벽하게 고치는 건 쉽지 않으니까. 어제 집에 들렸던 이모도 만족하며 이야기했다. 

“은비가 용기내 준 덕에 너네집에 와서 처음으로 조용하네.”

이모는 그간 우리집에 온 날들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물다 갔다. 

싸움이 무서웠던 것은 아닌지라 용기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껄끄럽고 귀찮은 상황을 맞닥들이기로 결심했다는 점에서는 용기같기도 하고. 이렇게 싸워야만 쟁취되는 것이 있다는 것이 좀 씁쓸하기도 했다. 

싸우고 쟁취해서 얻어내는 결과가 더 큰 행복을 가져다 줄 때는 어쩔 수 없이 감정을 소모해야만 하겠지만, 되도록이면 앞으로도 화내거나 싸우고 싶지 않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 내 맘에 들지 않는 것 천지일텐데 어떻게 그걸 다 나한테 맞추며 살겠나. 그래도 걱정이 되긴 한다. 이사간 집도 혹시나 층간소음이 있으면 어쩌지…? 화내지 않고 바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돈은… 없는데…

….야잇 그러면 또 싸워야지!!!!

Comments

Anonymous

I wonder if it's going to be quiet for long lol. When she asked about beating up the kids, you should have said : "Yeah, let me show you how, *Bottle Kick Challenge* !!! " You know... just remember your Taekwondo lessons. :D Seriously, it ended up quite well after all, sometimes we have to stand our ground and fight for what's right. I hope it's going to last, atleast until the 24th. If not... *Bottle Kick Challenge* right ? 💣💢💥

Anonymous

아파트라면 가장 윗층 추천 ㅎㅎ

Ronny [Rendition]

Very well done, but I don't think it was hot fighting that gave you this result, but actually it was diplomacy... "I know you didn't make noise on purpose" was the winning move, that turned the conversation from emotional to factual. Really clever move, diplomacy 101 :)

Anonymous

윗집은 층간소음당해봤는지 의심스럽네요ㅋㅋ 당했다면 저렇치않을텐데.... 그래도 잘마무리 됬으니 다행이네요^^

rambam

nice to hear that things didn't end badly with that conversation, if only more people were that understanding 😫😫 but you did good by letting them know that they are pretty loud 👍

eunzel

윗층에 살고 싶지만 조건에 맞고 탑층 집이 잘 나오지 않더라구요 ㅎㅎ

eunzel

That was one of the most stupid phrase right? Should I beat my kids?!! lol

eunzel

제 생각에는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이유가 이미 이전에도 그런 문제가 있었어서가 아닌가 싶어요. 어른이 청소하면서 나는 발소리도 엄청 시끄럽거든요 ㅎㅎ 이 집은 이미 뭐 버린 카드고 사실. 새로 이사가는 집 윗집이 그렇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당 ㅜㅜ

eunzel

Yeah I hope they now know that they're actually not 'quiet' at all. Knowing is the start 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