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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가 공차 한잔을 꼭 마셔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조조를 데리고 은자를 타고 출발했다. 평소에는 공차 주변 다른 건물들에 주차를 해서 주차비를 1000원씩 냈는데, 생각해보니 너무 아까워서, 전화로 "공차는 주차장이 안보이는데 없느냐"고 물었더니, 옆 건물 주차장을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구나! 두바퀴를 빙빙 돈 후에 겨우 주차장 입구를 찾아서 들어가는데 지하1층,2층에도 자리가 없어 3층까지 뱅글 뱅글 내려가서 겨우 차를 세웠다. 휴. 

조조를 데리고 올라가서 공차를 들어갔는데 처음 보는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웬지 불안함이 엄습했다. 주문을 했다. 

"밀크폼 우롱티에 점보사이즈에 밀크폼 한 번 더 추가해주시구 펄도 추가해주시구요. 당도는 0, 얼음은 보통으로 주세요." 

나는 한 가지에 꽂히면 거의 영원히 그것만 먹는 타입이라 항상 이렇게 주문을 한다. 얼핏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공차에 조금만 애정이 있다면 어렵지 않은 주문사항이다. 아르바이트생이 포스기계에 주문사항을 입력한 것을 보는데 '우롱밀크티'를 입력하고 있는 것이었다. 불안한 감은 어째서 항상 틀리지 않는 것인가. 

"우롱 밀크티가 아니라 밀크폼 우롱티에요" 

정정해주었다. 그런데도 아르바이트생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려 나한테 한 번 더 확인을 했다.

 "어, 그러니까 우롱밀크티에 밀크폼 추가한다는 말씀이신거 아닌가요?" 

"아니, 우롱밀크티가 아니라 밀크폼 우롱티요. 우롱밀크티랑 우롱티는 달라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르바이트생... 

'아니, 우롱밀크티는 말그대로 밀크티파우더로 만드는 밀크티 이구... 우롱티는 찻잎을 우려내서 만드는 맑은 티 인데, 왜 그걸 몰라 ㅜㅜ 다른 곳도 아니고 차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는거면 제발 조금만 애정을 가지고 기본은 알아달란 말이에요 흑흑...'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걸 입밖으로 말할 수는 없는거고 호호. 다시 설명을 해서 아르바이트생을 이해시킨 뒤 겨우 주문을 완료할 수 있었다. 

공차는 아르바이트생이 초보일 경우는 꼭 이렇게 문제가 생기고 자칫 방심하면 주문이 잘못 들어가기 마련이다. 우롱티가 아닌 우롱밀크티를 만든다든지, 나는 분명히 당도 0으로 주문했는데 자기 마음대로 50%로 만든다든지. 아는 만큼 그리고 자기의 취향대로 주문을 듣기 마련인지라 초보 아르바이트생들은 가끔은 두번 연속으로 잘못된 음료를 만들어 내어주기도 한다. 

어쨌든 이번에는 겨우 제대로 주문이 들어갔을 것이고 나는 시원하고 달콤하고 짭짤하고 쫄깃쫄깃한 밀크폼 우롱티를 마실 수 있을 것이다. 

기다렸다가 음료를 받아서 다시 지하 3층 주차장으로 갔다. 뱅글 뱅글 돌아서 올라와서 집으로 향하면서 고대하던 공차를 한입 쭉 마셨다. 두입 세입 먹는데 뭔가... 이상했다. 잠깐. 자세히 보니, 펄이 들어 있지 않았다. 하..............안돼 ㅠ ㅠ 시원하면서 살짝 씁쓸한 우롱티와 짭짤한 밀크폼과 쫄깃하면서 달콤한 펄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펄이 없었다. 아 진짜 ㅠㅠ 공차에 전화를 했다. 사장님이 전화를 받으셨다. 

"네 방금 우롱티 주문해 간 사람인데요. 음료에 펄 추가하고 계산도 그렇게 되었는데 아르바이트분이 펄을 실수로 안넣어주셨네요...ㅜㅜ"

"어머나, 고객님 죄송합니다. ㅜㅜ 성함이랑 연락처 남겨주시면 다음에 오셨을 때 다시 펄 넣어서 만들어 드릴게요 ㅠㅠ"

흑흑... 너무 허무했다. 운전을 해서 여기까지 오고 지하 3층까지 내려가서 주차를 하고 했던 수고가 다 헛수고가 된 기분이었다. 이 음료 한 잔을 마시려고 나는 거의 40분의 시간을 썼는데. 기분이 상했다. 허무했고 기분이 나빴다. 아르바이트생이 실수하지 않게 하려고 고객인 내가 그렇게 몇 번이나 주의했는데 결국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억울하고 속상했다. 내가 더 뭘 어떻게 할 수 있었겠어? 도대체 왜 일을 이렇게 하는 거야. 

그리고 동시에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가 참 속이 좁다고 느껴졌다. 누군가가 볼 때는 '고작 음료 한 잔' 일 뿐일텐데. 다음에 방문하면 다시 만들어 준다고 했고 오늘 음료 못 마신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이렇게 아량이 넓지 못할까. 

뭘 그런 걸 진지하게 고민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정말 궁금해졌다. 생각해보면 나는 내가 누려야 하는 '권리' (이 사례에서는 고객의 권리)가 침범당했을 때 엄청나게 분노하고 스트레스 받는 편인데, 어떤 사람들은 이런 것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 않는가. 왜 나는 이렇게 예민할까? 이 부분에서는 여전히 성숙하지 못한걸까...? 궁금해졌다. 

최근 나는 분명 많이 유해지고 너그러워졌다. 친구들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평가한다. 엄마,아빠,이모,친구 등 내 주변 사람들에게 포용력이 커져서 별 것 아닌 일로 짜증을 내거나 다투는 일이 아예 없어졌다. 이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 자체가 소중한 것이지 그 과정에서 생기는 목표나 약속들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고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소한 실수는 이해하게 되고 다툼도 없어졌다. 

반면, 공차 아르바이트생과 나의 관계에는 아무 것도 없이 오로지 '공차'만 존재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아르바이트생과의 우정이나 웃음이나 친절이 아닌, 오로지 제대로 주문된 밀크폼 우롱티였던 것이다. 그녀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웃어주지 않더라도 좋으니, 나는 내가 시간과 돈을 들이면서까지 먹고 싶었던 '펄이 들어간 밀크폼 우롱티'를 먹고 싶었던 것이다. 그 한 잔을 마시면서 기분을 전환하고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내고 싶었던 것이야! 그랬기 때문에, 오직 그것만이 유일한 목표였는데 그게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 기분이 너무 너무 너무 상해버린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고 이해하고 나니 스스로 납득이 되었다. 내가 기분이나 성격이 오락가락 하거나 성숙하지 못해서 기분이 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정리하니 개운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공차로 상했던 기분도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마도, 기분 나빠하고 화를 내는 내 모습이 잘못된 것만 같아서 더 기분이 상했다가, '내가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 합당한 거야' 라고 감정을 정당화한 것이 스스로를 진정시켜준 듯 했다. 신기해라. 

화가 나고 예민해질 때, 그 정도가 심해지면 가끔 감정 자체에 압도당할 때가 있는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쁜지도 모른 채 계속 침체된다. 화를 내고 있는 내 모습이 미우니까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사람이 항상 평온할 수 있겠는가. 난 오히려 항상 웃고 항상 괜찮고 어떤 것에도 기분 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의심하게 된다. 인간이라면 그럴 수 없으니까. 가끔은 상해버린 기분의 원인을 확실하게 정리해보고 나의 감정을 정당한 것으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다시 행복한 기분을 찾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Comments

Anonymous

공차가 잘못했네

rambam

His punishment for making Eunzel feel bad? Death by Jojo! He should have added the boba, a deadly mistake 😭 you're very nice though, not going back and saying something

Anonymous

アルバイトの人何回も確認したのに、結局ミスするというw

Ronny [Rendition]

You're right. As a human it's hard to always smile at everything. It can be done for a while, but the anger and other negative emotions will well up inside, causing you to become depressed in the worst case. So venting from time to time is very healthy, as long as the anger is addressed to the right person. Btw, today you did what I'd call an impressive comeback with a huge bang! Dual streaming, YouTube premiere, Patreon-exclusive video and even the longest diary post. Wow, as I commented on your witch video, I'm glad that the drought is over and it's so good to see that you can smile again and enjoy making videos. I hope Sen Tenshi won't mind me using his word creation when I say Thank You for today's dose of 은비타민!

Anonymous

자기가 하려고 하던것이나 원하는것이 안되면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음에는 맛있는 공차를 먹을수 있을겁니다 힘내세요!

Anonymous

화가 날수있는 상황이였네요ㅠㅠ

Anonymous

Actually the word 은비타민 is from Eunzel ^^. It's a 2017 afreecaTV thing 🤭. But i used it recently yeah, because it's cute and true for some of us ! She does bring us good vibes and energy when she is live, wich is funny cuz, she is so relaxing and make us sleepy when doing her magic. 그녀는 정말 마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