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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할 때나 밥을 먹을 때 팟캐스트를 듣곤 한다. 여러가지를 듣는데 오늘은 책 관련 팟캐스트를 듣다가 '생애 처음으로 읽게 된 책에 영향을 받아' 비슷한 장르의 글을 쓰게 된 유명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문득 생각해보게 됐다. 내가 처음 읽은 책은 뭘까? 부모님이 읽어주신 책 말고 내가 자아가 형성되고 스스로 '이게 내 첫 책이지!' 하는 책은 생각이 잘 안났다. 어렸을 때 집에 전래동화 시리즈가 있었고 그걸 굉장히 즐겨 '들은' 기억은 난다. 왜냐하면 당시 테이프가 있었기 때문에... 테이프라니. 요즘 아이들은 모르겠지... 훗 

가만 생각해보니 '어쩌면 엄마가 테이프 세트 동화책을 사줘서 자면서 매일 듣고 잔 덕분에 난 책읽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었던 기억보다 들었던 기억이 먼저이니 분명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심지어 난 내가 처음 읽은 책은 생각나지 않지만 처음 본 만화책은 기억이 선명한 것이다. 바로 아마데우스 라는 만화책이었다. 

왜 기억을 하냐면, 이 만화책은 내가 빌려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빌렸다는 표현 역시, 웹툰 세대가 된 요즘 아이들은 모를 수 있는 표현인데 당시에는 만화책을 빌려주는 만화방이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때였다. 어느 날 외출했던 엄마가 만화책 몇 권을 들고 집에 왔었다. 무엇이냐 물으니 만화방에서 빌려 왔다고. 그게 바로 아마데우스 였다. 바이올린이었던가? 여하튼 악기를 하는 여자아이의 이야기였는데 순정만화라고 하기엔 좀 수위가 있는, 어린 내가 읽기에는 묘하게 야한 만화였다. 당시 만화책은 19금 만화책이 아니더라도 연인 사이의 애정 행각이 1,2페이지 등으로 짧게라도 노골적으로 표현되기도 했는데 그 만화책이 그랬던 기억이 난다. 아마 엄마도 그런 장면이 들어 있는지 모르고 빌려왔던 것 같다. 막상 가져 왔는데 나랑 동생은 안보여주고 엄마만 볼 수는 없으니 같이 읽지 않았을까 싶다. 어쩌면 그런 장면을 우린 아직 어려서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지.

그 날을 시작으로 나와 동생에게는 만화책 이라는 새로운 오락거리가 생겼다. 매 주말마다 우리는 각자 만화책을 두권씩 빌릴 수 있게 되었다. 더 빌려오면 엄마한테 아주 혼이날 것이므로 딱 두권이었고, 단골이었던 우리에게 가끔 만화방 주인 아주머니가 '오늘은 서비스로 한권씩 더 공짜로 빌리게 해줄게~' 하면 신이 나서 세권씩 집어 들고선 집에 들어가면서부터 오해를 사지 않으려고 엄마에게 상황 설명을 했었지. 쓰다 보니 추억이 몽글 몽글 한다. 중학교 1학년 무렵까지는 명절같은 때를 제외하고 매주 한번도 빼놓지 않고 만화책을 빌렸었다. 이후부터 빌리지 않은 이유는 철이 들어서도 아니고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어서도 아니고 '컴퓨터'라는 새로운 놀이감이 생겼기 때문. 컴퓨터를 주구장창 하게 시작하면서는 p2p 프로그램으로 온갖 만화를 다운받아 보기 시작했고 심지어 '동영상' 이라는 엄청난 컨텐츠를 접하게 되었으니 그 때부터는 사실 부모님의 '일주일에 만화책 2권' 이라는 규제도 무의미해져 버렸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건, 내가 처음 읽은 책은 기억나지 않는데 만화책은 기억이 나고 그 만화책을 엄마가 빌려온 것이라는 거다. 오늘 새삼 '부모의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엄마가 사준 전래 동화책 시리즈 , 엄마가 빌려 온 아마데우스가 지금의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나는 지금도 만화를 너무 좋아하고 책을 읽기보다는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가. 

지금 내 모습의 특정 부분의 시작이 언제인가를 되짚어 보는 일은 꽤 재미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고 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찾다보면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무엇보다, 추억에 잠기는 게 꽤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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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Anonymous

漫画好きなんですね!!ぼくは漫画よりアニメの方がいいかな(読むのがめんどくさいからㅋ)

Anonymous

I used to read, as a child but not anymore, nowdays it's just movies and drama. I'll need to really dig in my memories to find the name of the very first book i've read. But the two last were, Hagakure and The book of five rings. I am a sword practitioner, Iaijutsu and Kenjutsu and those books were quite interesting. Both of them are very old and written by samurais. One is about, deep thinking and poetry, the second is written by Miyamoto Musashi, one of the deadliest warriors who ever lived. I am afraid books and reading as we know it will disapear over time, the more we get into that digital era you know.

Anonymous

동감.

rambam

I can't think of the very first book I ready either, but I do remember that the first novel I read was the first Harry Potter book. It was difficult to read because of the strange names that some of the characters have but I loved it lol I don't read much recently but I do still pick up a book from time to time. The last book I read was a book on the Asian influence in building America and that was a good read. It's good that you listen to something while you work, keeps you informed and up to date with news and other information. As for comic books, most of my consumption of that is in movie form now ha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