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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곧 열리게 된다. 작년에는 사회를 요청받아서 참석했었지만 올해는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런데 카톡이 하나 왔다. 한 후배에게서였다.

"선배님, 회장님께 연락처 받아 연락드립니다. 대회 중간에 상영 할 영상에 들어가는 용도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30주년' 기념 영상을 제작중인데요. 동문들의 셀프카메라를 모아 제작하려 하는데 선배님도 함께 해주실 수 있을까요? 너무나 영광일 거예요"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예전 생각이 났다. 이것도 벌써 5년도 더 된 기억이네. 당시 나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선배들에게 연락을 돌려 무언가를 요청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직책 이름은 무려 '홍보 부장'.요청 했던 것은 뭐였지? 그건 잘 기억이 안 난다. 어쩌면 그 때도 셀프 카메라 영상이었던 것 같기도. 

그리고 이런 역할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마감일까지 잘 취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배에게 요청을 하는 을의 입장인 후배가 여러 차례 독촉하기도 어려우니 "왜 보내준다고 하고 안 보내주는거야~" 하며 끙끙 스트레스 받기도 하고. 무엇보다 속상했던 일들은 아예 답장이 안 오는 경우였던 것 같다. 유명하고 바쁜 선배들일수록 답장조차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때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선배라면 후배가 이렇게 요청하면 답장이라도 할 것 같은데 거 참 너무들 하시네. 이런게 연예인 병 아니구 뭐겠어. 잘 나가면 뭐해~ 인성이 되어야지 말이야...! 치사하게(?)..." 

그리고 오늘 나는 후배의 문자에 바로 답장하지 못했다. 

나는 현 회장님과 사이가 좋지 않다. 불편한 사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 분에게서 연락처를 받아 연락을 했다고 하니 썩 유쾌하지 않았다. 이 후배는 이름도 얼굴도 처음 보는 후배인데 나의 동의도 없이 연락처를 줬다니. 내가 평소에 같이 일을 하는 분들은, 업무 절차상 필요해서 내 연락처를 공유해야 할 때에도 미리 내게 양해를 구한다. "~~해서 연락처를 공유드리려 하는데 괜찮을까요?" 하고. 그런데 이 분은 올해만 해도 몇 번 째 나는 안면도 없는 사람들에게 내 연락처를 주는 것이다. 몇 개월 전에도 내가 알지도 못하는 분 한테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엉뚱한 제안에 대한 통화를 하느라 시간을 낭비한 적도 있었다.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받고 갑작스런 자기 소개와 밑도 끝도 없는 프로젝트 제안을 받았던 그 때도 황당하다고 생각했었다. 당연하지만 그 프로젝트는 진행되지 않았고 말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 보니, 이 분은 이게 무례가 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듯 했다. 정작 본인은 나와 연락은 커녕 껄끄러운 관계이면서 내 연락처는 무슨 권리로 쉽게 내어주는 건지.

그리고 나는 이 대회 자체에도 회의감을 가진지 꽤 되었다. 결정적으로는 대회 동문으로 알게 된 선배에게 일종의 성희롱과 무시를 당해 힘들어 했던 2년 전의 사건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당시 나는 그 선배라는 한 사람에게 상처받고 분노한 것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막연하게 사실 다들 알고 있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쉬쉬해왔다는 사실에 실망했었다. 다른 어떤 오디션 단체보다 순수하고 용감한 단체라고 믿었던 곳이, 사실은 여느 단체와 똑같이 비겁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정말로 크게 실망했었다. 사람은 누구나 비겁하고 누구나 남의 일에 크게 관심 없으니 그걸 비난하는 것이 가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피해 당사자였다. 나는 그 사건을 계기로 '허울뿐인 인맥'이 얼마나 쓸모없는 것인지를 깨달았고, 원래도 솔직한 편이었지만 그 뒤로는 더더욱 마음이 가는대로 솔직하게 말하고 행동하게 되었다. 앞 뒤가 다르고 비겁한 사람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싫어졌기 때문이다. 

잠에 들기 전이 되어서야 다시 후배가 보낸 카톡을 열어보고 여러가지 생각에 잠겼다. 내 솔직한 마음으로는 난 별로 답장하고 싶지 않았다. 영상을 찍어 보내고 싶지도 않았다. 평소 한 번도 연락 없던 후배가 갑자기 연락을 해서 뭔가를 요청하는 데, 여기에 내가 반드시 응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나 싶었다. 회장님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도 별로 돕고싶지 않았다. 심지어 나 할 일도 많고 바쁘잖아? 

하지만 예전 내 모습이 동시에 떠올랐다. 당시 나는 유명한 뮤지션 선배들의 연락처를 전달받았었다. 이 사람의 연락처를 내가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내심 뭔가 특권을 얻은 듯한 기분이 들었었다. 수많은 팬들을 거느린 뮤지션의 번호를 내가 알게 되고 그 분들의 카카오톡 프사도 보이고 하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면서 좋았겠나. 그 때 나도 딱 오늘 이 후배처럼, 나의 소개를 간략히 하면서 대회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했었더랬지. 그리고 답장을 해주지 않은 분들에게 서운한 마음을 가졌었지. 괜히 그 뒤로 그 분들이 TV에 나오는 것이라도 보면 마음 속으로 '흥 저 사람 사실은 꽤나 오만한 것 같았는데 사람들은 그걸 모르네?' 하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었지.

결론을 내렸다. 후배에게 답장을 했다. 

"후배님 대회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네요. 영상은 언제까지 어떤 길이로 보내면 될까요? 마감일까지 보낼게요."

이 카톡은 예전의 나에게 보내는 카톡이었다. 그리고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어쨌든, 미우나 고우나, 내 인생에 너무나 큰 전환점이자 감사한 대회임에는 변함 없는 것이 사실이다. 

사람은 위치가 변함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생각도 달라진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게 답장을 하지 않은 선배들은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었다. 오히려, 당시에 내가 했던 '미친' 행동이 하나 떠오르며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한다. 

어느 날 뒷풀이 자리에 '조규찬' 선배님이 오신 것이다. 엄청나게 유명하고 대단한 뮤지션이면서 까마득한 선배님이 뒷풀이에 참석하니 사실 모두가 그를 의식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 참석해서 얻을 것이 하나도 없는 자리에 대선배님이 특별히 '와 준' 상황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분은 엄청난 대인배인 것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나는 '홍보 부장'의 역할에 충실해 보겠다고, 내 소개를 해야 하는 차례가 돌아왔을 때 소개 끝에, 조규찬 선배님을 바라보며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외쳤다.

"조규찬 선배님 이번 대회에 오시는거죠?! 제가 (매년 제작하는 동문회 단체)선배님 티셔츠 미리 따로 빼 놓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고 1초의 정적 후, 뒷풀이 자리에 있던 모두가 환호하며 박수를 쳤고 조규찬 선배님은 생각지도 못한 내 구애(?)에 당혹스러운 듯 웃으셨다. 다른 선배들은 뒷풀이가 끝난 후 내게 귓띔으로 잘했다며, 후배가 그렇게 애교있게 밀어붙이면 못이기는 듯 참석하는 명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했었다. 그렇게 그 해에 조규찬 선배님은 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석하셨다. 선배님의 대회 참여는 전에 없던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돌한 내 행동에 진짜 웃음만 나온다. 지금도 성격이야 그대로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리고 이번에 나는, 조규찬 선배님이 그 때 당혹스런 웃음으로 보여준 그 포용을 조금이나마 닮고 싶었다. 

조규찬 선배님은 당시에 까칠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누군가는 '음악은 잘 하지만 인성은 별로야~' 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소위 '악명이 자자하다' 라고 하지.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는 그저 완벽을 추구하는 능력 있는 뮤지션일 뿐이며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사실 시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쉬울 것 없는 뮤지션이 무명 후배들이 모인 뒷풀이 자리에 참석해 주는 것이 어떻게 쉬운 일인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음악적인 경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까마득한 후배의 당돌한 제안을 못 이기는 척 기분 좋게 받아 들여줄 수 있는 사람이 어떻게 인성이 나쁜 사람인가?

어쨌든, 나는 사실 쫌생이에 오만하고 못된 사람이지만, 이번에는 그를 닮고 싶은 마음에.

좋은 선배님 코스프레를 한 번 하기로 했다 이말이야.

Comments

rambam

There's some things I couldn't understand too well but I'm guessing you're sending in a video? It also sounds like you had a hard time with them before but are still going to participate. If so, then you're being the better person because some of what you said is really bad what that person did. I hope the event goes well for you though!

Anonymous

連絡先を勝手に教えるのはイヤだよね。僕も前そういう事があったので、少し分かりますw

Sen Tenshi

You experienced something difficult, and maybe there is still a scare deep down, it changed something. But from this bad episode of your life is born our Eunzel, and that's beautiful. So i cannot let you say "i am mean and arrogant" it is not true, no one is perfect, but you are a good person, i can tell. A little naughty sometimes but a good person none the less. :P I hope this music contest will bring back some good memories aswell, surely some good and fun stuff happend too, focus on those ! Any chance to see you play some piano someday ?

Ronny [Rendition]

Sometimes in life, a bit of being mean and arrogant is required for self protection. It does in no way make you a bad person. If you wouldn't do it, some people would trample you down. There are evil people in this world. Being nice is a good thing, but unfortunately some people will not respect you, if you don't tell them off, giving them your honest opinion in all clar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