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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번역은 "와타오시 번역"의 협력으로 실현되었습니다.고마워요, "와타오시 번역" 『클레어 프랑소와를 내놓으세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루에 하나씩 이 세상의 국가를 멸망시키겠습니다.』 마왕은 상상도 못할 말을 꺼냈다. 하지만 녀석의 강력한 힘을 고려해 보면 저게 허세가 아니라는 사실은 알 수 있다. 하지만 저걸 현실이라고 받아들일만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애초에 세상 사람들 중에선 마왕이라는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내가 그런 의문을 품었을 때, 마왕은 한층 더 경악할만한 말을 내뱉었다. 『저를 모르는 분들도 깨달을 수 있도록 힘의 편린을 보여드리죠. 이건 바우어에 있는 산입니다.』 내 뇌리에 영상이 떠올랐다. 거기에 비치는 건 삿살산이었다. 표고 4천 미터를 넘어서는 웅대한 장관이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이 영상을 비추는 것도 마왕의 마법이겠지. 『잘 봐주시죠.』 그러자 동쪽 방향에서 거대한 땅울림이 일어났다. “……뭣?!” 영상이 전환되고, 제도 룸에서 푸른 파동이 용솟음치는 게 보였다. 그 푸른 파동은 멀리 떨어진 국경을 뛰어 넘어 삿살 산맥에 직격했다. 콰득콰득하는 땅울림이 건물을 흔들고, 동시에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가는 게 느껴졌다. 모두들 지면에 엎드려서 머리를 감쌌다. 몇 분정도 지진이 이어졌다. “어이…… 농담이 심하잖아.” 지진이 멎자마자 로드 님의 넋이 나간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똑같은 심정이 되었다. 무리도 아니다. 우리들이 본 광경은 그 정도로 충격적이었으니까. 마왕이 발사한 푸른 파동은 삿살산을 얼음덩어리로 만들었다. 머리로는 이해했다. 분명 저건 나도 즐겨 쓰는 수속성 공격마법인 앱솔루트 제로겠지. 대상을 단숨에 동결시키는 초월급 마법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몇 백 킬로미터는 떨어져 있는 거대한 화산이라는 말도 안 되는 현실이 눈앞에 있었다. 적어도 나로선 죽었다 깨어나도 저런 재주는 무리다. 구도는 정반대지만, 지금 건 메라조마가 아니다, 메라다.——라는 말을 들은 용사의 심정을 실제로 체험한 기분이다. 『제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이제 이해하셨겠죠. 다시 한번 말합니다. 저에겐 인류를 파멸시키기에 충분한 힘이 있습니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담담하게 이어졌다. 『2주일의 유예를 드리죠. 그전에 클레어 프랑소와를 나 제국 수도 룸으로 보내십시오. 그녀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또다시 영상이 전환되더니 클레어 님의 모습이 비쳐졌다. 마치 지명수배 같았다. 실제로도 지명수배나 다름없다. 『각국의 지도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 마지막 한마디와 함께 텔레파시가 끝났다. 각국 수뇌부들의 반응은 재빨랐다. “힐다, 대국민 긴급 회담의 준비를!” “알겠습니다!” 필리네가 곧바로 힐다에게 지시를 날렸다. 힐다도 튕겨 오르듯이 일어나 재빠르게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세인, 너는 일단 바우어로 돌아가. 바우어 국민은 지금 광경을 직접 눈으로 봤을 거다. 패닉에 빠지겠지.” “……하지만, 마왕과의 싸움이…….” 로드 님의 제안에 세인 전하는 표정을 찌푸렸다. “이렇게 말하기는 뭐하지만 오랫동안 실전에서 벗어나 있었던 세인 오빠는 마왕과의 싸움에서 방해만 될 거라고 생각해.” “……윽.” “여기는 로드 오빠와 나한테 맡겨줄래?” 망설이는 세인 전하에게 유 님이 현실적인 부분을 지적하며 물러나길 재촉했다. “세인 전하. 전하에겐 지금 전하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겠죠. 당신은 국민들에게 크나큰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바우어를 다독여주십시오.” “……알겠다. 마왕에 대한 국가의 방침은 유, 너에게 일임하겠어. 도르, 그대는 나를 따라오도록.” “알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세인 님과 도르 님도 빠른 걸음으로 회의장을 떠났다. “마나리아, 너는 어떻게 할 거지?” 윌리엄 전하가 물었다. “나는 남을 거야. 자화자찬 같지만 마왕과의 싸움에선 내 힘이 꼭 필요할 테니까. 스스 왕국도 걱정이긴 하지만 우선순위의 문제야.” 왕국은 남아있는 왕족과 귀족들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대답하는 마나리아 님. “당신이야말로 어쩔 거야?” “나? 그렇군. 마왕한테 어떻게 대응할지 정해지면 나도 아파라치아로 돌아가겠어.” 나는 싸움은 영 젬병이니까 말이야, 윌리엄 전하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그는 유머러스한 말투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 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마왕이 제시한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네요.” 미샤의 말에 다들 잠잠해지고 말았다. 나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어떻고 자시고도 없잖아요. 거기에 응해줄 수는 없어요.” 마왕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는 말은 즉, 클레어 님을 내놓는다는 말이다. 그런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레이, 사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클레어 님…….”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야 당신과 똑같은 마음이겠죠. 하지만 그 영상을 본 전 세계 사람들을 그리 간단히 설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요?” 나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지금 본 영상은 분명 그만큼이나 충격적이었으니까. 산이라는 자연물에는 커다란 존재감이 있다. 의연히 솟아있는 그 자태만으로도 보는 사람들을 압도한다. 하물며 삿살산은 규모부터가 월등히 큰 화산이다. 그런데 마왕은 그런 삿살산을 일격에 얼음덩어리로 만들어 버렸다. 그야말로 인지를 넘어선 소행이다.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존재가 협박을 걸어오는데도 맞서 싸울 용기를 보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지만 그렇다고 클레어 님을 얌전히 마왕에게 보낼 생각입니까?! 살해당할 거라는 걸 뻔히 알고 있는데도?!” 클레어 님이 희생양이 된다니 웃기지도 않는다. 애초에 클레어 님이 살해당한다면 정말로 인류는 끝장이다. 마왕이 아직까지 인류를 멸망시키지 않은 건 클레어 님이 루프 속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바에야 차라리 도망치자고요! 제가 어디까지고 함께하겠습니다.” “대체 어디로요? 이 텔레파시는 세계 전체가 들었을 거예요. 도망칠 수 있는 장소는 어디에도 없잖아요?” 그러면서 클레어 님은 웃었다. 나는 클레어 님이 또다시 자기희생 정신을 발휘하려는 건가 싶었다. 그러나——.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레이. 저는 죽을 생각은 없는데요?” “네……?” 클레어 님의 미소 속에는 체념의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전의를 불태우는 것처럼 느껴졌다. “레이, 이번에야말로 당신과의 약속을 지키겠어요.” “약속……?” “혁명 때는 저버리고 말았던 예전의 맹세.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약속했잖아요?” “아…….” 두 번의 승부와 함께 나눴던 나와의 약속. 어떤 때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신에게 맹세했던 그 약속, 클레어 님은 이번에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클레어 님…….” “분명 뭔가 방법이 있을 거예요. 개죽음은 단연코 사양인걸요.” “네!” “잠깐, 레이! 이런 때에…… 놓—으—세—요—!” 나는 주체 못할 기쁨에 클레어 님을 끌어안았다. 클레어 님은 버둥대고 계셨다. “앗핫하. 안심했다고. 너희들이 굴하지 않는다면야 괜찮아.” “로드 님…….” “내가 힘을 빌려주려고 해도, 정작 중요한 너희들이 꺾여버린다면 손쓸 방도가 없으니까 말이다.” “협력해주시는 건가요?” “물론. 지금 막, 나로서도 마왕이라는 녀석에게 한발 먹여줄 이유가 생겼으니까.” “이유?” 내가 클레어 님을 껴안은 채로 묻자, “삿살 화산을 얼려버리다니. 아버님의 원수인 저 산을 조만간 내가 직접 정복해줄 생각이었는데.” 로드 님의 표정엔 복잡한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 언제나 쾌활함 그 자체인 로드님으로선 보기 드문 표정이었다. “로드 님…… 아니 그보다 당신은 언제까지 안고 있을 거예요?!” “에이~ 조금만 더요~” “앗핫하!” 로드 님의 웃음소리와 함께 나는 클레어 님을 듬뿍 만끽하고 나서야 놓아드렸다. “정말이지……. 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이대로라면 언니를 비롯해 국가 수장들이 나서도 설득하기 어려울 테고요.” “그렇죠…….” 타임을 통해서 모든 일의 전말을 본 수뇌진이야 납득을 했는지 여부는 둘째치고서라도 최소한 클레어 님이 마족들 손에 넘어가면 전부 끝이라는 사실은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그걸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타임이 쓴 버추얼 리얼리티 기술 없이 사람들을 납득시키기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클레어 님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빠져있자, “도와드릴까요?”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목소리가 있었다. “타임…….” “정령교회의 권위를 쓰면 사람들을 설득해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릴리 님의 몸을 빌리고 있는 타임이 먼저 제안을 꺼냈다. 과연, 확실히 그건 가능성이 있을 법 하다. 정령교회는 세상 곳곳에 신도를 가지고 있는 세계에서 으뜸가는 종교 세력이다. 빈민구제, 의료 서비스 제공 등의 활동을 오랜 시간동안 이어온 결과, 현재는 모든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나 마찬가지다. 각국 정부가 백성들에게 있어서 구름 위의 존재라면 정령교회는 언제나 사람들의 생활 속의 동반자로 함께해왔다. 그런 정령교회의 말이라면 사람들이 귀를 기울여줄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려울 텐데요? 이제 기한은 2주밖에 없어요. 그 안에 어떻게 세상 사람들을 납득 시킬 건가요?” “텔레파시를 쓸 겁니다. 마왕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 규모의 텔레파시를.” 타임은 자신들 시스템에게도 그 정도의 힘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일개 추기경인 릴리 릴리움이나, 바우어 내에서만 지명도를 가진 유 바우어로는 설득 효과도 미비하겠죠.” “확실히…….” “아. 그러면 아까전의 버추얼 리얼리티를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건가요?” 그 방법이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싶었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세계의 진실은 일반 사람들로선 이해하기 어려울 테고, 이해해도 그건 그것대로 반발심을 품는 사람도 있겠죠. 최악의 경우엔 당신이 규탄당하는 결과가 될지도 모릅니다, 레이 테일러.” 위험성이 너무 크다고 말하는 타임. 확실히 이 세계가 루프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쉽게 이해할 수 있을만한 내용이 아니다. 그걸 이해했다고 해도 그 루프를 개인적인 사정으로 끝내버리려고 하고는 있는 건 나—엄밀히 말하면 다르지만—다. 책임을 지라는 말을 들어도 나로선 할 말이 없는데다, 지금은 그럴만한 상황도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할 건가요?” 클레어 님의 물음에 타임은 이렇게 대답했다. “교황——클라리스 레페테 3세에게 연설을 시키겠습니다. 그녀 또한 이 세계의 진실을 아는 사람 중 한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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