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이라는 사치 (Patr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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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만 해도 나는 욕조가 있는 집으로 이사가는 게 꿈이었다. 긴 자취 기간동안 좁은 원룸에서 지내면서 욕조는 그저 로망일 뿐이었다.
몸이 워낙 차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는 뜨거운 물로 하는 샤워로는 몸을 데우기 부족해서 작은 족욕기에 타이머를 맞추고 발을 담그며 아쉬움을 달래곤 했었다. 하지만 족욕기는 물을 결국 비우고 잠을 자야 한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었기 때문에 발이 뜨끈~해서 노곤 노곤 잠이 들만하면 타이머가 삑 하고 종료시간을 알려주고, 그러면 무거운 족욕기를 낑낑 들어 욕실에 물을 비우고야 다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작년 6월 지금 사는 이 집으로 이사오고 나서야 나는 처음으로 욕조를 가질 수 있었고 이후로 욕조 목욕은 나의 하루 피로를 푸는 코스다. 더운 여름에도 이열치열을 외치며 뜨끈한 목욕을 좋아하는 나지만, 목욕이 빛을 발하는 때는 역시 요즘처럼 추운 겨울이다. 물을 받아 놓고 발 끝부터 살짝씩 담그며 들어가서 “어흐~” 하는 소리를 내면서 목욕을 즐긴다.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그저 몸을 담그고 멍때리는 이 시간은 너무 행복하다. 그러면서도 이 일상의 행복을 얻기까지 길었던 고난의 시간들이 매번 떠올라 감격스럽고 감사하다.
처음부터 욕조를 당연하게 가진 사람은 느끼지 못했을 행복이나 감사함. 내 힘으로 조금씩 조금씩 바라던 로망을 성취해 나가는 기쁨이 너무나 크다는 걸 알고 난 이후로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게 많은 것에 오히려 감사하게 된다.
음..
그래도 역시 결과적으로는 ... 가진게 좋은 것 같아? 음하하. 욕조 최고야...! 먼 미래에는 자쿠지를 갖고 싶다... 스파.. 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