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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4시까지 인터넷을 검색하다 잠들었다. 이모 생일을 당일에 축하해주지 못했다면 더 늦기 전에 바로 다음날인 오늘에라도 제대로 축하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당사자가 괜찮다 됐다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생각해보면 그게 아닌 것이다.  생일 당일에 누가 요란스럽게 챙겨주면 "뭘 이런걸 다. 안해줘도 괜찮은데" 싶지만 막상 안챙겨주면 섭섭한거 아니겠나. 말로 퉁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폭풍 검색으로 어디를 가야 하나 어떤 케이크를 사줘야 할까 알아보았다. 

분위기와 서비스 가격을 지불하고 먹는 고급 레스토랑을 가볼까 생각하고 열심히 검색을 해보았다. 조조를 데려가야 하기 때문에 (이건 나 때문이 아니라 이모가 조조를 다른 곳에 맡기거나 집에 두고 나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 프라이빗한 공간이 있는 레스토랑들을 알아보았는데 그런 곳은 당일 예약이 안되는 것이었다. 당연했다. 코스 요리 같은 건 미리 예약을 해야 레스토랑 측에서도 재료를 준비할 것 아닌가.  코스 요리가 아니더라도 인기 레스토랑들은 평일인 금요일 낮임에도 이미 다 예약이 찬 상태였다. 특별한 케이크를 주고 싶어 앙금 플라워 케이크를 열심히 검색했는데 그것도 당연히 당일 주문은 될 턱이 없었다. 

내가 얼마나 무심했던 사람인가 스스로가 미워졌다. 나도 모르게 "갖고 싶은 것 있다고 하면 사주면 되지 뭐~" 하고 이모를 당연한 사람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안일한 마음으로 결국 생일 당일에 당사자가 말을 꺼내기 전에 생일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도 먼저 건네지 않은 사람이 되어 버렸다. "알고 있었는데 까먹었지 뭐야" 라는 말은 사실 너무나 성의 없는 변명이지 않는가. 며칠만 미리 정성을 들여 알아보고 예약을 했다면 "뭘 이런걸 준비했어 괜찮은데!" 하면서도 좋아했을 이모를 볼 수 있었을텐데 그 며칠을 무심하게 보내버린 내가 어찌나 밉던지. 검색 또 검색을 했다.

애견 동반 식당 중 비건 식당을 찾아 고르고(엄마,이모, 나 셋이 먹으러 갔는데 나만 안 먹으면 둘이 불편해 할테니까), 꽃을 특히 예쁘게 만드는 떡케이크 업체 몇군데가 오픈을 하자마자부터 문의를 했다. 당일 주문, 배송은 원래 안되지만 혹시나 취소건이 있거나 해서 제작을 할 수 있을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정말 너무나 행운이게도 한 업체에서, 그것도 제일 예쁘게 만드는 업체에서 늦은 오후 시간까지 완성해도 된다면 제작할 수 있겠다고 했다. 하늘이 도와 1호짜리 (지름 15cm) 시트떡 하나 여분이 있었던 것이다. 원래도 너무 큰 것 보다는 작고 화려한 것을 사주고 싶었기 때문에 최고의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이모가 노란 색을 좋아하니 노란 꽃으로 예쁘게 부탁드린다고 주문을 했다.

식당 선택은 실패였다. 사장님이 신경질적인 말투로 면박을 주는 바람에 우리 셋의 기분이 다 상해버렸다. 즐거운 이야기가 아니니 굳이 무슨 상황이었는지는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 많이 남기게 됐다. 다행히 두번째 코스였던 카페가 쾌적하고 음료도 맛있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조금 기다리다 드디어 케이크가 배송이 되었다. 그리고 ...

실물이 더 예쁜 케이크에 이모는 너무나 감동했다. 이런 케이크가 있는 줄도 처음 알았고 처음 받아 본다고 했다.  하긴 나도 처음 주문해 보는 떡케익이었고 내가 보기에도 정말 정말 예뻤다. "이 정도 케이크면 이게 선물이지. 다른 선물은 따로 안 줘도 돼. 진짜 정성이 엄청나게 담겼네. 꽃잎 하나 하나 정성들여 만들었어 ." 하며 먹기 아깝다고 했다. 

"이런 케이크는 얼마 정도 하니? " "응? 음 쪼끔 비쌌지~?"

"얼마?"  "배송비까지 10만원 정도?"

"비싸네. 비쌀 만 하다. 정말 예쁘네"

"이런 날 아니면 이런 거 먹을 일이 없잖아 ㅎㅎ"

"그건 그렇지. 이런 건 정말 처음 받아본다."

내가 열심히 사진을 찍어 예쁜 샷을 건진 후 초를 켜고 생일 노래를 불렀다. 먹는 그 순간까지도 우리 셋은 너무 예쁜 꽃 앙금에 감탄을 했다. 케익시트 떡도 아주 맛있었다.  맛도 비싼 값을 한다며 먹고 있는 우리 모습이 나는 좀 웃기기도 했다. 기분 좋은 호들갑이랄까.  

예쁜 케익 덕분에 식당의 실패로 찝찝한 기억이 될 뻔한 하루를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 너무나 감사했다. 라르고팩토리 라는 케익 업체 덕분에 선물할 수 있었던 건데 갑작스런 주문에도 너무나 친절하게 대답해주시고 제작까지 해주셔서 정말 너무나 감사했다. (은근 슬쩍 홍보하기. 너무 감사해서. 나는 다음에도 꼭 이 업체를 이용할 것이다아아아아  )

당연하듯 내 옆에 있는 사람은 가장 당연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 사실을 절실히 느끼게 해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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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Anonymous

ホントに綺麗なケーキですね! 例え遅れてしまったとしても嬉しかったと思いますよ☺️

Anonymous

It's so pretty ! I think you did the right thing, even late, it shows how much you care about your aunt. Lol what's up with the restaurant ? Just by reading, it seems you were ready to use your kung fu !? Anyway, it's a happy ending. 🎂🤗

Anonymous

글에서 긴박한 상황이 묻어나오네요. 해피엔딩 스토리라 좋구요👍

rambam

Glad the day turned out mostly good! That cake looks amazing, almost too good to eat........almost! x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