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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으로 상견례를 참석했다.

평소에는 잘 가지 않는 21층 중식당은 창밖 경관은 푸짐하고 요리양은 창렬했다. 해파리 냉채가 며칠전부터 먹고 싶었어서 주문을 했는데 1-2인분이라던 냉채는 “0.5인분인가?” 하는 양으로 나와서 모두가 웃었다. 데코는 정말 예쁘고 작은 빙수그릇 같은 컵에 나왔는데 사진을 찍지 못해서 아쉽다. 요리 양이 적다 보니 여러개를 주문하게 되어서 다양한 요리를 눈으로 구경하게 되니 그 점은 좋았다. 이런 곳에서 이런 시간도 한번씩 있는거지.

그런데 새삼 놀라웠던 건, 주문을 받는 분들이 메모도 녹음도 하지 않고 외운다는 거였다. 정작 주문하는 우리도 메뉴를 뒤적 뒤적 어버버 하며 주문하는데 되묻지도 않고 외우시더라. 프로란 건 그런건가...? 어떻게 가능하지? ?? 사람이다보니 실수할 수도 있을텐데 왜 차라리 녹음을 하지 않으실까? 너무 궁금해서 “지금 메뉴를 외우시는 거예요?”라고 물어도 봤으니 외우는 게 확실한데 이거 너무 신기했다. 옛날에 오락프로에서 암기력을 활용한 게임들이 많았었는데 어떤 연상법을 사용하는걸까?? 아이 신기해.

인생에서 처음 해보는 경험은 언제나 소중하다. 인연은 특히 그렇다. 내 인생에 작게나마 처음 보게 된 부모님 두 분이 들어온 날. 사이가 그리 살갑지 않은 내 동생이 결혼하는 걸 바라보는 내 마음도 이렇게 복잡미묘한데 외동 아들을 키워 장가보내는 그 부모님의 마음은 어떨까. 아버님은 ”며느리는 딸이 될 수 없다고 하지만... 제가 최선을 다해서 딸처럼 잘 모시고 살겠다” 하셨고 어머님은 “따로 사는데 무슨소리냐”며 웃으셨다. 내실이 있고 겉은 소박한, 타인을 올리고 본인들을 낮추어 말하는 분들같았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Comments

Anonymous

通知が来なくなったんだけど…俺だけ?

Anonymous

같이 살았으면.. 하는 부모님의 아쉬움을 포장한 글쓴이의 마음이 이쁘다.

Anonymous

상견례 감정이 복잡미묘하죠 ㅎㅎ 일기를 보다보니 박성훈 작가의 "또라이"라는 웹툰이 생각나요. 경험이나 사건들을 소개하고 담담히 감정을 표현하는게 ㅎㅎ. 어린아이 시선으로 보듯이 허탈하다거나 하지않고 신기해하고 놀라워하잖아요! 다음에 동화?같은거 하시면 이런걸 소재로 해도 좋을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