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Patr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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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에 오늘 하루 종일 안개가 굉장히 심했다. 날은 평소보다 따뜻해서 조조와 산책을 길게 했는데도 산책한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안개가 해를 다 가려서일까? 햇빛을 충분히 쬐었다는 생각이 안들었다. 햇빛이 없는 세상은 정말 우울할 것이야.
오늘은 조금 피곤한 하루였다. 잘못 주문한 장비 때문에 안해도 될 고생을 했다. 판매자의 과실로 오토폴 부품이 덜 온 것을 조립 도중 알게 되었는데 전화해서 문의하니 그 부품 재고가 없다며 전체 반품, 환불 처리를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엥...?주말 내내 설명서 보면서 무거운 봉들 설치하느라 고생했는데 뭐라구요? 재고가 없는 것을 애초에 왜 팔며, 대안을 제시하긴 커녕 “왜 화를 내세요? 환불해주니까 고객님한테 손해 없잖아요? 죄송하지만 재고가 없는데 제가 뭐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없잖아요?” 라고 나오는데 기가 막혔다.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과 수고는 뭐가 되나. 그리고 그 부품이라는게 본인이 조금만 알아보면 무조건 대안이 있을 수 밖에 없는 부품이었다. 낱개로도 버젓이 여기저기에 팔고 있는 건데 무슨... 그냥 한마디로 판매자는 자기가 더 고생해서 잘못을 원상복구 시키기보다 반품하는게 낫겠다 싶었던 것이다. 구매자인 내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안해도 되었을 불편을 겪어야 하며, 이미 발생한 불편을 전혀 보상할 생각이 없는 업체의 태도에 너무 화가 났다. 난 또 이런 억울한거 정말 못참는다. 통화로 고함치며 싸웠다.
결과를 얘기하자면 뭐 사실 이런 판매자를 상대로 내가 어떻게 하겠나. 얼마 전 카메라 구매때도 그랬지만, 고함치고 싸워도 달라질 건 없다. 어차피 판매자는 비록 자기의 과실로 구매자가 불편을 겪었어도 어떤 실질적 보상이나 대안도 제시할 생각이 추호도 없으니 말이다. 결국은 다시 분해해서 낑낑대며 포장까지 해서 반품 수거용으로 내놓을 수 밖에. 특히 센터 고정용 봉이 보통 무거운 게 아니라 포장하는 내내 ‘어휴 물건 하나 잘못 시켜서 뭔 고생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오늘 왜이렇게 빨리부터 졸린가 했더니 이래 저래 기를 빨렸는데 해를 덜봐서 그렇구나. 거기다 공차도 못마셔서 여러모로 에너지 부족. 오후 다섯시부터 졸음이 쏟아졌다. 근데 또 저녁은 먹고 잘거라고, 졸음 깨워가며 열심히 바나나,사과, 김을 꾸역 꾸역 주워먹은 나란 녀석. 못말려.. 먹는 게 하루의 낙이어서 나도 모르게 집착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겨울 사과는 참 맛있다.
배불리 먹고 나니 이제 정말 잠이 못견디게 쏟아지네. 오늘이 그저 그랬으니 내일은 오늘보다 즐거운 하루가 될 것이야. 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