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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눈 검사를 받고 와서 잠들었는데 깨어보니 벌써 자정이 넘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자기 전에 일기 쓰기.

걱정했던 것과 달리 검사는 전혀 하나도 아픈 것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내 눈은 수술을 받기에 문제가 없는 정도. 양쪽 시력이 다 -4.25로 근시가 나쁘지만 난시는 살짝 있을 뿐이며 각막의 모양이나 상태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음, 월말에 한곳의 병원을 더 가보고 두 곳 중 선택해서 6월 초에 수술을 하면 되겠다 싶었다.

검사를 받으면서 산동제라는것을 눈에 넣는다. 동공을 확장시키기 위한 약이라고 한다. 이 약을 떨어뜨리고 조금 있으니 뭔가, 먼 곳은 잘 보이는데 (안경을 끼고 있었음) 가까운 곳의 글씨가 조금씩 안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핸드폰을 볼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살짝 걱정스러웠다. 아 이거 큰일이네. 난 엄청 길치여서 집에 가는 길에 네이버지도 어플 보면서 가야 하는데. 몇번 버스 타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고생 좀 하겠네. 그러면서 안경을 살짝 내렸는데 오잉??? 엄청 잘 보이는거다. 앗? 먼 곳을 보니 흐릿했다. 다시 안경을 끼니 먼 곳은 잘 보이는데 가까운 곳이 안보였다. 다시 안경을 벗으니 먼 곳은 안보이는데 가까운 곳은 잘 보였다. 오오? 처음 해보는 경험에 신기했다. 그러다 깨달았다. 나 이런 움직임을 많이 본 것 같은데. 가만... 아아...? 이게 바로 노안이구나!

이모도 아빠도 안경을 끼는데 생각해보니 두사람 모두 가까운 곳의 글씨를 읽을 때는 안경을 올리거나 내려서 맨눈으로 보곤 하던 것이 생각났다. 아하... 나이가 들면서 눈의 동공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근육(?)에 탄력이 떨어지면서 풀리고 그러면서 가까운 곳이 잘 안보이게 되는 거구나. 그래서 어른들이 그런 움직임을 하곤 했던거구나. 집에 가는 길에도 꽤나 불편했다. 산동제는 동공을 최대로 확장시키는 약이다보니 안경을 낀 상태로는 가까운 곳의 글씨가 아예 보이지 않아서 수시로 안경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집에 와야 했다.

노안을 직접 조금 앞당겨 경험해보고 나니 뭐랄까... 이 경험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도 늙는다는 것을 처음으로 몸소 체험하고 느낀 셈이다. 노안 노안 말로만 들었었는데... 노안이란거 질병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거구나. 정말 별거 아니네. 그냥 관절이 조금씩 나빠지듯 눈이 조금씩 힘이 풀리는 그런거였어. 언젠가 가까운 사물이 잘 보이지 않기 시작할 때 보다 겸허하게 나의 늙음을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아빠와 이모를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달까. 나를 키워주고 나보다 먼저 인생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가끔 내 시선에서 이들의 행동이 답답하거나 둔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것 역시 어쩔 수 없는거구나. 우리는 똑같은 것 같아도 실은 보는 것도 느끼는 것도 그 감도가 다른 것이다. 내가 더 배려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던거야. 그리고 내가 미리 알아서 더 신경쓰고 조심해야 하는 일들도 많은거고. 예를 들어 이모는 한쪽 눈으로 세상을 보는데다 노안 증상도 있으니, 시각적 섬세함이 요구되는 일은 내가 맡아서 해야겠다라든지.

문득 이런 궁금증도 들었다. 우리 엄마는 안경을 끼지 않는데 가까운 사물이 잘 보이나...??? 호오..?


Comments

Anonymous

So it seems everything is checked, you are allowed to do it then. I'm sure it will succeed. :) What i'd like to experience is, how horses are seeing the world surrounding them. It's said, they are seeing everything bigger than how it's truly is, that's why we can tame them, and ride them, because we appear so big and scary to them. It must be so weird. So... your 5 hours of meditation became a nap uh ? I knew it... ㅋㅋㅋㅋ Good night :D

Ronny [Rendition]

It was a good reminder to take care of your eyes. If you keep looking at the screen for hours, you actually weaken the muscles in your eyes and they become unelastic sooner. For screen workers, it's highly recommended to look at some objects far away every ~30 minutes. This way, you force the muscles in your eyes to readjust, which means they get some exercise and stay elastic longer (yes, that means you need to go outside of the booth). ㅋㅋ

rambam

I guess it's time to find eye exercises (if they even exist) so my eyes never start getting old 😂

Ronny [Rendition]

Oh, that's interesting. I didn't know that about horse vision. It seems to be similar to a fisheye lens (ultra short focal length). For now, a simulation is the next best thing to experiencing it: https://www.agdaily.com/video/simulation-shows-horse-eye-view/

Ronny [Rendition]

Find them now, while your eyes are still good. With already degraded eyes, finding... well, basically anything, is a lot harder ;) Seriously though, the muscles in the eyes are no different than any other muscle in the body. They can and should be exercised. Google finds millions of results for eye exercises. Unfortunately, that usually can't undo any existing myopia and it can't completely stop the process of aging. Much like going to the gym daily doesn't stop you from aging. However, the exercise keeps you fit for longer and postpones any age-related problems. The same goes for the eyes.

Anonymous

수필 작가 같아요