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긴 시간동안 (Patr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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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아주 아주 긴 시간동안. 어쩌면 거의 일년. 내 채널은 제자리걸음을 했고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심지어 지난 몇달간은 조금이긴 했지만 구독자가 줄어든 날도 있어서 늘어나는 수와 줄어드는 수가 매일 매일 저울달기를 하며 전체 구독자수가 멈추어버린 정도였다. 그나마 위안할 수 있었던 것은 이유가 명확하단 거였다. 내 채널은 지금까지 두 번이나 크게 컨텐츠를 바꾸었고 (입소리 -> 프랭크 먹방) 기존 구독자들이 떠나가는 것은 당연히 각오해야 했다. 그걸 알고 있으니 이유도 모르는 것 보다는 나았다. 하지만 역시 실제로 경험하는 건 괴로웠지 아주 많이.
여전히 내 컨텐츠를 사랑해주는 젤리들이 있어 먹고 사는 데 지장은 없었지만 크리에이터로서 도태된다는 느낌은 항상 나를 짓눌렀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하루 하루 그저 내게 주어진 현상을 받아들이고 부지런해지려고 노력하는 것 밖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기에 그렇게 해오고 있었다. 키즈 컨텐츠도 만들고 생방송 채널도 만들면서 내 기분 전환과 함께 일을 이어나가려고 했다. 두 채널은 수익은 전혀 나지 않지만 그 채널들이 없었다면 내가 한달에 하나라도 ASMR을 만들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나의 마음 환기에 도움을 줬다. 그리고 무엇다 후원사이트를 통한 소통이 큰 도움이 됐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어떤 영상도 올리지 못하게 되는데, 내 후원 젤리들은 항상 내게 말해주고 있는 셈이니까. 난 적어도 너의 영상을 좋아하고 기다리고 있어 라고.
그렇게 긴 괴로움의 시간이 지나고.
이번에 업로드 한 뱀파이어 건강검진 영상의 영어버전이 생각보다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내 추측으로는 아마 젤리들이 내 영상을 많이 공유해주고 있는걸까? 덕분에 그 긴 시간동안 무섭게 제자리걸음했던 채널이 다시 아주 아주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한창 채널이 잘나갈 때는 하루에 구독자 1000명이 늘어도 “뭐 보통이네” 했었는데 언젠가부터 구독자가 줄지라도 않으면 감사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더랬다. 언젠가는 다시 움직이겠지 하면서도 사실 항상 무섭기도 했는데. 감사하게도 다시 천천히 구독자가 증가하고 있는 오늘이 너무 감사하고 뭉클하다. 돌이켜보면 내 채널에서 큰 사랑을 받은 롤플레이 영상들은 후원젤리들의 맞춤 요청 영상들이었다는 것도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유튜브를 개설하고 얼마 되지 않아 패트리온을 개설했던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지 항상 생각한다. 과거의 나, 잘했어.
뱀파이어 컨셉 영상들이 모두 후원젤리들의 요청 영상이었고 그 영상들이 모두 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비근한 예로는 뱀파이어, 얀데레가 있다. 특히 뱀파이어는 서양 캐릭터라 동양인인 나하고 그닥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사랑을 많이 받는단 말이지.
그대들의 아이디어와 대본이 없었다면 만들지 않았을 영상들 덕분에 채널이 다시 조금씩 숨쉬게 되었어요.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