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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의 놀이터를 지나가고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 둘이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공만 보면 흥분하고 가지고 놀고 싶어 하는 조조가 왕왕 짖으며 뛰었고 아이들은 조조를 귀여워하며 공을 잠깐 빌려주기도 했다. 내 앞에서 조조와 공을 주고 받으며 노는 아이들은 그저 꼬마 남자아이들이었다.

그런데 단지를 빙 둘러 한바퀴 더 산책하고 놀이터로 돌아왔을 때, 남자아이들 중 한명이 어딘가를 바라보며 ‘어른스러운’ 표정으로 살짝 웃고 있었다. 아까 내가 본 ‘꼬마’의 느낌이 아니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어쨌든 아이는 ‘어른스러운’ 느낌의 오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시선의 끝에는 또래 여자아이가 있었다. 공이 그쪽으로 가서 여자 아이가 집어 던져주는 모양이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단지를 산책하는 아줌마인(슬프군) 내앞에서 한없이 어린아이였던 아이가, 또래 여자 아이 앞에서는 남자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초등학생 시절이 생각났다. 나도 좋아하는 아이를 보려고 놀이터 근처를 지나갈 때 마다 두근거렸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오늘은 놀이터에 그 애가 있을까? 기대하고. 분명 저 뒷모습은 그 애인데 언제 뒤를 한번 돌아보려나 애타하고. 뒤 돌아봐서 눈이라도 마주칠 때면 설렘에 가슴이 쿵 내려 앉고. 그때 내 눈에 그 아이도 ‘꼬마’ 가 아니라 ‘멋있는 남자’ 였는데. 그리고 그때 그 느낌은 여전히 그대로인 것이다.

50대인 이모가 한 말이 있었다. 마음은 똑같다고.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익숙해지고 무뎌질 뿐이지, 생각하고 느끼는 건 10대나 50대나 똑같다고. 아마 죽을 때까지 똑같을 거라고. 어른스러운 남자 아이의 찰나의 미소에서 나는 나의 초등학생 시절을 보았고,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아쉬움을 느꼈고, 변화하는 시간과 관계 없이 그대로인 마음이 애처로와서 어쩐지 슬펐고? 그야말로 갑자기 감수성이 폭발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초등학생을 무시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사실 유튜브나 틱톡 등 플랫폼들에서 asmr이라는 장르로 활동하다보면 아무래도 장르 특성상 나도 모르게 초등학생들을 배제하게 되곤 한다. 그런데 사실 그럴 일이 아닌 것이다. 정신적으로 성숙한 초등학생은 이미 그때부터 사실 어른이다. 아직 사회 경험이 부족해서 조금 덜 다듬어진 상태일 뿐. 마땅히 존중받고 고려받아야 할 대중인 것이다. 중, 고등학생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은 이미 어른이고 문화를 이끄는 주체들이지 않나.

예전에는 10대는 공부할 때이고 20대부터 자아를 찾아 이런 저런 도전을 하고 30대에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일종의 인생의 ‘정석 테크’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세상이 많이 달라지고 있고, 달라진 것 같다. 훨씬 빨라져도 되고, 빨라질 수록 좋은 것 같다는 게 개인적 의견이다.

어쨌든 결론은, “초등학생도 순정이 있다. “

Comments

Anonymous

心はいつまでも変わらないものですね☺️

Ronny [Rendition]

With the media, internet and social networks they mature mentally a lot faster today. However, when I was a kid and saw how some adults acted overly mature, I took a vow to never grow up into taking myself too seriously. I choose to stay in touch with my inner child for a whole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