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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제약


“제약…… 인가요?”

“그래요.”


학원 입학이 정식으로 결정되고 며칠 후, 클레어 어머니와 레이 어머니는 메이와 저한테 그런 말을 꺼냈습니다.


“학원에 입학하기에 앞서 당신들에게 힘을 억제하는 마법을 걸겠어요.”


저에겐 검술을, 메이에겐 마법의 힘을 경감시키는 마법을 걸겠다고 클레어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어째서 그런 마법을 받아야만 하는 건가요?”

“……불편해.”


저도, 메이도, 어머님의 의도를 짐작하기 힘들었습니다.

클레어 어머니는, 잘 들으세요, 라며 말을 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힘은 또래 아이들에 비하면 지나치게 눈에 띄어요. 아무런 제약 없이 입학하면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하겠죠.”

“그런 걸까요?”

“……힘 조절을 하면 되는 거 아냐?”


우리 둘 다 그런 쪽으로 힘 조절을 하는 건 익숙합니다.

이제 와서 실수할 것 같지도 않아요.


“확실히 메이와 알레어는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역시 너희들의 힘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너무 강해.”


레이 어머니가 클레어 어머니의 말을 받아 설명을 계속했습니다.


“솔직히 알레어의 검술과 메이의 마법은 전 세계를 기준으로 잡아도 발군이라고 생각해. 그건 굉장한 점이지만 그래선 다른 아이들의 의욕을 꺾어버려.”


강한 힘은 좋든 나쁘든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게 레이 어머니의 설명이었습니다.


“제약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는 어떤 수단을 쓰는 건가요?”

“……급할 때 쓸 수 없게 되면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수 없어.”

“그건 레이가 알아서 잘 해줄 거예요.”

“두 사람의 능력을 완전히 구속하는 게 아니야. 어떠한 일정 조건 아래에서 제약이 걸리거나 해방할 수 있도록 할 거야.”


레이 어머니는 위력 감소 결계의 마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정확히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마법을 쓸 때는 본 실력의 60%의 힘밖에 낼 수 없도록 제약을 걸도록 할게.”

“……다른 사람을 위해서 쓸 땐 제약이 없어?”

“응. 그리고 자신의 생명에 직결됐을 때도 제약은 해제될 테니까 안심해.”


레이 어머니는 여러 가지 다양한 마법을 몸에 익히고 계신데 이번에 쓰는 마법도 레이 어머니의 독자적인 마법인가 봅니다.


“이해해주시겠어요?”

“네, 알겠어요.”

“……메이도 괜찮아.”

“고마워요, 두 사람 다. 그럼 시작할게요.”


◆◇◆◇◆


“그렇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대충 했던 게 아니야.”

“워, 원만한 학원생활을 위한 예방조치라고 이해해주세요.”


우리가 설명을 마치자 시몬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습니다.


“이게 제약의 인장.”


메이가 오른손 손등에 각인된 백합 문양을 보여줬습니다.


“잠깐, 메이!”

“헤에, 백합의 각인이구나. ……그런데 왜 알레어는 그렇게 당황하는 거야?”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인장이 나타나는 위치는 사람마다 달라.”

“헤에에? 알레어는 어디?”

“……듣고 싶어?”

“어? 으응, 뭐.”

“……알레어는 말이지——.”

“메이!”


결국 참지 못하고 메이의 입을 막았습니다.

그치만 알리고 싶지 않은 것도 당연하잖아요?

——엉덩이에 문양이 나타나다니.


“사정은 이해했는데…… 그것도 결국 본 실력을 다 하지 않은 거 아냐? 아무리 두 사람이 뛰어나다곤 해도 핸디캡을 거는 건 뭔가 좀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아무래도 시몬은 우리가 힘을 억누르고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건 그녀의 자존심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제약이 걸린 우리를 향한 동정인 것 같습니다.


“오해는 하지 말아줘요, 시몬. 우리는 이래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응.”

“무슨 말이야?”

“우리 입장에선 이건 좋은 도전이 되거든요.”

“도전?”


시몬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다녔습니다.


“자화자찬이 되겠지만, 저와 검술에서 호각으로 겨룰 수 있는 학생은 거의 없어요.”

“그야 그렇겠지. 뭐니뭐니해도 검신인걸.”

“네. 하지만 이런 제약이 걸려 있으면 평소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생기겠죠?”

“……확실히 그러네.”

“……메이도 그건 마찬가지.”

“즉, 우리에게 이 제약은 다시없을 배움의 기회인 거예요.”


시몬은 그렇게 말하는 제 표정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마치 우리가 괜히 고집이나 허세를 부리는 건 아닐까 생각해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걱정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금방 깨달은 거겠죠, 시몬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알겠어. 너희들이 그래도 괜찮다면야 좋아. 민감한 부분을 캐물어서 미안해.”

“이해해주셔서 다행이에요.”

“하지만!”

“?”

“……?”


갑자기 힘주어 말하는 시몬을 향해 우리는 무슨 일이냐고 눈으로 물었습니다.


“하지만 납득하고 있다면야 봐주지 않겠어! 전력으로 이겨줄 테니까 각오하도록 해!”


승부욕 넘치는 표정으로 콧김을 내뿜으며 선언하는 시몬을 보며, 우리는 분명 좋은 친구가 될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네, 물론이에요!”

“……메이도 지지 않아.”

“리, 릴리도 노력할게요.”


그렇게 이야기가 일단락됐을 때.


“앗…… 엇차. 레레, 아직 간식시간이 아니라고요.”

“?! 마물?!”


제 가방에서 데구르르 굴러 나온 부정형 생물에 주변 학생들이 비명을 질렀습니다.


“잠깐, 이 아이는 마물이 아니야! 종마야! 그렇지, 알레어?”


당장이라도 공격당할 뻔한 레레—— 워터 슬라임의 새끼입니다——를 감싸준 건 시몬이었습니다.


“……시몬 말이 맞아. 레레는 알레어의 종마. 해를 끼치지 않아.”

“종마라고요?! 처음 봤어!”

“확실히 핵이 금색이야.”


메이의 설명에 간신히 진정한 학생들은 이번엔 신기하다는 눈으로 레레를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레레는 모여든 시선에도 개의치 않고 주변을 둘러보는 중입니다.


“분명 클레어 님도 종마를 데리고 계셨지?”

“정확히 말하면 레이 어머니의 종마지만 그 말대로예요. 제 종마인 레레와 메이의 레어는 어머님이 데리고 있는 워터 슬라임의 아이들이에요.”

“메이도 종마가 있어?”

“……조금 내성적인 아이지만. 레어, 이리 나와 봐.”


메이가 마법지팡이로 원을 그리자 거기서 동그란 은색 몸이 나타났습니다.


“와, 신기해! 이 아이는 외톨이 슬라임이구나!”

“……시몬 잘 아네.”

“뭐, 뭐 그렇지.”


레어는 슬라임 종족의 돌연변이종으로, 아주 튼튼한 은색 몸을 가진 외톨이 슬라임이라는 종족입니다.

매우 소심한 성격이라 좀처럼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없는 걸로도 유명한 슬라임입니다.

그 증거로 레어는 주변에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닫자마자 바로 메이의 등 뒤로 숨어버렸습니다.


“흐—응…… 왠지 알 것 같아. 레레한테서는 치유의 힘이 느껴지는걸?”

“어머, 잘 아시네요? 맞아요, 레레는 약초를 좋아하는 아이거든요. 소위 말하는 힐 슬라임이에요.”


워터 슬라임은 여러 가지 것들을 먹어서 대상의 능력을 흡수하는 성질을 갖고 있는데, 레레는 약초의 힘을 얻어 치유 마법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레어는…… 악식 계열?”

“……정답. 좋아하는 건 금속. 날붙이 같은 것도 우걱우걱 먹어치워.”


단단한 몸을 가진데다 날붙이를 먹기 때문에 물리공격에 아주 강한 아이입니다.


“역시 그렇구나.”

“뭐, 뭐가 말인가요? 시몬 짱.”

“두 사람이 이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이유를 말하는 거야.”


시몬은 팔짱을 끼며 자신이 짐작한 내용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알레어의 종마는 치료마법이 뛰어난 힐 슬라임. 검술이 특기고 마법을 쓸 수 없는 알레어한테 안성맞춤인 조합이네.”

“정답이에요.”

“메이의 종마는 전위에 걸맞은 뛰어난 방어력을 가진 외톨이 슬라임. 이쪽도 거리를 두고 마법으로 승부하는 메이에게 잘 어울려.”

“……정답.”


저는 시몬의 관찰력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교양 시험 때도 그렇고, 시몬은 어딘가 덜렁대는 면이 있지만 이렇게 날카로운 일면도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제가 솔직하게 감탄을 표하려고 했을 때,


“헤이~ 역시 마족. 동족에 대해선 잘 아는구나.”

“?!”


조롱 섞인 말투를 감추려고 하지 않는 모멸의 목소리가 시몬에게 날아들었습니다.


“지금 누구죠?! 제 친구에게 무슨 폭언을!”


저는 분명한 노기를 담아 외치면서 주변을 노려보았습니다.

누가 말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거기서 더 이어갈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됐어, 알레어.”

“그냥 넘길 수 없어요! 제가 보고 있는 앞에서 그런 무례는 용납 못해요!”

“정말로…… 괜찮으니까. 자, 종 울렸어. 슬슬 자리에 앉자.”

“시몬…….”

“너희들처럼 알아주는 사람만 알아주면 그걸로 충분해.”


그녀답지 않게 힘없는 웃음을 지으며 시몬은 자기 자리에 앉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수업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아, 알레어 짱, 지금은 참아줘요.”

“릴리 님까지……. 어째서인가요?”

“마, 마족에 대한 편견은 그리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그런 걸로……! 애초에 시몬은 혼혈이지 마족이——.”

“마족한테 가족을 잃은 사람한테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습니까? 알레어 프랑소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는 저를 꾸짖는 게 아니라, 저를 일깨워주려는 듯한 음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그 말을 한 사람은 마법사 복장을 한 노년의 남성이었습니다.


“실례지만 당신은……?”

“이 학급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트레드 마지크라고 합니다.”

“당신이……. 아뇨, 지금은 그런 건 상관없어요. 방금 전에 하신 말씀은 대체 무슨 뜻인가요?”

“잘 모르겠습니까.”

“네에.”

“그럼 이건 당신에게 주는 숙제로 하지요. 제출은 언제든 괜찮습니다. 자, 그럼 당번인 학생. 구령을.”

“기, 기립!”


그 후는 평범한 학원 강의가 시작됐습니다.

트레드라고 이름을 밝힌 선생님의 강의는 아주 이해하기 쉬운데다 구체적인 마법학 강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강의 내용의 절반조차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마족한테 살해당한 사람한테요……? 그럼요. 말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하지만 릴리 님이었다면, 저와는 다르게 분명 망설임을 느끼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건 릴리 님에게는 있고, 저에게는 없는 중요한 무언가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없는 그게 무엇인지, 저로선 아직까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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