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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번역은 "와타오시 번역"의 협력으로 실현되었습니다.고마워요, "와타오시 번역" “이게 모든 일의 시작입니다.” 마치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영상이었다. 아니, 그렇게 쉽게 말할만한 게 아니었다. 오감, 기억, 감정마저 동반한 체험은 버추얼 리얼리티라고 부르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사도가 말한 것처럼 이건 마치 인생의 추체험이었다. “이게…… 모든 것의 시작……? 저와 레이가……?” “그렇습니다.” 넋이 나간 모습으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클레어 님. 아마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겠지만, 알게 된 부분만으로도 큰 충격이었겠지. “동요하는 것도 이해합니다만, 지금 보여드린 건 전부 진실입니다.” 사도가 담담히 말했다. 나는 그걸 보며 반쯤 확신했다. “그렇다는 건, 사도. 당신의 정체는——.” “네. 루프 시스템 제어장치, 인공지능 타임의 단말입니다.” 역시 그렇구나. “나도 하나 확인해두고 싶은데, 이 오오하시 레이가 레이의 전생이고 지금 본 영상의 클레어 프랑소와가 이 클레어의 전생인거지? 그 양자 어쩌고 하는 기술로 전생을 반복했다던.” 마나리아 님이 사도에게 물었다. “조금 다릅니다. 클레어 프랑소와는 그 말이 맞지만 지금 여기에 있는 레이 테일러는 마왕이 된 오오하시 레이와는 별개의 인물입니다.” “……어?” 나는 사도의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야 나에겐 오오하시 레이로서의 기억이——. “레이 테일러. 당신에게는 OL로서 살았던 기억은 있어도 관리자로서의 1회차 이후의 기억은 없잖아요?” “……아…….” 확실히. 만약에 내가 루프 시스템을 만들어낸 본인이라면, 그때의 기억을 갖지 못한 건 이상하다. 지금 봤던 영상에서 레이는 각 문명 속에서 살아갈 때, 관리자로서의 기억을 지웠을 때도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면 반대로 내가 블랙기업 OL이던 시절의 기억을 갖고 있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레이 테일러. 당신은 제가 준비한 대항마입니다. 오오하시 레이의 양자 데이터를 기초로 만들어 낸 또 한사람의 오오하시 레이라는 뜻입니다.” “?!” 내가…… 진짜 오오하시 레이가 아니다……? “지금 보셨던 것처럼 진짜 오오하시 레이는 관리자의 의무를 방치하고서 마왕이 되어 인류의 역사에 막을 내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걸 막아야만 했습니다.” 제 존재 이유는 인류의 존속이니까요, 사도—— 타임이 말했다. “그렇다곤 하나, 저는 어디까지나 인간에 의해 창조된 존재입니다. 관리자의 존재 없이는 기동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오하시 레이를 대신할 새로운 관리자를 몰래 준비해둘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게 당신입니다, 레이 테일러. “저는 이렇게 될 걸 예상하고 마왕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몇 회차 전의 루프 때부터 강한 힘을 가진 개체를 만들어 내는 걸 시험해보고 있었습니다. 이 세계에서 당신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들은 그 실패작들의 잔재입니다.” 이리에나 교황 님도 그런 거였다는 말인가. “하지만 저는 드디어 강력한 개체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게 저번 회차의 과학 문명에서 태어난 당신입니다.” “그러면…… 내가 친구들과 보냈던 그 시간은…….” “한 치의 거짓도 없이 당신이 경험했던 일입니다.” 다행이다, 그렇다면 괜찮다. 내가 관리자라는 존재가 아니었다고 해도, 미사키와 친구들과 함께했던 그 날들이 허구가 아니었다면 그걸로 족하다. 내 기억 속에 있는 전생은 분명히 존재했었다. “당신의 영혼을 과학 문명에서 회수해서 권한이 허용하는 한계까지 능력을 부여, 이 세계로 전생시켰습니다. 하지만 영혼의 허용량 때문에 당신은 전생 전에 있었던 일정 기간 이후의 기억을 잃었습니다. 기억의 복원처리에도 시간이 걸리고 말았고, 결국 기억 속에 부자연스럽게 끊긴 부분이 생겨버렸습니다.” 그래서 나는 퇴근하고서 게임을 하고 있었을 텐데 갑자기 왕립학교 교실에서 눈을 뜬 것처럼 느꼈던 거구나. 돌이켜 보면 미샤는 내가 격변한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었고, 내가 눈을 뜨기 전에는 레이 테일러라는 사람이 존재했다. 모든 게 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는 아니라는 거겠지. 그건 그렇고——. “잠깐만요, 타임. 당신 조금은 단어 선택을 신중하게 하세요.”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클레어 님이 험악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항마라는 둥, 만들어 냈다는 둥, 오오하시 레이의 대역이라는 둥. 잘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군요. 사람을—— 인간의 존엄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클레어 님이 나 대신 화를 내 주셨다. 클레어 님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도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한순간 스스로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꼈다는 사실을. “기분을 상하게 해드렸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몇 억년이 지나도 저는 아직 인간의 감정의 미묘함을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라서요.” “그래 보이는군요. 알겠나요? 여기에 있는 레이는 어떤 누구의 대체품도 아니에요. 유일무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제 파트너예요.” “클레어 님…….”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말았다. 아, 이 사람이 내 반려라서 정말로 다행이다. 설령 내가 사도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장기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클레어 님을 사랑해서 우리 둘이 하나가 됐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클레어 님이 나를 필요로 하는 한, 나는 나로서 살아갈 수 있다. “으음……. 조금 정리하고 싶군. 타임, 틀린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주게나. 먼저 인류는 옛날 과학이라는 문명을 쌓아올렸지만 그게 막다른 길에 몰리게 되었다.” “그렇습니다.” 도르 님의 질문에 타임은 끄덕였다. 인류는 자기 손으로 저지른 환경파괴로 인해 종언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오오하시 레이와 클레어 프랑소와라는 연구원이 인류를 존속시키기 위해서 연구를 했고, 루프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겉으로는 그렇게 되어있지만 오오하시의 본심은 클레어 프랑소와와 영원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내 일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르지만),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그리고 시스템은 실제로 기동을 시작했고, 인류는 과학 문명과 마법 문명을 되풀이하며, 그 안에서 오오하시는 관리자로서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클레어 프랑소와와의 사랑을 즐기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건 영원히 이어지지 못했다. “지나치게 루프를 거듭한 레이는 언젠가부터 클레어를 향한 마음이 마모되기 시작했고, 그 마음이 완전히 사라져버리기 전에 루프를 끝내겠다고 결단했다.” “그 말대로입니다.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결단입니다. 루프 최후반에, 저는 그녀에게 클레어 프랑소와의 기억을 정리, 삭제하도록 제안했지만 마왕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아서 저는 그녀를 단념하게 되었습니다.” 자기중심적—— 확실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나로선 관리자가 된 오오하시 레이—— 마왕의 마음은 추체험을 경험한 지금도 엄밀히 말하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나는 클레어 님에게 폴인러브다. 클레어 님을 향한 마음이 깎여나간다니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하지만 마왕은 까마득한 세월을 혼자서 지내왔다. 그녀에게 있어서 클레어 님이라는 존재는 무한의 굴레 속에서 몇 안 되는—— 어쩌면 유일하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의 광명이자 버팀목이었겠지. 그 마음이 마모되어 사라져 버린다는 건 대체 어느 정도의 공포와 고뇌였을까. “잠깐 기다려.” 내가 망설이고 있었을 때, 이야기의 흐름을 자르는 것 같은 목소리가 있었다. “뭔가요, 로드 바우어?” “이게 사건의 발단이올시다, 라고 말해도, 나는 그렇게 간단히 납득할 수 없다고.” 로드 님은 미간을 찌푸리며 계속 말을 이었다. “전생? 순환하는 세계? 전부 레이의 탓? 어이, 기다려 보라고. 전부 너 혼자서 쏟아낸 일방적인 정보잖냐. 증거는 있는 거냐고.” 듣고 보니 확실히 그렇다. 버추얼 리얼리티 같은 터무니없는 기술을 보여준 탓에 나도 모르게 납득해버렸지만, 잘 생각해보면 타임의 말이 사실인지 어떤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전생의 어떤 대기업은 정보를 제압하는 자가 세상을 제압한다고 그랬던가. “방금 전에 보여드렸던 영상과, 이 자리에 바로 저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그건 충분한 증거가 되지 못하는 겁니까?” “그걸 가지고 증명이라고 해도 말이지. 그렇게 치면 사라스의 암시도 걸린 상대 입장에선 똑같이 보이겠지. 나는 간단히는 못 믿어.” 아무래도 로드 님은 타임에게 불신을 품은 모양이었다. 뭐, 어쩐지 수상쩍다는 생각에는 나도 동감이다. “애초에 레이와 클레어한테 일방적으로 전부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이야기 진행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 “사실이니까요.” “그러냐. 거 상당히 너 입맛에 맞는 사실이구나?” 로드 님은 도발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타임은 그저 빙긋 웃을 뿐이었다. 로드 님은 한번 한숨을 내쉬고서 말을 이었다. “마왕은 적이다. 그것만큼은 확실하니까, 책임 운운은 그걸로 충분하겠지. 자, 그래서 너는 아군이냐?” “……아무래도 당신에겐 무슨 말을 하든 믿어주지 않을 것 같군요.” 눈썹을 찌푸리는 타임. “……그래서? 너는 우리들에게 뭘 시키고 싶은 거지?” 세인 님이 타임에게 물었다. 타임은 릴리 님의 얼굴로 싱긋 웃으면서, “마왕을 쓰러트려 주십시오. 그리고 그녀한테서 관리자 권한을 탈취해 주십시오.” “어. 그런 일이 가능한가요?” 의문을 표한 사람은 필리네였다. “마왕은 그게, 저기, 지금도 관리자잖아요? 다시 말해 이 세계의 창조주 같은 존재 아닌가요. 그런 사람을 쓰러트려서 관리자 권한을 뺏으라니, 어떻게 해야 좋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아요…….” 필리네는 약한 소리를 했지만, 나는 지극히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마왕과 대치해봤지만 터무니없을 정도로 강했다. 로드 님이 준비해온 수수께끼의 마법은 가까스로 통했던 모양이지만, 그거 말고는 생채기 하나조차 입힐 수 없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관리자 권한을 뺏으라는 막연하기 그지없는 목표를 어떻게 달성해야만 하는 걸까. “확실히 마왕의 힘은 강대합니다. 하지만 그녀에겐 찔러볼만한 틈이 몇 개인가 있습니다.” “헤에? 꼭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네.” 윌리엄 님이 흥미롭다는 듯이 뒷말을 재촉했다. “먼저 오오하시 레이는 클레어 프랑소와에겐 손을 댈 수 없습니다. 자기가 직접 클레어 프랑소와에게 손을 댈 수 있었다면 이미 인류사는 끝나고도 남았겠죠.” “클레어 님을 방패로 삼으라고 하는 겁니까?!” 나도 모르게 거칠게 외쳤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말하는 방식이 나쁘긴 했지만 그 말대로입니다. 마왕은 그럴 마음만 먹으면 산조차 손쉽게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만, 그 자리에 클레어 프랑소와가 있다면 그런 대규모 기술은 쓸 수 없습니다.” “이 자식——!” “기다리세요, 레이. 타임, 제가 있다면 마왕은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다, 그런 말이군요?” “클레어 님?!” “이해가 빨라서 다행입니다, 클레어 프랑소와.” 당황하는 나를 내버려두고서, 클레어 님이 대화를 이어갔다. “방어는 그걸로 해결됐다고 치고, 공격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마왕이 구축한 마법 장벽은 우리들이 가진 공격 수단을 거의 다 차단했는데요?” “그건 로드 바우어가 어떻게든 해줄 겁니다. 그렇죠?” 타임이 로드 님에게 화살을 돌렸다. “자기 좋을 대로 이용하는구만, 정말이지. 뭐, 그만큼 믿음직하다는 거겠지? 좋아 맡겨만 두라고.” 로드 님은 언제나처럼 가볍게 승낙했다. “로드 오빠, 애초에 그 마법은 대체 뭐야?” “내가 개발한 대규모 술식이다. 좀 거창한 마법이라 발동까지 여러모로 귀찮은 과정이 있긴 하지만 위력은 발군이라고. 마왕의 장벽을 관통할 걸 봤지?” 유 님이 묻자 로드 님이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자세한 구성식을 공유해줬으면 좋겠네. 군사기밀이겠지만 지금은 인류가 멸망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서있어. 대국적인 판단을 기대할게.” 마나리아 님이 로드 님에게 말했다. “어쩔 수 없나. 사실은 너와 다시 한번 싸울 때 써먹으려고 했던 건데 말이야.” “그건 아무리 봐도 개인을 상대로 쓸 만한 마법이 아니잖아.” 로드 님과 마나리아 님이 서로 쓴웃음을 나눴다. 그때——. 『——고합니다.』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강력한 마력이 느껴집니다! 짐작하건데 마왕의 텔레파시입니다!” 필리네의 당혹해하는 목소리에 힐다가 추측을 입에 담았다.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전 인류에게 고합니다. 제가 바로 마왕. 인간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자입니다.』 말하는 내용을 보니, 이 목소리는 아마 전 인류에게 들리는 거겠지. 그중에는 텔레파시를 처음으로 겪는 사람도 있을 텐데, 도시 안이 패닉에 잠기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저는 세상을 멸망시키겠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에게 유예를 부여합니다.』 “뭘 멋대로——!” 벌컥 화를 내는 클레어 님. 하지만 다음으로 이어진 마왕의 말에 클레어 님의 안색이 달라졌다. 『클레어 프랑소와를 내놓으세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루에 하나씩 이 세상의 국가를 멸망시켜 나가겠습니다.』 ―――― 이번 17장은 모두 끝났습니다. 즐거우셨는지요? 다음은 드디어 마지막 장입니다. 갱신까지 평소보다 길게 시간이 걸립니다. 느긋하게 기다려 주시면 기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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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nymous

그런거였구나..ㅠㅠ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