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수업 (Patr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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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장내 기능 수업을 2시간 씩 다른 강사님들께 들었다. 첫번째 강사님은 화법이 정말 특이한 분이었다.
“여기서 엑셀 밟으세요”
“지금요?”
보통 이런 경우 “네” 라고 대답하면 되지만 그 강사님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금 밟으라고 했을 때 안 밟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
모든 말을 한번씩 꼬아서 대답하는 그야말로 ‘매너리즘 화법’ 이었다. 태어나서 핸들을 처음 잡아보니 궁금한 것 투성이인게 당연한데 그런 내게 강사님의 화법은 솔직히 황당했다.
1.
강사: “시동을 켜보세요”
나 “브레이크 밟고 켜는거죠?”
“안 밟아도 돼요”
“???? 정말요? 제가 유튜브에서 본 영상들은 전부 다 브레이크를 밟으라던데?”
“안 밟아도 된다고 했으면 안 밟아도 되는거예요~”
2.
나 “핸들을 도대체 얼마나 감아야 얼만큼 회전하는 지 감이 안오는데 대충이라도 알려주실 수 없나요?”
강사 “그걸 처음부터 알면 배우지 않겠죠? 운전하면서 익히는거고 6개월정도 하면 그 때 알아요”
“아.. 그러면 언제쯤 감기 시작하는게 좋은지두 좀 대략적 요령같은 거 없나요?”
“이정도에서 슥. 저 정도에서 삭. 어허 지금 빨랐고. 어허 지금은 늦었네.”
“???”
3.
나 “앗 저 방금 주차하고 나올 때 금 밟지 않았나요?”
강사 “금 안밟고 운전 연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죠? 연습할 땐 다 밟는거예요”
“????”
이미 이 분 눈에 나는 처음부터 ‘또 한명의 말귀 못알아 듣고 나를 귀찮게 하는 멍청한 수강생’ 인 듯 해 결국 나중에는 나도 아예 질문을 안 하게 되었다. ‘이 강사는 틀렸어... 믿을 건 나 자신밖에 없다... 감으로 간닷...!’ 마음으로 하니 또 그럭저럭 알 것도 같았다.
그리고 오늘 다른 강사님을 만났다.
1.
강사 “시동 거세요”
나 (열쇠 돌림)
강사 “브레이크 밟고 해야죠, 안 밟으면 시동 안걸립니다잉?”
“......”
2.
강사 “돌 때 핸들 얼만큼 돌려요?”
나 “..??네? 그냥 감으로...”
강사 “감으로 얼만큼?”
나 “어 음... 모르겠는데요...”
강사 “한바퀴 돌리면 돼요잉? 한바퀴 안짝으로 돌리면 적당해요. 언제 돌리는 지는 배웠죠?”
“...아니요.”
3.
(주차하고 나오다 금 밟음)
강사 “이렇게 되면 감점 감점 해서 실격입니다잉. 절대로 선 밟으면 안돼요”
나 “......”
4.
강사 “돌발상황은 배웠죠?”
나 “ㅡ ㅡ 아뇨..”
“어제 안배웠어요?”
“네”
“어제 강사님 누구였어요??”
“이름은 모르겠고 얼굴은 아는데 오늘도 계시던데요. 너무 안가르쳐 주신 게 많아서 학원에 항의를 해야하나 싶네요.”
“에이~ 그러지 말아요~ 강사마다 다 성향이 다른거지~ 어쩌구 저쩌구”
솔직히 좀 화가 났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구박받지 않고 배우려고 수강료를 내고 학원에 다니는건데 어제 그 강사는 내내 나를 기죽이고 물어보는 걸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심지어 , 자기가 브레이크를 대신 밟고 있어서 내가 안 밟고 시동 켜도 된다는 말을 그렇게 이상하게 한거다. 몇번이나 “브레이크를 안밟는다고요?????” 라고 의아해서 물어본 나만 같은 질문 여러번 하는 멍청이 취급하고. 그 강사님 말만 들었다가는 기능시험 시작하자 마자 떨어질 뻔 했잖아.
사실 오늘 강사님도 T자 주차 기준을 너무 애매하게 알려주셔서 (사람마다 키도 시선 높이도 체구도 다르고 심지어 의자 조절에 따라 더 달라지는데 기준이 ‘고개를 최대로 돌려 보았을 때 한뼘’이라니... ) 영 마음이 불안하다. “저 이 한뼘 도대체 이해가 안가구 강사님이 지금 한뼘 맞다고 하시는것두 제눈에는 하나도 한뼘이 아닌데... 뒷바퀴 보는 방법같은 건 없나요?” 라고 까지 물어봤지만 그런 방법은 없고 세상 모든 운전자는 한뼘으로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그걸 모르면 자기도 어찌할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지만 집에 와 유튜브로 검색해보니 훨씬 객관적이고 다양한 요령이 있으며 심지어 우리 아빠는 뒷바퀴로 감을 잡는다고!!! 그랬다. 강사님과 수강생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같았어야 하는 것이다... 운전 교습이란 거 정답이 있는 이론인 줄 알았지만, 결국은 ‘자기 운전 스타일’대로 가르쳐주는 것일 뿐이었던 것이다.
깨달은 지금은 이미 늦었고 이제 나의 T자 주차는 운명에 맡길 수 밖에 없게 됐다. 주차때문에 탈락할 것 같은 느낌에 조금 울적하다. 흑...
궁금한 점은, 주차하려고 뒤로 후진하기 직전에 오른쪽으로 살짝 핸들을 감을 때, 반바퀴나 3/4 바퀴나 어느 쪽이든 크게 상관이 없는 건가? 학원 선생님은 “고개를 왼쪽으로 쫙 돌렸을 때 시선과 연석 어쩌구 어쩌구 한뼘’까지 3/4바퀴 돌려서 빼라고 했는데 난 그 한뼘이 도대체 얼만큼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유튜브 영상을 보니 사이드미러와 앞쪽 연석 간격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던데 그 방법이 훨씬 기준이 명확해 보이는데... 거기선 핸들을 반바퀴만 감는다. 배운대로 3/4바퀴를 감고 사이드 미러로 간격을 맞추었다가 실패할까봐 영 불안한데... 어떡해야 하나 싶다. 나 진짜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