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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업무를 마치고 어둑어둑한 저녁에 조조를 산책하고 있었다. 산책을 하건 어디를 가건 조조에게는 특이점이 있는데 바로 종 가리지 않고 큰 개만 보면 달려가고 싶어 환장을 한다는 것이다. 발견한 순간부터 미친듯이 짖기 시작하며 그 쪽으로 가고 싶어 어쩔 줄을 모른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검은색 큰 개를 보고 왕왕왕왕왕왕 깡깡깡깡 짖는 조조를 진정시키며 그 개와 떨어진 곳으로 가려던 순간, 조조가 하네스를 벗어던지고 그 개에게 달려간 것이다. 몸이 너무 쪼이면 답답할까봐 하네스를 헐겁게 입힌 내 불찰이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눈 앞이 캄캄해졌다. 그 검은 개는 평소에도 아파트 단지 사람들이 공격성이 있다고 조심해야 한다고 한 개였다. 상대 견주가 얼른 검은 개를 안아 올리려고 했지만 이미 그 개도 우리 조조의 짖는 소리때문에 한껏 흥분한 상태여서 얌전히 안기지 않고 반쯤 안긴채로 조조를 공격했다. 조조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건지 상대도 안되는 큰 개에게 달려들며 계속 짖었다. 흥분한 개 두마리와 당황한 견주 두명... 산책하던 주민분들도 깜짝 놀라 멈춰 서서 어머 어머 어떡해 하며 우리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한동안의 실랑이 끝에 나도 조조를 안을 수 있었고 큰 검은 개도 상대 견주분이 안아들었다. "안물렸나요???" 그 견주분이 놀라 물어보셨는데 이미 너무 어두워서 물렸는지 안물렸는지 잘 보이지가 않았고 조조가 여전히 헥헥거리기만 할 뿐 힘이 넘쳐보였다. "괜찮은 것 같아요. 놀라셨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어쨌든 몸줄을 풀고 달려가서 도발한 것이 조조기 때문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놀라서 벤치에 앉아 조조를 다리 위에 올려놓고 숨을 돌리고 있으니, 주민 분들이 한명 두명 지나가며 계속 물어보셨다. "안물렸어요?" "괜찮아요?" 사람들이 보기에도 작은 개인 조조가 꼼짝 없이 물려 죽는 광경이었나 싶었다. 괜찮다고 대답하고 잠깐 조금 더 산책하다 집에 돌아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이럴 수가. 조조 등에 구멍이 나서 피가 나고 있었다. 

집에 올라가자마자 지갑을 챙겨 24시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9시 10분 전에 접수를 해서 야간진료를 피할 수 있었지만(야간 진료는 치료비가 훨씬 비싸진다...) 모든 진료, 치료가 다 끝나고 나니 벌써 10시였다.

엑스레이 결과 다행히 천공이나 복막 구멍같은 건 없었다. 아마 상대 견주분이 개를 들어 안아 올렸기 때문에, 그 개가 조조의 등,배를 한번에 세게 물어 흔드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던 것 같다. 사선으로 위에서 물다 보니 힘이 덜 들어가서 등에만 깊게 구멍이 뚫리고 상대적으로 더 약한 배는 괜찮았던 것.... 정말 얼마나 다행인 부분인지... 하지만 피가 흐른 그 부위 외에도 조조는 여러 군데 물려서 피멍이 든 부분들이 있었다. 털에 숨겨져 보이지 않았지만 병원에서 깎으니 아주 그냥... 상처투성이. 수의사 선생님 말로는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생각보다 깊게 물렸기 때문에 혹시나 감염이 되면 괴사 혹은 패혈증이 있을 수 있으니 매일 병원에 와서 소독치료를 받으며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도대체 조조는 왜 큰 개만 보면 달려드는걸까? 이렇게 아프게 된 조조를 보니 갑자기 나는 별 생각이 다 들었다. 혹시 조조는 지금 삶이 행복하지 않은건가? 죽고 싶은 건가? 그 마음을 말로 우리한테 할 수가 없으니 큰 개만 보면 그러는거야? 대체 왜? 작은 개들은 무시하면서 큰 개만 보면 왜 이러는거야?? 왜??? 자기 죽는 줄도 모르고 왜?? 불빛에 달라드는 나방처럼, 대체 왜...?

선생님께 진지하게 여쭈어봤다. 조조는 큰 개만 보면 종 가리지 않고 무조건 달려든다고. 이유를 당최 모르겠다고... 그런데 선생님이 말해 준 이유가 충격적이었다.

"그건 본인이 아주 강한 대형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예?"

"개는 본능적으로 절대로 자기보다 강해보이는 상대에게 달려들지 않아요. 지금 이 아기 본인은 스탠다드 푸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조상의 유전자가 강하게 남아 있는 거죠. 본인이 강력하고 센 대형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은 강아지들은 상대하고 싶지 않고 큰 개만 보면 흥분하는 겁니다. "

"?? 강아지는 거울을 못보나요??"

"아무래도 동물이니까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죠."

이제서야 많은 것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왜 평소에 조조가 의젓할 때가 많은지. 그건 대형견의 여유였던 것일지도... 왜 조조가 가끔씩 달려와서 나한테 날라차기를 하는지. 그럴 때마다 "아오, 이 콩알만한게 진짜 혼나볼래~!" 하며 장난치며 놀아줬지만 사실 조조 본인은 콩알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한순간도 없었던 것이다. 진심으로 내가 만만해보이니 그런 거였어.....

약 17만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지불하고 (야간 진료 아니어도 이정도인데 야간진료였으면 진짜... 아찔...) 혼이 나간 채로 다시 집으로 왔다. 조조는 집에 와서 이모를 보고 반가워했지만 이제서야 슬슬 아픔이 느껴지는지 힘이 없었다. 전같으면 까불고 장난치고 짖고 했을 텐데. 본인이 대형견이라고 생각해서 그런댄다 이모한테 얘기하니 이모도 걱정되는 와중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막을 수가 없는 듯 했다. 이 쪼그만게... 대체 뭔 착각을 하고 있는거야... 

"어이 대형견~" "어이 도베르만~" 하며 조조를 부르고 있다. 무사히 치료가 끝나야 할텐데. 정말 최악의 경우의 감염사태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병원에 갈 준비를 해야겠다 ㅜㅜ...


Comments

Anonymous

So he think of himself as an alpha dog ? A lot of confidence for such a little guy ! I hope he will be alright. It's weird tho, how instincts work with animals. He is so small and yet so brave.

Cait Sunny Sunblade

amazon.com/dp/B0171MQW56/ Description: "never have to worry about your dog wiggling out of the harness while on your walks" Stay safe Jojo and Mama! 😺

James Yi

오마이갓... 십년감수하셨겠어요... 불행중 다행이게 크게 안 다쳐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작은 생명의 특징인지 제 동생도 아무한테나 시비걸던데 ㅡㅡ.... 상처 빨리 아물고 다시 엄마한테 좀 까불기도 하는 활기찬 댕댕이로 돌아오길 빌게요!

Ronny [Rendition]

Ha, the prince thinks he's a king. ㅋㅋ I hope the wound will heal quickly and without infection. If you take him to the hospital every day for professional wound cleaning and checkup, there shouldn't be much of a worry.

genki ian

Maybe Jojo doesn't love starting fights, but instead he sees any scary dog as a threat he "needs to protect you" from? If he believes he's the alpha pack leader, it's just his instinct to protect his family by fighting some unknown dogs that come near and feels threatened?

genki ian

Besides keeping him safe in your control, another danger to be careful of is the rare day when an attack dog could bite. Years ago my 15yr old dog was bitten until her leg broke. I wish I knew how to release the biting teeth back then... but without the other owner stepping in or using his break-stick to unlock the biting teeth, one final emergency option is to grab the back of the attack dog's collar, twist tight and lift off the ground until releasing the bite. Immediately untwist after releasing the bite tho because choking the attack dog unconscious raised above the ground too many more seconds could kill it which is wrong and illegal of course. But if it's the only remaining way to remove its teeth from your dog's body, this risky action is better than letting the biting injuries grow worse and worse too far I think. My 15yr old dog didn't live until a 16th year after that... She was already so old, but her broken injuries from the attack didn't help her final months either. Hopefully no person or dog will ever experience what my old dog did years ago at the end of life... but knowing what I know now, maybe sharing a final way to unlock biting attacks could save a life one day? Be safe Eunzel and get well soon Jojo!

genki ian

Actually dogs like all animals act more on instinct and feelings in the moment... In a "fight or escape" moment, "fight" will always be chosen if "victory" is believed. Altho a dog who sees his owner as the alpha leader can feel less fighter feelings when the owner feels fully confident, calm and in control believing others are not a threat which also strengthens commanding word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