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는 다는 것 (Patr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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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는 용기” 가 필요하다고 누가 그랬던가. 나는 비교적 미움받는 것을 개의치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이것이 내가 실제로 그런 사람이라는 걸 뜻하지는 않는다. ‘쿨하지 못해 미안해’ 라는 UV의 노래가 떠오른다. 난 전혀 쿨하지 않다. 사랑받고 싶고 미움받을 때 너무나 상처 받는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너그럽게 포용하는 것 따위 할 줄 모르고, 그것을 하는 ‘척’ 하고 난 괜찮은 ‘척’ 무던한 ‘척’ 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옹졸한 사람임을 느낀다.
갈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않게 되는 것도 상처받기 싫어서 더 벽을 쌓아 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갈수록 먼저 다가가지 않는 이유도 내가 건넨 관심이 무시당할까 두려워서다. 언제부터 이렇게 겁쟁이가 되었을까? 이미 나를 사랑하는 것 같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주게 되고, 그들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척’ 하지만 마음 속 저 깊은 곳에는 ‘너희들 마저 날 떠나가면 어떡하지? 그럼 난 정말 힘들거야’ 라는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미움받을 용기를 넘어, 누가 나를 미워하건 개의치 않을 수 있는 너그러움과 모두를 사랑하는 박애적 마음을 가지고 싶지만 ... 난 이번 생에는 그런 훌륭한 사람은 되지 못할거야. 나의 장점 중 하나는 나 자신을 어느정도 객관화할 줄 안다는 것이 아닐까. 난 너무 속세의 평범한, 번민하는 인간일 뿐이다. 추석에 보러 갔던 뮤지컬 ‘벤허’ 에서 메시아(예수)가 벤허(유다)에게 그랬더랬다. 저들을 용서하라... 일방적으로 잘못을 한 상대방 조차도 용서하라는, 그런 초월적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이 정말 이 세상에 존재하긴 하는 걸까? 하겠지...? 나 같은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일방이 잘못한 게 아닌, 상호 작용에서 생기는 마찰조차도 이렇게나 힘들어하니까.
오늘 인간 관계에서 어떤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었고 ... 이토록 예민하고 옹졸한 내가 스스로 너무 부족하다 느껴져서... 속상해하는 내 자신이 너무 보잘 것 없이 느껴져서 쓰는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